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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닷새 안으로 한국 떠나라? (2005.4.21)

by 자작나무숲 2007. 3. 22.
5일 안으로 한국 떠나라?
버마 난민신청 탈락 9명에 출국 종용
시민단체들, 강력 반발
2005/4/21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법무부가 지난 2000년 5월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한 버마 민주화운동가 9명에 대해 불허를 통보하고 5일 이내 출국을 종용한 사실이 알려져 시민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11일 이들 9명에 대해 난민불허신청을 내렸으며 지난달 9명이 17일 이의제기 신청을 하자 지난 12일 이같은 최종결정을 내렸다. 버마 민주화운동가들은 18일 출국 기한 연장신청서를 제출해 3개월 유예를 얻은 상태다. 그러나 이 3개월은 출국을 위한 준비기간으로서 정부가 준 한시적인 기간일 뿐이다.

2003년 버마민족민주동맹(NLD)한국지부 회원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지 석방과 버마 민주화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계탁기자 
2003년 버마민족민주동맹(NLD)한국지부 회원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지 석방과 버마 민주화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법무부가 내놓은 불허 사유는 “제출된 자료와 진술 및 진술의 정황으로 비추어 볼 때 난민협약 1조가 정한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께하는시민행동, 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12개 단체는 21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난민 심사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부당한 결정으로 마땅히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제대로 된 통역도 없이 난민 심사"

이들 단체들은 “도대체 한국정부가 엄혹한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버마 현실을 알고 있는 건지, 그리고 버마 운동가들이 한국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그동안 애써온 사실을 제대로 조사했는지 우리는 매우 큰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체들은 “버마 난민신청자들이 지난 5년간 심사과정에서 단 한번도 적절한 통역을 제공받은 적이 없다”는 버마 난민 신청자들의 주장을 언급해 부실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와 함께 “난민신청자들이 언어상의 문제로 자신들의 주장과 상황이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자 본인들의 면담 내용 열람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법무부는 함께하는시민행동이 ‘난민인정업무 내부처리 지침’을 정보공개청구하자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들에게 보여준 무성의하고 형식적이며 사실상 인간으로서 모욕을 느끼게 하는 난민 심사 과정을 볼 때 이번 결정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민 심사 기준, 형평성 문제 제기될 듯

이번 결정을 통해 난민심사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법무부는 방글라데시 소수민족인 ‘줌마’ 출신 12명을 한꺼번에 난민으로 인정해줬다. 그때까지 3명밖에 난민인정을 받지 못했던 버마 인사들은 이 결정에 크게 실망했던 게 사실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줌마’출신 운동가들은 한꺼번에 난민인정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공론화되고 있는 버마 민주화운동가들은 무더기로 강제출국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와 함께 이미 버마 NLD 활동가 3명은 난민으로 인정하면서 같은 운동을 하는 9명은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무부 “난민인정절차 국제수준으로”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21일 국정홍보뉴스를 통해 “그동안 난민인정절차 등이 국제적 수준에 미달한다는 인권단체의 비판 제기에 따라 난민인정 절차를 신속화하고 난민신청자에 대해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등 법적 지위를 보장해 인권선진국가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라고 홍보해 눈총을 샀다.

이에 따르면 법무부는 난민업무를 전담하는 ‘국적난민과’를 신설하고 전담자를 3명으로 보강하는 한편 난민워크숍 및 국외 연수 등을 통해 담당자의 전문성을 제고키로 했다. 또 난민인정 절차와 난민의 법적지위 등 개선방안을 연구해 난민 관련 법령과 난민 업무처리 지침 등을 개정하고 의료보호, 생활보호, 직업알선 등 난민정착 지원 제도를 개발키로 했다. 난민구호센터의 설립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난민제도를 악용하려는 신청자에 대해서는 신속한 불허조치 및 엄정하게 관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법무부 기준으로는 버마 민주화운동가 9명이 “난민제도를 악용하려는 신청자”였던 셈이다.

지난 1992년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10여 년간 난민인정신청자수는 연간 20~30명이었지만 2004년 이후 난민신청자가 급증했다. 지난해는 145명이 신청했고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99명이 신청한 상태다. 현재까지 난민인정자는 모두 37명으로 난민인정 비율은 28.6%에 불과하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4월 21일 오후 17시 5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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