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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판결을 비평한다

부정부패 눈감아 준 편협한 판결

by 자작나무숲 2007. 3. 30.
부정부패 눈감아 준 편협한 판결
[판결비평 7]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무효 확인 사건
임시이사 권한 달리 규정·재산권인정 등 무리한 판단
사립학교 공공성 강화한 사학법 개정안과도 정면 배치
2006/3/27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지난 2월 14일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조용호, 김환수·김운호 판사)는 상지대 임시이사들이 임시이사체제를 종료하여 정이사를 선임할 때 비리혐의 등으로 물러났던 과거 이사들과 협의 없이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사립대의 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결했다(선고 2004나30776). 2심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과거 이사들은 이미 임기가 종료되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한 1심 판결(2004가합52)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임시이사의 권한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부패혐의로 물러났거나 이사 취임 승인이 취소된 과거 이사들과 정이사 선임을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의 권한과 의무는 정이사와 동일하다’는 종래 대법원 판단과도 배치한다.
과연 이 판결은 공교육기관으로서 사립학교의 특성을 무시하고 개인의 사적재산으로 본 것인가.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인가 공적재산인가.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일곱 번째 주제로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무효 확인 사건’으로 정했다. /편집자주

● 일시: 3월 23일 오후 3시
●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 사회자: 박경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 참석자:
   임재홍 영남대 법학부 교수
   한정이 임시이사파견학교공동대책위 정책국장
   김봉억 교수신문 기자

△박경신: 지난달 서울고등법원 민사부는 상지대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한 것을 무효로 판결했다. 먼저 판결비평문을 쓴 임재홍 교수의 의견을 듣고 싶다.

△임재홍: 이번 판결의 논지는 두 가지다. 임시이사는 정이사 선임권이 없다는 것과 정이사선임에 대한 인가행위를 ‘수용’으로 보고 이것이 학교법인의 경영권 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학교법인에서는 사립학교를 사적재산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고법은 사립학교를 소유물로 보는 이런 입장을 수용하는 편협한 판결을 내렸다. 학교는 재산 이전에 공적기관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재산은 공교육을 위해 기증한 물건에 불과하다.

‘수용’부분도 마찬가지다. 학교법인에 재산을 무상으로 기증했기 때문에 증여로 봐야 한다. 이사장이 재산출연자 혹은 그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 게 아니다. 결론을 전제해 놓은 무리한 판결이라고 본다.  김문기씨가 상지대 설립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확정판결도 나왔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번 판결은 김씨와 옛 이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굉장히 복잡한 논리를 동원했다. 법학자조차 이해하기 힘든 논리가 사법부에서 나온다.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일곱번째 주제인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무효 확인 사건'으로 좌담회를 가졌다.
양계탁기자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일곱번째 주제인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무효 확인 사건'으로 좌담회를 가졌다.

△박: 전 상지대 이사장이었던 김문기씨는 1993년 공금횡령과 금품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시이사들이 그해 파견돼 학교를 운영하다가 2003년 12월 임시이사들이 학교를 운영할 정이사를 선임했다. 학교정상화를 위해 학교에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얼마나 권한을 갖느냐가 쟁점이었다. 현장을 취재했던 김봉억 기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김봉억: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먼저 임시이사 권한을 이전과 다르게 구체적으로 규정했다는 것, 사립학교 재산권을 인정했다는 점, 상지대 사태에 대한 판결이라는 것 세 가지다. 사립학교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게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취지였다. 이전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으면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사법부 개혁이란 측면과도 연관된다. 이전까지 사립학교를 보던 관점과 너무나 다른 억지에 가까운 판결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번 판결은 주목해야 할 판결이다.

△박: 교수신문은 해당 판사와 원고측 변호인이 동창관계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것은 분명 법조시스템 공공성에 대해 고민꺼리를 던져준다. 학교법인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다.

개인 영리행위 꼴불견

한정이 임시이사파견학교공동대책위 정책국장.
양계탁기자
한정이 정책국장.

△한정이: 1990년도 사학법인연합회는 연수회에서 ‘사학을 위해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친 공공재산’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학교는 건학이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학교자치에 맡기는 게 법인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본다.

△박: 교육부가 어떤 기준으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건학이념에 맞다고 보나.

△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법인이사회가 모든 권한을 가지면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학내구성원들은 법인이사회에서 무엇을 결정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법인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나온 게 개방형이사제다.

△임: 재산출연자가 학교를 통해 사적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사립학교법상 범죄에 해당한다. 재산출연자나 법인이사회가 수익사업을 하고 그 이윤을 학교에 제공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학교영역을 법인영역으로 빼돌리고 그것을 다시 개인의 호주머니에 넣는 비리가 많이 발생했다. 학교를 세운 목적이 공익인지 영리행위인지 불분명하다. 개인의 영리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설립은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김봉억 기자.
양계탁기자
김봉억 기자.

△김: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들을 취재해보면 사학비리의 근본원인은 학교를 재산으로 보는 사학재단 설립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돈을 냈는데 왜 재산권을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항변하지만 과연 그들이 얼마나 이바지했는가. 사학재단은 운영을 거의 대부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한다. 그러면서 재산권을 주장하는 건 모순이다.

△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타났듯이 전국 353개 대학 가운데 4년제 대학은 재단전입금 비율이 평균 10%, 전문대는 평균 4%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등록금으로 건물을 지으면 법적으로는 출연자의 출연재산으로 명시된다.

