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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세계‥사회‥포럼‥“국제 엔지오 논쟁해결 실마리” (2004.1.29)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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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국제 엔지오 논쟁해결 실마리”
[세계사회포럼]반전,반미 주요 이슈 떠오르고 문화행사 활발
조직위 비민주성,노선,연대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
2004/1/29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4차 세계사회포럼이 지난 21일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전세계에서 모인 8만여명의 참가자들은 1천2백여개에 이르는 각종 행사, 거리행진과 문화공연 등을 기억하며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로에서 열리는 내년 세계사회포럼을 기약했다.

 

제4차 세계사회포럼은 △처음으로 브라질이 아닌 인도에서 개최됐고 △반전과 반미가 주요이슈로 부각됐으며 △강의실 토론보다 거리행사와 문화행사가 활발했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계사회포럼의 노선과 운영방식 △세계사회포럼을 조직체로 할 것인지 ‘운동들의 운동’으로 남을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 등 수많은 과제도 남겼다. 이성훈 팍스로마나 사무총장은 “세계, 사회, 포럼 세 가지가 세계사회포럼을 둘러싼 논쟁을 푸는 실마리”라고 지적했다. 세계는 규모의 문제, 사회는 내용의 문제, 포럼의 형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행사장을 항상 가득 메우던 거리공연과 시위는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백미로 손꼽힌다. 그 점을 의식한 듯 인도조직위는 “민중과 함께하는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포럼이었으며 민중과의 만남이 가능했던 세계사회포럼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효우 로코아(LOCOA) 총무는 “미흡한 시설과 복잡한 교통, 흙먼지 날리는 거리가 오히려 정답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세계사회포럼 행사장에서 신나게 춤추며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달리트, 이름하여 불가촉천민들이 있다. 카스트제도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들은 행사장에서는 당당하게 춤추며 노래하지만 행사장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면 제대로 고개도 못들고 다닐 정도로 일상화된 차별을 겪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달리트에게는 이렇게 모여서 한판 잔치를 벌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세계사회포럼은 그 자체가 해방구이자 잼버리 대회”라고 일러줬다.

 

결론을 짓지는 못했지만 ‘세계사회포럼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조직화를 단행하는 방안’과 ‘포럼 자체는 유지하면서 느슨한 연대의 토론을 하는 방안’은 4차 세계사회포럼 전부터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이매뉴얼 윌러스틴 예일대 교수는 “어떤 조직도 진정한 민주주의가 없다”며 “세계사회포럼이 공식적인 네트워크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사회포럼이 누구나 제약없이 참여할 수 있는 무조건 열린 공간으로 남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윌러스틴은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를 세계사회포럼 전체 상황에 대한 정보접근권 정도에 따라 △모든 상황을 아는 조직위원회 등 내부자(insider) △뭔가는 알지만 다 알지는 못하는 중간그룹 △전혀 모르는 일반참가자 세 가지로 분류하며 세계사회포럼 조직위의 비민주성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조희연 교수(성공회대)는 “현존 지구화의 파괴성에 대한 저항이란 면에선 의견공유가 되지만 대안에 대한 합의 수준은 낮다”며 “세계사회포럼은 지금 과도기”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다양하니까 오히려 특색이 없다. 행사가 너무 많으니까 뭐가 뭔지를 모르는 역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세계사회포럼이 환경포럼이나 인권포럼 등 주제별로 분화된 포럼을 총화하는 방식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사회포럼 내실화를 위한 지향점이 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사회포럼 행사장 맞은편에는 뭄바이 레지스탕스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의 활동방식에 반발한 일부 세력이 따로 조직한 행사가 뭄바이 레지스탕스이다. 뭄바이 레지스탕스 쪽은 행동을 강조하면서 ‘얘기는 지겨울 만큼 했다. 언제까지 얘기만 할거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사회포럼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미나 메논(인도 조직위)은 “한자리에 모여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 세계사회포럼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반박한다.

