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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퇴행, 2014년 한국 정치의 열쇠말

by betulo 2015.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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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 나라는 지금 가뜩이나 얕은 뿌리마저 말라가는 건 아닌지 불안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OECD 국가 중 9년째 자살률 1위, 출산율은 세계 꼴등 수준인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희망’은 잘 보이지 않는데 손잡아주는 ‘이웃’, 국민을 책임져 줄, 최소한 책임지려는 자세를 가진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살기도 팍팍하고 힘겨운데 내 새끼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지금보다도 더 거시기하다면 누가 맘 편하게 애 낳고 싶겠는가 말이다. 

그 책임을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게 정치라면, 2014년 정치는 존재하지 않았다.여당의 정치는 청와대 눈치 보기와 방패막이 노릇에 그쳤고, 온갖 억지와 망언만 난무했다. 야당의 정치는 창조경제만큼이나 모호한 ‘새정치’라는 폭탄 속으로 자폭했고, 온갖 과목에 다 집착하다 정착 한 과목도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한 나쁜 학생 코스프레였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정치는? 구중궁궐의 암투가 있었을 뿐이다. 그 암투를 정치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퇴행[退行]: 발달이나 진화의 단계에서 어떤 장애를 만나 현재 이전의 상태나 시기로 되돌아감. 또는 그런 일.

그래서 2014년 대한민국 정치를 상징하는 단어는 “퇴행”이다.

노무현 정부는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고, 이명박 정부는 우측 깜빡이 켜고 역주행을 했다. 이번 정부는 그냥 빠른 속도로 후진을 할 뿐이다. 말로는 창조니 3.0이니 미래니 하며 엑셀레이터를 밟는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냥 뒤로 간다.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다. 신386, 공안정국, 정당해산, 서북청년단 재건, 사제폭탄 테러… 우리는 어떤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로 뒷걸음질 치는 한국 정치를 볼 수 있다.

뿌리 얕은 나라를 사는 국민들은 피곤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신기루를 찾아 나선다. 지난번 신기루는 안 씨 성을 가진 진인(眞人)이었고, 다음번 신기루는 반 씨 성을 가졌다는 소문이 들린다.

“어리석은 짓은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고 몇 번이고 또 그 일을 되풀이하고 그러면서 다른 기대를 소망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2015년은 우리의 부모 세대가 그토록 뼈 빠지게 일했는데 왜 현실은 이렇게 돼 버렸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다시 생각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해답은 ‘정치’에 있으므로.


슬로우뉴스 기고문 중 일부를 발췌하고 보완한 글입니다. 위 이미지는 사실 '후진'이 아니라 '유턴'이라 원래 의도와는 다르다. 하지만 후진을 적절히 표현한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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