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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6 17:06

DMZ, 실상은 중무장지대 (2004.10.22)

DMZ, 실상은 중무장지대
민통선·비무장지대 사진작가 이시우씨
유엔사 해체가 미 군사패권 무력화시킬 것
2004/10/22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경기도 연천군 신탄리에서 경원선 철길을 따라 북으로 가다 보면 터널이 하나 있다. 한여름 땡볕에 신탄리역에서 1시간도 넘게 걸어서야 터널에 닿을 수 있었다. 터널에선 지하실에서 나는 습한 냄새가 나고 음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터널 안으로 아무리 들어가도 사진 소재가 안 떠올라 반대편까지 가게 됐다. 그런데 거기서 뒤를 돌아보니 입구 쪽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보니 빛이 너무나 찬란했다. 빛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빛을 보는 자리를 잘못 잡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둡고 소외된 곳에 나를 세워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내게 민통선을 바라보는 화두가 되었다.”

 

사진작가 이시우씨는 10년이 넘도록 고집스럽게 민통선과 비무장지대를 사진으로 담고 있다. ‘민통선 평화기행’ 등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했던 그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25일부터 여는 ‘겨레하나 DMZ 교육․기행’ 강사 가운데 한 명으로서 ‘DMZ의 의미와 현황’을 설명하고 현장답사를 이끌 예정이다.

 

이씨가 민통선에 빠진 것은 92년 대선 패배 이후 눈덮인 철원평야를 여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92년 대선이 끝나고 많은 동지들이 떠나갔다. 친구하나가 여행을 하자고 나에게 권했다. 끌려가다시피 해서 간 곳이 강원도 철원이었다.

 

사진을 안찍은지 오래됐고 다시 사진을 찍게 되리라는 생각도 오래전에 버렸다. 하지만 눈덮인 철원평야에 눈이 내리고 철새들이 북쪽으로 줄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친구 사진기를 뺏어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내 안의 풍경과 바깥 풍경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 이후 이씨는 노동자민족문화운동연합(노민문연) 활동을 하면서 틈만 나면 민통선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자연스레 민통선의 역사와 문화, 정치군사, 분단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운동이 너무 서울 중심, 구호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분단의 가장 큰 피해자가 사는 곳이 비무장지대인데도 그걸 잘 몰랐다는 자성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민통선은 그에게 운동의 화두가 됐다.

 


                 연평도 용치. 북의 선박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 용치는 되레 우리마음을 막아버렸습

                 니다.

                  연천 차탄천: 지뢰제거작업반이 오기전 차탄천엔 여명의 화엄이 미리 와 있었

                  습니다.

 

이씨는 일반인들에게 비무장지대를 알리는 데도 열성이다. 꾸준히 비무장지대 답사를 인솔해서 비무장지대의 의미를 일깨우는 그는 가장 뿌듯한 때로 “답사 참가자들이 분단의 현장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때”를 꼽는다.

 

“한강하구수역이 비무장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배가 다닐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다. 현장을 직접 보지 않으면 전문가들조차 비무장지대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다. 여행은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론적 측면을 미학적 측면에서 완성하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번 겨레하나 DMZ 기행에서 그는 유엔사해체와 비무장지대가 어떻게 평화와 통일에 기여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이씨는 “최근 비무장지대를 환경천국으로 묘사하는 것은 왜곡과 날조거나 오해일 뿐”이라며 “환경이 가장 파괴된 곳이 비무장지대”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결국 비무장지대는 정치군사 문제”라며 “유엔사 해체만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한미일 삼국동맹은 유엔사라는 조직구조를 통해 존재한다. 유엔사가 있기 때문에 한반도는 유엔안보리 결의나 한국 대통령에게 통보하는 절차도 없이 순식간에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유엔군사령관의 지휘아래 한반도 분쟁시 자동개입하게 된다.”

 

이씨는 “유엔사는 한미연합사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며 “유엔사를 해체하면 한미연합사도 자연스럽게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1975년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연합사를 해체하겠다고 공언해놓고 편법으로 만든 것이 한미연합사”라며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연합군 작전통제권을 이양한다고 되어 있지만 그것은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할 때만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오른쪽 사진: 판문점의 유엔사경비대 험비차량 )

 

연합사를 해체하면 한미연합사도 해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주한미군의 작전통제권도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연합사 해체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패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약한 고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평화통일이 되라도 북한 지역 관할은 유엔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유엔사 문제는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국노가 아니라면 유엔사 해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지난 6월20일부터 8월13일까지 국토를 종단하고 일본 각지를 돌며 유엔사해체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알렸다. 그는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유엔사 해체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금강산 감호: 하늘은 제 얼굴이 보고 싶어 비를 내렸습니다.

 

이씨는 “비무장지대(DMZ)는 무늬만 비무장지대일 뿐 사실은 중무장지대”라며 “비무장지대는 사람들에게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곳”이라고 꼬집는다. “사람들이 비무장지대를 말할 때는 중무장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비무장지대라는 이미지에 비무장이라는 원래 개념이 들어맞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단체제의 실체가 비무장지대이다. 분단은 생활속에 들어온 전쟁이다. 언제든 전쟁이 우리들 일상 한가운데에 들어올 수 있다. 분단을 해결하고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면 비무장지대를 피해갈 수 없다. 일부러라도 관심을 가져달라.”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제공=이시우 사진작가


“분단을 알아야 통일을 안다”

 

겨레하나 DMZ 교육․기행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는 “분단과 아픔의 상징인 ‘분단선’(DMZ와 민통선)을 통일의 희망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25일부터 12월11일까지 매주 월요일 ‘겨레하나 DMZ교육․기행’을 시작한다. 겨레하나 DMZ교육․기행은 장기적으로 DMZ기행 가이드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통일 현장교육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겨레하나 DMZ교육․기행은 분단을 극복하는 장으로 ‘분단선’을 폭넓게 고민하기 위해 △DMZ 주변에 사는 사람들(한광복 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실장) △남북경협(정영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전임연구원) △대인지뢰(조재국 대인지뢰대책회의 집행위원장) △생태와 미군부대현황(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등 다양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11월 20일과 12월11일에는 최양현진 겨레하나 대외협력팀장과 사진작가 이시우씨가 파주와 철원 지역 현장답사를 이끈다.

 

최 팀장은 “비무장의 평화지대, 무한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는 DMZ의 본질은 바로 지뢰와 철조망으로 뒤덮인 전장터”라며 “전장터를 제대로 아는 것은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아는 과정”이라고 DMZ교육․기행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통일운동을 하면서 활동가들조차 분단현장을 외면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땅굴, 정전협정 위반, 생태계 파괴 같은 민감한 문제도 정면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MZ기행은 전부터 여러 단체에서 하던 사업이지만 전문적 내용을 마련하진 못했다. 겨레하나에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통일운동”을 벌이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9월부터는 가이드를 고민하는 10여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공부와 토론을 병행하고 있다. 조미애 겨레하나 정보통신팀장은 “이들은 대부분 대중사업을 하는 활동가들”이라며 “대중과 함께하는 통일운동을 고민하다보니 통일 현장교육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0월 22일 오전 11시 3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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