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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평택 미군기지 이전

“지역현안 "리더"가 따로 없다” (2004.5.28)

by 자작나무숲 2007. 3. 12.
“지역현안 "리더"가 따로 없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이끄는 사람들
2004/5/28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평택 지역운동 역사는 10년이 채 안된다. 길게 잡아야 15년 안팎인 평택 지역운동가들에게 미군기지이전이라는 전국적 사안을 풀뿌리 운동으로 다룬다는 건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자 투쟁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평택의 18개 지역운동단체들이 결성한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이호성 청년21 회장(왼쪽 사진)은 요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한 단체라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일도 18개 단체가 모여서 하다보니 한 가지를 결정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모임약속 잡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제각각인 단체들의 고민과 지향을 조율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 위원장은 “그래도 올해는 사무국장이 생겨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물론 강점도 있다. “18개 단체가 사실상 평택 시민사회단체를 거의 다 포괄하다 보니 평택 민중연대보다도 더 넓은 연대틀을 갖고 있다. 대책위에서 논의하는 문제는 평택의 모든 시민사회단체에 공유된다. 미군기지 반대운동이 평택 지역운동에 그만큼 파급력을 갖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단체마다 자기 사업이 있는데 미군기지 문제로 역량이 분산되는 면이 있다”며 “미군기지 문제가 지역운동에 부담을 주는 면도 부정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 때문에 대책위는 분기별로 잡는 핵심사업을 빼고는 일상적 시민선전사업에 주력한다. 5․29같은 대규모 행사가 한 축이라면 시민선전홍보가 다른 축이다. 하반기에는 주민총투표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미군감축 얘기가 나오면서 최근 미군기지확장반대여론이 다시 좋아지는 추세다. 이 위원장은 “시민들이 먼저 물어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찬반토론하는 모습도 자주 본다”고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여중생사건과 매향리투쟁을 거치면서 시민들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예전엔 정부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시민의 힘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대책위가 시민선전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것은 그런 배경도 작용했다.

 

대책위는 얼마전까지 핵심구호로 내걸던 ‘미군기지평택총집결반대’ 대신 요즘은 ‘우리 땅을 지키자’는 구호를 많이 쓴다. 이 위원장은 “미군기지평택총집결 반대라는 구호가 대중들의 정서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전부터 있었다”며 “대중들이 공감하기 쉬운 구호를 찾다보니 쓰게 된 게 ‘우리 땅을 지키자’인데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 주민들이 그 구호를 특히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역운동 역사는 짧아 축적된 힘은 적고 인적자원은 부족한데 미군기지이전이라는 엄청난 사안을 다뤄야 하니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도 “전국의 많은 단체들이 관심갖고 도와주는 걸 보고 지역운동가들이 힘을 많이 낸다”고 흐믓해 했다.

 

지역운동가 대부분이 민노당 평택을지구당 소속 당원이다. 민노당이 지역운동에 차지하는 위상은 그만큼 높다. 이 위원장은 “아무래도 정당인 민노당이 대책위에 참여하다 보니 좋은 점도 많지만 애매한 부분도 생긴다”고 털어놨다. 5․29 평화축제도 처음에는 민노당이 동참하려다가 시민들 눈에 혹시라도 안좋게 비칠까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팽성읍 대책위는 팽성 주민들의 조직”

 

팽성읍 캠프 험프리 바로 옆에 위치한 대추리 황새울 들녘. 부처님오신날인데도 한창 일을 하다가 논에서 나온 김지태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읍대책위원장(대추리 이장, 오른쪽 사진)은 “팽성읍 대책위는 팽성읍 이장협의회, 새마을 남녀지도자 협의회 등이 자체 결의해서 만들었다”며 “대책위는 팽성읍 농민들의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어느 시골마을이나 그렇듯이 팽성읍도 “60대 초반도 청년소리 듣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년층이 대다수다. 거기다 시골은 마을마다 분위기가 제각각이다. 결국 대책위 활동은 대추리처럼 미군기지반대여론이 압도적인 마을주민들과 각 마을의 40-50대 농민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점이 대책위의 대중성에 장애요인이 된다.

 

도시처럼 대중선전사업을 하기도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다른 대책위 사람들과 함께 지난해 겨울 20개 마을 이상을 다니며 설명회를 연 적이 있다. “노인들 가운데 ‘니들이 6.25를 겪어봤냐’고 말하는 사람 있더라구. 그런 사람은 얘기하다가 말이 막히면 ‘빨갱이라 말만 잘한다’고 하거든.”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황새울 들녘. 논 너머 캠프 험프리 미군기지가 보인다.

 

어려운 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대추리 옆마을인 도두리의 경우는 평당 20만원도 안되던 땅값이 요즘 70만원 정도까지 올랐다. 김 위원장은 “사람들 기대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추리만 반대하니까 땅값이 안 오른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에선 안정리가 미군기지 이전 찬성여론이 압도적이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상인이 아닌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고 그들은 기지이전반대 여론도 상당히 높지만 대놓고 얘기를 못한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안정리가 생활터전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안정리 밖에서 일한다. 그러다보니 안정리 일에 이러니저러니 말을 못하는 거다.”

 

여러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팽성읍대책위는 정부의 토지매입을 잘 막아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땅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벌써 다 팔았다”며 “그런 사람들은 전체의 10%도 안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위원장은 “농사꾼은 땅과 함께 사는 것”이라며 “미군기지가 아니라 정부청사나 서울대가 온다고 해도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특히 “토지공사와 국방부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땅을 팔도록 은근히 협박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어제 토지공사와 국방부 직원한테 ‘니들은 돈밖에 모르냐. 니 마누라 나한테 팔아라. 돈 많이 쳐줄게’라고 말했지. 아무말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더라구.”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5월 28일 오전 3시 1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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