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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전까진 고교 무상교육 없다는 정부계획

예산생각

by betulo 2010. 9. 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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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무척 좋아했던 코미디프로에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란 꼭지가 있었다. 김형곤 회장님이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담은, 지금은 사라진 풍자극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 파업하겠다는 직원들을 무마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데 한 이사가 자신있게 외친다. 대충 이런 식이다. “2000년까지 초중고 등록금 전액 지원해주는 겁니다.”

회장님이 의아해서 물어본다. “그러다 약속을 못 지키면 어떻하지?” 이사 대답이 걸작이다. “그때쯤이면 국가가 다 해줄겁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이사들이 박수를 치며 좋은 생각이라며 찬성을 한다.

20년쯤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꿈꿨던 나라에서 살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기분 우울한데 정부가 앞으로도 15년 이상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안하겠다는 계획을 대놓고 내놓았다. 바로 10일 정부가 내놓은 제2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 시안이다.


2011년 출생한 둘째아 이상부터 고등학교 수업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결국 이 아이들이 고등학생 되는 2027년까지도 의무교육 안해주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진보신당은 생색내기 발상이 우습다고 했는데 내 눈에는 그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하다.

저출산고령화 2차대책 시안의 본질에 대해서는 진보신당 정책위원회가 낸 정책논평이 좋은 참고가 될 듯 하다. 정부는 보육․교육비 전액 지원 대상자를 소득 하위 50%에서 2012년까지 소득하위 70%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은 지난해 정부가 정부가 밝힌 아이사랑플랜에 이미 2012년까지 소득하위 80%까지 보육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보다 오히려 10% 후퇴했다는 뜻이다.

2012년까지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틀니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것 역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서 2012년까지 75세 이상 노인에게 5년에 한번씩 비용의 절반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번 시안에선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정부 높은데 계시는 분들이야 서민들이 왜 출산 기피하는지 알 리 없겠지만 사실 서민 입장에선 저출산 원인은 뻔하다. 먹고 살 돈 부족하고 일자리 걱정에 양육부담은 너무 많고 사교육에 교육 고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저출산문제, 공공육아, 장시간 노동문제, 사교육문제, 학벌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저출산 해결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 보인다.

정부가 강바닥 파헤치는 데 들이는 예산과 관심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국공립보육시설에 쓰기만 해도 저출산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4대강사업으로 정권재창출하겠다는 분들한테 더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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