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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공무원 휴직한 뒤 대기업 근무 가능... '기업국가' 가속화 우려

by betulo 2015.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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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도 민간 경험을 해보는 게 전문성을 살리고 정책 실무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대기업과 유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인허가 등에서 일종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민간근무휴직 대상을 확대해 대기업에서도 근무하는게 가능하도록 하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찬성하는 공무원들은 “앞으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등 관련 기관에도 갈 수 있도록 확대하면 좋겠다”고 하는 반면, 정경유착을 우려하며 “차라리 중소기업 근무 기회를 더 늘리는게 더 좋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제부처와 사회부터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도 존재한다. 일부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잿밥’에 더 관심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간근무휴직 제도는 김대중 정부가 2002년 처음 도입했다. 민·관 인사교류를 확대해 공직에 민간의 경영기법과 업무수행 방식을 도입하자는 취지에서 보듯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확산된 시장자유주의 담론을 인사제도에 반영하자는 목적을 깔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일부 공무원들이 민간기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용도로 악용하면서 정부정책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재취업을 위한 ‘적응훈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게 바로 '회전문' 논란이다. 

 2006년 9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 기관운영감사결과보고서는 민간근무휴직제도의 약점이 잘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감사원과 국정감사 지적사항 등에 따르면 공정위 소속 민간근무 휴직자들은 규정을 위반해 약정보수 외 금전을 수령하고, 복직 후 민간기업과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는 부서에 복귀했다. 심지어 민간근무 이후 복직한 공무원 중 일부는 1년 이내에 민간근무를 했던 업체와 관련된 업체에 재취업했다.

 논란끝에 정부는 2008년 민간근무휴직제도를 중단했지만 4년 뒤인 2012년 부활시켰다. 대신 ‘공직유관단체’라고만 돼 있던 취업 제외대상을 대기업과 금융지주회사, 로펌 등으로 확대했다. 법무법인,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기존에 김앤장 등 대규모 로펌에 재취업하거나 이해충돌 등 부작용이 발생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급여수준도 제한을 강화하고 재취업 문제도 규제를 강화했다.




 이런 규제로 민간근무휴직 제도는 2002~2008년 기간에 비해 공무원들에게 매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정부로서는 민간근무휴직 제도를 강화하려면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하고, 규제를 풀면 정경유착과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획재정부 과장 A씨는 민간근무휴직 대상을 확대하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공무원들 가운데 많은 수가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는 다른 부처보다 인사 적체가 심하다”면서 “승진을 못했거나 승진하려면 기간이 오래 남은 직원들이 대거 지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과장 B씨 역시 “민간기업과 접촉하는 기회가 늘어나면 배우는게 많지 않겠느냐”면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권익위 과장 C씨는 “민간기업 근무 경험이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다만 효과만 놓고 본다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근무를 더 확대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고위 간부 역시 “대기업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면서 “기업과 유착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과장 D씨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지금도 민간근무휴직 제도가 있지만 실제 활용하는 공무원은 주변에 거의 없다”면서 “현실성 있는 정책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래부처럼 연구개발과 관련 있는 곳은 모르겠지만 사회부처는 기업에서 수요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사무관 역시 “민간기업으로 가기 위한 준비 차원이라 하더라도 어차피 업무연관성 때문에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직사회와 달리 재계에선 떨떠름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대기업 경험을 통해 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환영이다”면서도 “인사적체 해소용으로 악용된다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관 교류 확대라는 취지는 좋지만 공무원들 입장에서만 생각한 제도로 볼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정부는 ‘슈퍼 울트라 갑’이기 때문에 거부도 할 수 없고 월급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2015년 9월23일자 기사를 바탕으로 함. 많은 부분에서 기사 원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150924 민간근무휴직 활성화 방안 설명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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