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을 맡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 인사·조직을 연구해온 학계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사검증을 법무부가 관장하는 것은 권한분산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공직 후보 대상자들의 거부감이 커져 공직 후보자 구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공직 후보의 자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6일 인사·조직행정 연구자들은 무엇보다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업무는 기본적으로 인사혁신처가 맡거나 새로운 준독립기구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조직학회 회장을 지낸 김근세(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통화에서 “인사검증에선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 (인사 관련 정보와 권한이) 법무부로 너무 쏠리는 건 좋지 않다”면서 “업무관련성을 생각한다면 인사처에서 총괄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을 지낸 강제상(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도 “인사검증을 한 기관에서 독점적으로 하는 게 맞느냐 따져봐야 한다”면서 “다양한 기관이 인사검증에 참여하게 해서 기관끼리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관리 문제를 연구하는 이선우(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도 “갈등관리 차원에서 여러 기관에서 다각도로 검증을 하는 게 좋다”면서 “인사처나 경찰, 국세청 등이 각자 후보자를 검증하고 그걸 교차검증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무현(상지대 행정학과 교수)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건 옳은 방향이다. 그 취지를 고려한다면 ‘인사의 분권화’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론 인사처가 담당하는 게 맞다”면서 “그게 아니라면 신설하는 한국형 FBI에 맡기거나 아예 준독립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맡게 되면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의미가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행정부 인사를 관장하는 권한을 인사처에 두고 있다(제6조). 인사처장은 이를 위해 행정기관·공공단체 등에 자료·정보의 제공이나 의견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협조를 요청받은 기관은 이에 따라야 한다(제8조의3). 잠재적 공직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권한 역시 인사처에 있다(제19조의3). 하지만 이 권한의 일부를 대통령령에 따라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제20조)는 조항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인사 검증을 민정수석실이 맡아왔다.
공직 인사 업무를 잘 아는 한 전직 공무원은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맡으려면 국가공무원법과 정부조직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법무부가 국회 입법 사항을 무시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고 법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가공무원법에서 인사검증기능을 청와대에 위탁하도록 한 건 청와대 자체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명분 때문이었다”면서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폐지를 통해 그 기능을 포기한다면 당연히 인사처에게 기능을 되돌려주는게 맞다”고 밝혔다.
공직 후보자들의 수용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검찰 출신 장관으로 대검찰청을 지휘하는 한동훈이 인사검증까지 아우른다는 데 거부감이 컸다. 강제상은 “예전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담당자들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긴장됐던 기억이 난다”면서 “검사가 조사를 하고, 내 자료가 검찰로 갈 수 있다는 걸 순순히 받아들일 공직 후보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인사행정 업무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 공무원은 “모든 국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다 지켜봤는데, 이제 와서 인사검증을 이유로 검사한테 자료 제출하고 조사를 받으라고 하면 흔쾌히 동의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고, 또다른 공무원은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맡게 되면 인사 자체가 정치화되고 불필요한 논란만 커지면서 공직 후보자를 찾는 데 애를 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관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국가인재의 자격과 발탁에 관한 사회적 합의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무현은 “윤석열 정부가 깊이 생각하고 내놓은 방안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인재의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토론이 먼저”라고 말했다. 강제상은 “요즘같은 인사청문회라면 부처님이나 예수님도 ‘아빠 찬스’와 ‘사생아’ 논란으로 통과 못한다. 신상털기와 까발리기로 흐르는 인사청문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527008003
바스러진 종이에 숨은 ‘역사의 조각’ 맞춘다 (0) | 2022.06.16 |
---|---|
섬·산·DMZ로 배낭 출장 100일… 나무를 보며 숲의 미래를 본다 (0) | 2022.06.07 |
경상우도 고문헌 수집 발굴 한 우물 파는 공무원 이야기 (0) | 2022.05.11 |
박물관은 지루해?… “타임슬립 대비 조총 배우자” 유튜브 대박 (0) | 2022.04.28 |
[이색공무원21]마약 기준 지정… WHO·국제기구와 업무 협력 ‘국민건강 지킴이’ (0) | 2022.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