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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중구난방 긴급전화, 이제는 통합하자

by 자작나무숲 201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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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전 8시 52분 세월호에 타고 있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이 소방방재청에서 운영하는 119로 전화를 걸어 최초의 구조 요청을 한 뒤 30분 동안 119에 접수된 신고는 23건이었다. 반면 경찰청의 112에는 4건이 접수됐고 해양경찰청이 운영하는 해난사고 신고전화 122에는 구조 요청 신고가 한 건도 없었다. 


122 번호를 아는 사람들이 나중에 6건을 접수했을 뿐이다. 또 119에 신고한 학생들도 119로부터 “122로 전화를 돌리겠다”는 말을 듣거나, 119에 이미 신고한 내용을 122에 다시 신고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여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공기관 응급신고 전화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부문별로 9개나 되는 현행 응급신고 전화는 서로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중복도 심해서 국민들에게 혼선만 초래한다. 번호 자체도 제각각이라 “국민들 암기력 시험하느냐”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다.


 지금같은 응급전화 체계는 막대한 행정비용을 초래한다. 가령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현관문이 안으로 잠겨있는걸 알았다.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소방서(119)와 경찰서(112)에 모두 신고했고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모두 출동했다.


 간첩신고만 해도 111(국가정보원), 113(경찰청), 1337(군)이 제각각 운영한다. 경찰청 안에서도 범죄신고(112)와 간첩신고(113), 117(학교폭력) 번호가 따로따로다. 거기다 각 기관에서 만든 129(아동학대), 182(미아신고), 1331(인권침해), 1332(금융피해 신고), 1366(가정폭력), 1398(부정부패) 등 30여개에 이르는 각종 신고·상담전화까지 더하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응급신고가 중구난방이다 보니 개별 응급신고 전화는 운영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해양경찰청이 운영하는 122 신고전화는 2007년 개통해 최근 5년간 예산 약 43억원을 썼지만 접수건수 5만 3190건 가운데 긴급 해양사고와 관련한 신고는 4481건에 불과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에선 119상황실을 통해 학생과 통화하면서 위도와 경도를 묻는 황당한 대처로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응급신고 전화를 단일화하고 관리주체도 일원화하는 것은 국민안전과 직결된다. 미국은 범죄, 테러, 화재, 해양사고, 사고, 폭력 등 모든 긴급상황 신고를 911로 받는다. 숙달된 담당자가 신고자가 처한 상황과 위치 등을 파악해 지역 소방서, 병원, 경찰 등에 즉시 전달한다. 유럽연합은 회원국 어디서나 112 번호로 긴급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일원화했다.


 응급신고 전화를 일원화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소방방재청이 운영하는 119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고 많은 인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재 기지국 반경 이내로 한정돼 있는 신고자 위치추적 등 시스템을 정비하고 충분한 예산만 확보한다면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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