 

무력투쟁을 배제하지 않는 뭄바이 레지스탕스와 비폭력노선을 추구하는 세계사회포럼, 정치적 성향이 강한 뭄바이 레지스탕스와 정치조직과 군사조직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세계사회포럼. 한편에선 “세계사회포럼은 개량”이라고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선 “세계정치포럼이냐 세계사회포럼이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에 ‘사회’와 ‘정치’를 둘러싼 팽팽한 긴장이 존재한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참가자-조직위 "따로국밥" 아쉬움"

[인터뷰] 엄기호 우리교육 실장

 대안은 없고 권력문제만 집중


“투쟁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공동체를 맥락화하고 담론화해야만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제4차 세계사회포럼은 성공적이었나? 대다수 언론에서 세계사회포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교육 엄기호 자료조사실장의 생각은 다르다. 국제단체에서 3년 동안 활동한 덕분에 국제운동의 흐름에 해박한 그는 “참가자들과 조직위가 완전히 따로 놀았다”고 혹평한다. 거리에 모인 대다수 참가자들은 빚,집,물,차별 등을 문제삼는데 주최측은 반전만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거리’는 민중들의 해방구였지만 조직위 주최 행사는 선동만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엄기호씨는 “투쟁경험을 나누고 운동의 영감을 얻기 위해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했지만 거리를 빼고는 별로 영감을 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제4차 세계사회포럼을 어떻게 평가하나.

 

△행사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세계사회포럼인지 세계정치포럼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정치와 사회를 이분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4차 세계사회포럼은 사회적 이슈가 정치화하지 않고 정치적 이슈가 사회적 이슈를 강제했다. 다양한 운동을 반전으로 수렴할 수는 있어도 반전을 다른 운동에 강제할 순 없다. 거리와 워크숍에서 제기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조직위가 주최한 컨퍼런스는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 개막식에서도 영감을 주는 연설은 하나도 없었다. 반전이라는 명제를 대중들에게 선동할 뿐이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인가.

 

△솔직히 세계사회포럼이 가면 갈수록 초심을 잃고 권력 문제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안 실천, 대안 패러다임, 대안 시스템이라는 대안의 세 요소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대안 시스템은 다시 대안 권력과 대안 가버넌스로 나눌 수 있다. 조직위 측에서는 안타까울 정도로 대안 권력 문제에만 집중했다. ‘어떤 원리로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는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대안 실천 중에서도 정치적 투쟁만 강조하고 사회적 투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거리에서 혁명을 꿈꾸는 정치적 순간만 우선시하고 비정치적 일상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도 인상 깊었다거나 긍정적으로 보는게 있을 듯한데.

 

△거리가 활성화된 건 정말 멋졌다. 수많은 민중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 공간을 만들어냈고 그 속에서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보수적인 인도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지나가는 사람들 몸에 무지개 스티커를 붙여주는 시위를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컨퍼런스가 보다 겸손하게 거리의 언어에 귀기울였다면 훨씬 나은 세계사회포럼이 되었을 것이다. 한 HIV양성자가 “스스로를 인권활동가로 적극적으로 재규정하자”고 말하는 걸 듣고 무릎을 쳤다. 바로 그런 얘기를 듣기 위해 인도에 간 거다.

 

-영어와 힌두어 위주로만 행사가 진행돼 힘들어한 한국 참가자들이 많았다.

 

△영어제국주의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면 영어를 배워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영어 잘할 생각하지 말고 콩글리쉬 잘할 생각하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영어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영어는 바로 콩글리쉬이다. 하나 더 얘기한다면 영어(English)가 아니라 영어들(Englishes)이 있다는 것이다. 인도 영어와 영미권 영어는 분명히 다르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다양한 영어들을 알아듣는게 중요하다. 

 

-한국시민사회의 국제연대 발전을 위해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세계사회포럼에서 한국참가단은 3백명이 넘었다. 국제활동 경험을 쌓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른 나라 따라하는게 국제연대가 아니다. 의제를 설정하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진정한 국제연대이다. 네트워크는 영어 못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한국 시민사회에선 국제회의 참석하는게 국제연대의 전부인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영어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1월 29일 오후 12시 3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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