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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해외 재정문제

감세가 미국 경제를 구원할까?

by 자작나무숲 2010. 9. 2.
미국 정부가 좀처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감세 조치를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조세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공포했던 한시적 감세법안 만료 시점이 올해 말이기 때문에 감세법안 연장 여부문제를 이번달에 본격 논의할 예정인 미 의회에선 전운이 감돌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추가 부양책과 관련해 올해 만료될 예정인 감세조치 연장과 기업에 대한 추가 감세 등을 고려중이라면서 의회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이 조치들을 승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보 없는 감세-증세 논쟁

 소득세 감세 문제는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감세조치를 연장하게 되면 앞으로 10년간 6800억달러(약 802조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세정책은 미국 전체 인구의 1% 부유층에만 혜택을 줄 뿐”이라면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줄 생각이라면 그 돈으로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 상공회의소와 전미제조업협회(NAM) 등은 지난달 23일 상원에 서한을 보내 “오바마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은 감세정책 지속 여부와 관련해 상원에서 엄격한 입법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구상하는 ‘중산층 감세연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이슨 퍼먼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은 지난달 31일 일시적인 조세감면 연장은 영구적인 조세감면의 문을 열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의 경제를 미끄러운 비탈길에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산층에 대한 감세 연장조차도 최대수혜자는 결국 부유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밝힌 “기업에 대한 추가 감세 검토”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법인세 인하 여부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3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9.5%보다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케이토(CATO) 재단은 최근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이 법인세가 가장 높다.”면서 법인세율을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성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중요한 건 ‘어떤 감세를 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을 붙잡는 심리적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감세가 경제에 도움 될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7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감세안 연장이 여전히 부양을 필요로 하는 미국 경제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감세가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감세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세금을 깎아주면 여유자금이 생긴 부자들이 소비를 더 많이 해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다시 세입 증대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지금까지 낙수효과를 입증해주는 어떠한 연구성과도 나온 적이 없다.”면서 “입증된 것은 단지 감세조치가 소득불평등과 정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감세 주장은 근거없는 희망에 기댄 ‘신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당장 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만 경기회복이 가능한 상황에선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은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천문학적 수준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국제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더블딥 가능성은 낮겠지만 제조업 약화와 고령화, 양극화로 인해 유효수요 창출이 제대로 안된다는 점에서 경기회복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9월2일자 서울신문. 일부 표현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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