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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12:58

부시낙선운동 1년, 절반의 실패 (2004.11.3)

부시낙선운동 1년, 절반의 실패
부시낙선네트워크 참가자들이 말하는 부시낙선운동
조직화 한계, 구체적 실천과제 제시 부족, 사회적 공론화 실패
“국제연대운동에 소중한 밑거름 될 것”
2004/11/3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너무나 뻔해 보였지만 사실 전혀 뻔하지 않았다. 외국 활동가들을 만나면 항상 ‘너도 잘 알다시피’라고 말한 다음 말을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잘 모르겠다. 그게 뭐냐’라고 물어보면 대답이 궁하다. 미국 대선 결과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상아 부시낙선네트워크 간사는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부시낙선운동은 분명한 주장과 목표를 가진 명확한 운동으로 보이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분명한 논리와 쟁점, 실천방식을 만드는데 한계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와 함께 “어느 정도 거품도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와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 등이 제안하면서 시작된 부시낙선운동은 지난 1월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현지언론과 한국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각국 활동가들과 함께 부시낙선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두 번에 걸쳐 부시낙선을 위한 아시아지식인선언을 이끌어내고 재미한인들이 부시낙선캠페인연대를 조직하도록 제안하는 등 부시낙선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그럼에도 올 한해 부시낙선네트워크 관계자들은 수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미국 대선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올해 부시낙선운동은 △조직화 한계 △사회적 공론화 실패 △구체적 실천과제 제시 부족 등으로 인해 초기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부시낙선네트워크 실무 책임자로 일한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맨 땅에 헤딩하기”라는 말로 지난 1년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부시낙선네트워크는 지난 1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했다. 이들이

             벌인 부시낙선캠페인은 당시 10만명이 넘는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과 현지언론한테 큰

             주목을 받았다. 세계사회포럼 이틀째인 1월17일 부시낙선네트워크 회원들이 부시낙선캠

              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강국진 기자 sechenkhan@nate.com

이와 함께 구체적인 활동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생각을 전체 계획인 듯 언론에 밝히는 것은 부시낙선운동 초기 ‘거품’을 일으키면서 내실있는 활동에 발목을 잡았다. 1월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논의한 “부시가 방문하는 나라마다 국제시위대를 파견하자”라든가 “부시낙선을 위한 미국종단여행 계획”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위성만으로 운동할 순 없다”

 

최 간사는 “국제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만들지 못했다”며 “동의와 지지를 넘어 실질적인 참여를 이뤄냈다면 찻잔 속 태풍이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간사는 “책임지고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것으로 정리했고 실제 열심히 했지만 하나로 모이는 활동이 아니라 각개전투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대중적인 사업을 벌이자”는 목표는 핵심 활동가 조직화가 늦어지면서 “논의만 무성한 채” 시간을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 간사는 사회적 공론화 실패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에서 활발한 논쟁을 벌이지 못했다”며 “논쟁만 활발하게 벌어졌어도 우리의 상황, 미국의 현실 등을 깊이있게 바라보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위의 문제들의 근본에는 구체적 실천과제와 명확한 방향설정이라는 토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한 운동이라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최 간사는 “충분한 합의와 공유된 전략·전술 없이 부시와 네오콘 반대라는 원칙만 갖고 방향설정·조직구성·행동계획수립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힘있게 활동을 벌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8월 벌어진 내부 토론을 단적인 예로 든다.

 

지난 8월 부시낙선네트워크에서는 ‘아시아에서 이주한 미국 시민권자를 핵심 대상으로 하느냐, 미국 시민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느냐’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전자는 “이미 3월에 합의한 내용”이라고 주장했지만 후자는 “이미 미국 전체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방향설정’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보니 내부 혼선이 생긴 것이다.

 

이 간사는 “부시낙선운동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부시 잘못하는 건 누구나 아는데 뭐하러 낙선운동까지 하느냐’였다”며 “정교한 논리개발 필요”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선 부시 반대가 너무나 명확해 논쟁할 필요도 별로 느끼지 않을수 있겠지만 재미한인이나 외국에선 부시 반대 자체가 심각한 논쟁거리일 수 있는데 ‘총론’이 아닌 ‘각론’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 레베카 부시낙선네트워크 해외연락책의 평가는 좀 더 신랄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9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여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좋은 점으로 꼽으면서 “그것 빼고는 모든 게 아쉽다”고 말한다.

 

그는 “부시낙선네트워크 전체이름은 ‘지구적 민주주의를 위한 아시아부시낙선네트워크’”라며 “지구적 민주주의는 생각할 새도 없었고 아시아네트워크는 명분 뿐 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든 책임은 나를 포함해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국 사무국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연대 활동 소중한 밑거름 될 것

 

“부시낙선운동을 하는 내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선 결과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부시와 네오콘의 오만과 일방주의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수단으로 ‘부시낙선’이란 구호를 들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시민사회와 세계시민사회에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확신한다.” 최 간사의 평가다.

 

최 간사는 “부시낙선운동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밖에 드러난 부시낙선운동과 상관없이 부시낙선운동을 시도한 것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제국의 선거에 우리가 개입할 부분이 있고 정당성도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며 “부시낙선운동은 아시아 시민사회운동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고 상상력을 높였다”고 밝혔다.


최 간사는 이어 “90년대 후반 이후 나타난 반세계화·반전운동 등 국제연대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시민사회의 이름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우리 목소리를 담으려 한 운동이 부시낙선운동이었다”며 “풍부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경험을 다른 나라 시민사회와 함께 나누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아래사진: 세계사회포럼 참가자가 부시낙선네트워크가 <시민의신문>과 공동제작한 호외를 유심히 읽어보고 있다. 사진=강국진 기자 sechenkhan@nate.com)

 

한국에서 낙선운동 경험이 선거참여에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했듯이 앞으로 아시아 시민사회운동에 부시낙선운동이 많은 ‘상상력’을 제공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최 간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예로 들며 “지난 대선에서 관전자에 그쳤지만 이번엔 부시낙선캠페인 연대를 구성해 부시낙선운동을 펼치는 등 구체적 행위자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상아 부시낙선네트워크 간사는 “그 전에는 아시아를 바라보는게 익숙하지 않았는데 부시낙선운동을 계기로 아시아를 눈여겨보게 됐다”며 “국경을 넘나들며 운동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은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라고 밝혔다.

 

최 간사는 “앞으로도 여전히 미국 정부가 일방주의를 계속하고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4년 후에는 더 발전한 국제연대운동이 나타날 것”이라며 “부시낙선운동은 앞으로 국제연대운동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4년 후 미국 대선에 대응하는 새로운 낙선운동을 벌인다면 올해 부시낙선운동에서 어떤 점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까. 최 간사는 무엇보다도 “미국 정책과 시민사회운동의 대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토론을 거쳐 최소 목표와 최대 목표, 구체적 활동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그걸 바탕으로 각 나라의 시민사회 상황에 맞게 실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의 말은 결국 올해 부시낙선운동을 벌이면서 드러난 한계에 대한 뼈아픈 반성으로 읽을 수 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ate.com

2004년 11월 3일 오후 12시 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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