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재미있는 예산공부 ②
‘공짜로 내려받는 돈’ 도덕적 해이 부른다
2006/7/5
“재정을 알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미국 경제학자 슘페터) “재정구조가 국가기능을 주로 결정한다. 예산은 각종 이데올로기 장식을 걷어낸 이후에 나타나는 국가의 골격이다.”(오스트리아 사회학자 골트샤이트)
정책을 이해하려면 예산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시민사회가 예산감시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예산감시운동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을 느끼는 시민운동가가 적지 않다. <시민의신문>은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과 함께 시민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 ‘알고 보면 재미있는 예산공부’를 마련했다. 강좌는 6월 16일, 6월 30일, 7월 7일, 7월 14일 오후 2시~5시에 <시민의신문>에서 열리며 시민운동가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강의 순서는 강사 사정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다.) /편집자주
△1강: 예산과 결산
☞ △2강: 지방재정 이해와 과제
△3강: 중앙재정 이해와 과제
△4강: 예산감시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분권은 책임감을 전제로 한다. 지자체는 책임감을 갖고 지방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물론 그
“지방분권은 책임감을 전제로 한다. 지자체는 책임감을 갖고 지방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풀뿌리단체들이 무책임한 지자체에 책임감이라는 족쇄를 채워야 한다.”
지자체 예산감시운동을 위해서는 지방재정과 중앙재정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그 핵심은 재정이전제도다. 지방에 이전한 재원은 2005년 결산기준으로 △교부금 43조2천억원 △국고보조금 11조원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5조4천억원 등 약 59조7천억원에 이른다.
결국 재정자립도가 10%가 안 되더라도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 사업에 쓰고 싶은 예산이 없을 뿐’이다.
지방재정이 ‘밑빠진 독’이라고 비판하는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은 지방재정 낭비 원인으로 세입·세출구조와 지방재정운용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중앙정부한테 받는 의존재원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지자체의 행정서비스 편익과 비용부담을 일치시키지 못함으로써 재정운영에서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고 강조한다.
세입과 세출 사이에 괴리가 클 경우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재정착각’에 빠지기 쉽다. 축제·행사 경비가 급증하는 현상이나 청사·회관 등 대규모 건물을 건축하는 사례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지방세 징수율은 2000년대 들어 90% 이하로 떨어졌고 2003년의 경우 체납징수율이 15.6%에 불과했다”며 “지자체는 중앙에서 떨어지는 돈에 눈이 멀어 자체수입 확보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방재정 관리와 운영에서도 기획력과 예측력이 부족하고 재정관리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시민적 통제장치가 미흡하다. 정 전문위원은 먼저 선심성·낭비성 예산지출 현상을 지적한다. 각종 행사 경비는 2003년 737억원에서 2004년 989억원이었고 급기야 2005년에는 1천225억원에 이르렀다.
사회단체보조금 등 민간에 대한 보조금 지출이 자치단체장의 대표적인 선심성 경비로 지목된다. 민간경상보조 비중은 2003년 3.1%, 2004년 2.8%, 2005년 3.2%에 이르렀다. 정 전문위원은 “서울시 예산에서 3.2%는 3천600억원 가량”이라며 “그나마 이런 보조금도 자유총연맹·새마을·바르게살기 등에 편중돼 있다”고 꼬집는다.
계획성 없는 예산편성은 추경예산 편성이 관행이 되버린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정 전문위원은 “지자체 평균 추경예산 편성이 2~3회이고 일부 지자체는 5회 이상 편성한다”며 “2004년에 당초예산 대비 추경예산편성 비율의 전국평균은 13.6%였다”고 지적했다.
지방세수 예측도(지방세징수액-당초 지방세예산/당초 지방세 예산)의 전국평균(2003년)은 0.12였고 특별·광역시와 군의 경우 각각 0.15, 0.20으로 나타나 세수예측에서 오차도 매우 크다. 재정관리에서 사각지대도 남아있다. 재정운영수지, 체납채권, 지방세·세외수입과오납 등은 재정관리에서 중요하지만 많은 지자체에서 소홀히 다룬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미래를 지향하는 재정운용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 예산과정에서 주민참여·감시·통제 통로가 제한돼 있고 심지어 재정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경남 거창에서 예산강의를 들으러 온 최성식씨(함께하는거창)는 “간단한 예산내역서 하나 받아내는데 1년 가까이 싸운 적도 있다”며 답답한 현실을 증언할 정도다.
정 전문위원이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보다도 “예산편성과 심의단계에서는 참여예산, 예산집행과 결산단계에서는 예산감시운동”이다. 이와 함께 그는 자체재원확보, 운영효율성 제고, 책임성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자체도 양극화, 수평적조정제도 필요
재정이전제도와 함께 주목해야 할 제도는 지방재정조정제도이다. 정 전문위원은 “재정이전제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관계를, 지방재정조정제도는 지자체간 예산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방재정여건은 대단히 불균등하다. 양극화라 불러도 그리 틀리지 않을 정도다.
지자체가 자체로 충당할 수 있는 재정수입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재정자립도’(지방세+세외수입/세입결산액)을 보면 서울시 96.24%, 서초구 90.81%, 경기도 82.02%인데 반해 전남 18.45%, 강릉 7.05%, 의령 5.79%에 불과하다.
기본행정수행을 위한 재정수요를 확보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재정력지수(기준재정수입액/기준재정수요액)은 차이가 더 크다. 서울시 강남구는 191.10%, 경기도 용인시 190.54%, 서울시 110.54%이지만 전남 29.23%, 계룡 13.71%, 전남 신안군 5.92%로 극심한 격차를 보인다.
정 전문위원은 “현행 지방재정조정제도는 수직적 조정만 있지만 이제는 수평적 조정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와 함께 “외환위기 당시 검토하다가 흐지부지된 ‘지자체 파산제도’도 고려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방재정조정제도에 대한 평가의 핵심은 지자체 재정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가운데 지자체별 재정여건 불균등을 시정하는 것”이라며 “자체재원보다는 자주재원 확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7월 4일 오후 18시 5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57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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