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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여성가족부를 여성가족청소년부로? 습관성 간판교체 언제까지

by 자작나무숲 2021. 3. 15.

“바꿨다가 원위치했다가 또 바꿨다가… 부서 이름 바꾸기야 기관장 바뀔 때마다 연례행사죠.”(정부대전청사 A공무원) 
“장사 안되는 식당이 간판만 새로 바꾸는 거랑 똑같죠. 그런다고 맛집되는 것도 아니고.”(지방자치단체 B팀장)

 최근 여성가족부를 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과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이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됐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청소년 정책 강화를 위해 여성가족부를 ‘여성가족청소년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차관이 “기능 변화가 없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11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의견을 종합해보면 “습관성 간판바꾸기는 이제 그만”이란 목소리가 높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부처나 부서 이름을 바꿔서 정책목표를 강조한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혼란만 일으킨다’는 반응이었다. 행안부 C주무관은 “부서 명칭 하나를 바꾸는 것만 해도 명함부터 안내판, 홈페이지 등 바꿔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그게 다 시간과 비용이다. 하지만 정작 업무는 똑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부처나 부서 이름을 뚜렷한 이유 없이 바꾸는 사례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사례가 행안부다. 행정자치부, 행정안전부, 안전행정부, 행정자치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행정안전부가 됐다. 행안부 D사무관은 “도돌이표가 따로 없다. 동료들끼리 ‘다음 정부에선 안전행정부 순서’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 초기도 아닌 시점에서 기능변화도 없이 이름을 바꾸는 건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 전체 예산에서 청소년 관련이 35%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그 기준대로면 ‘가족청소년부’ 혹은 ‘가족청소년여성부’라고 바꿔야 한다. 올해 여가부 예산을 기능별로 나누면 가족(6910억원), 청소년(2284억원), 권익증진(1228억원), 여성(972억원)이어서 여성 관련 비중은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계 인사는 "사실 여성부 출범 당시 영문명칭(Ministry of Gender Equality)이야말로 애초 의도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면서 "여성가족부 이름을 굳이 바꿔야 한다면 처음 만들었을 당시 취지를 고려해 '성평등부'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스스로 왜 여성가족부를 만들었는지 잊어버리고 있다"면서 "조직이 작다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 청소년 업무에 자꾸 눈길을 주다보니 정작 '여성'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서이름 바꾸기는 아예 연례행사다. 정부부처 기획조정실 소속 부서인 혁신행정담당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창조행정담당관을 대체하며 노무현 정부 당시 이름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업무 자체는 박근혜 정부 때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다.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기관 해외진출 사업에 발맞춰 해외의료진출지원과를 만들었지만 역시 문재인 정부 이후 사라졌다. 환경부는 2017년 미세먼지 대응을 강화한다며 대기환경정책과를 ‘푸른하늘기획과’로 이름을 바꿨지만 장관이 바뀌자마자 원래 부서명으로 환원됐다.

 수도권 기초지방자치단체 B팀장은 “기능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고 이름을 부여하는게 아니라 단체장 관심사로 이름을 지은 다음 부서를 이리저리 꿰어맞추는 게 관행처럼 돼 버렸다”면서 “가령 어느 기초지자체에는 ‘신경제’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부서가 있는데 하는 일은 그냥 택지개발”이라고 꼬집었다. 중앙부처 E사무관은 “당장 몇 년전 자료를 찾으려고 해도 부서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자료검색하는데 애를 먹는 일이 많다”면서 “정부부처 변경으로 아예 홈페이지 자체가 사라져버려 자료를 찾을 길이 없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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