△박: 임시이사가 선임되는 과정과 기준은 어떤가.

△한: 기존 법인의 비리가 발각되었거나 법인 이사들이 다툼을 벌여 학교운영이 정상적으로 안될 때 임시이사를 파견한다. 상지대도 10년 가까이 싸웠다. 실제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립학교는 거의 다 학내 민주화투쟁을 몇 년간 거쳤다. 기업체 경영자가 부도를 내고 물러난 다음 사내 구성원들이 회사를 정상으로 되돌렸다면 물러난 경영진이 다시 회사에 돌아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임재홍 교수.
양계탁기자
임재홍 교수.

△임: 학교 운영이라는 성격 때문에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한다. 임시이사들이 학교를 잘 운영해 정상화됐을 경우 기존 이사장이 복귀한다면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대한 범죄행위로 학교구성원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옛 이사진이 복귀하는 것은 학내분규만 일으킬 것이라 본다.

△김: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립대를 여러 곳 취재해봤다. 많은 이들이 옛 재단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옛 재단이 복귀해서도 안되고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을 폈다. 법인이사들끼리 갈등이 생겨서 임시이사가 파견된 경우는 옛 재단에 결정권을 맡겨도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운영이 안된다.

△박: 임시이사 통제 문제는 어떻게 보나.

△임: 임시이사가 독단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은 없다. 학교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임시이사들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임시이사들이 결정한 사안을 인가하는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 만약 임시이사들이 학내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다면 교육부가 인가를 안할 것이다. 임시이사가 독단적인 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한: 임시이사들이 자산을 매각할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엄격히 통제된다. 그런 경우는 옛 재단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 지침이다. 사실 임시이사의 권한을 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진 않았다. 하루빨리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임시이사 권한 강화해야

△김: 임시이사들의 권한이 너무 적다고 본다. 임시이사가 파견된 조선대에서 성격이 비슷한 단과대를 통합하려고 할 때 교육부가 가로막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똑같은 사안에 대해 일반사립대는 장려한다.

박경신 실행위원.
양계탁기자
박경신 실행위원.

△박: 사립학교에 기부하면 어떤 특혜가 생길까.

△임: 상당히 많은 특혜를 받는다. 학교법인은 재단전입금을 내기 위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조세감면도 받는다. 공기업 재산에 대한 특혜부여와 같은 맥락이다. 법적인 문제 이전에 정치적이고 사실관계를 짚어보자. 최근 문제가 됐던 사학비리는 과거 공무원비리와 구조가 비슷하다. 과거에는 국가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교육을 개인에게 위탁하면서 사립학교가 많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개인이 법적인 보호 속에서 일정부분 이익을 챙기는 부정은 눈감아주는 관행이 정부에서도 있지 않았나 싶다. 과거 공무원부정부패도 국가가 공무원들의 임금을 제대로 못주기 때문에 눈감아주는 면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한: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립학교 설립자 가운데 친일파가 많았다. 친일하면서 모은 재산을 합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립학교가 많이 생겼다. 그런 역사적 맥락에서 사립학교를 재산으로 보는 관행이 이어져 온 것으로 본다. 이제는 이런 관행을 고쳐야 한다.

△박: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외부인사 2명을 이사로 선임하도록 했는데 반대자들은 그것만 가지고도 재산권 침해를 외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사립학교를 다닌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기괴한 경험’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한: 사립학교 정상화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정이사 전환을 보통 정상화라고 표현하는데 학교구성원들에게는 교육이 제대로 되는 게 정상화이지만 교육부나 사학법인 관계자는 재산권을 중심에 놓고 정상화를 본다. 정상화가 됐는지 아닌지는 학교구성원들이 제일 잘 안다. 옛 재단에게 돌려주는 게 정상화가 아니다. 그런 문제를 분명히 짚어야 한다. 상지대는 김문기씨가 1993년 물러났으면서도 끊임없이 ‘재산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지금도 상지대 앞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학교를 돌려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법학자도 이해 못할 논리

△임: 헌법이나 공교육이념과 배치되는 판결이 나온 배경에는 ‘재산출연자가 이사 선임권을 갖는다’는 법규정이 존재한다. 재산출연자가 학교법인을 설립한 목적을 겉으로는 건학이념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재산증식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재단 이사 선임권을 갖는다는 것은 재산관리인을 임명한다는 뜻이다.

재단출연자가 건학이념을 말 그대로 실천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목적이 재산 보존과 증식이라면 거기서 갈등이 나오는 것이다. 학교를 개인소유로 인정한 듯한 법규정을 지금까지 방치한 것도 이번 판결의 한 원인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많다. 개정안에도 경영과 학교운영을 분리할 수 있는 규정이 다 빠지고 교육부가 법인이사를 통제하는 부분만 남게 됐다.

외부인사 2명은 사실 내부고발자 정도밖에 안된다. 그런 역할을 그들에게 요구한다는 것은 본인들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내부고발을 한다고 법적으로 보호를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역할을 떠넘긴 것이다. 만약 내가 임시이사가 됐다면 나 역시 굉장히 고민스러울 것이다.

△김: 과연 한국에서 교육이란 게 도대체 무엇일까.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가 없다고 하지만 교육과 관련한 실제 문제는 별 관심을 못 끈다.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루려는 욕구만 높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번 판결이 나온 한 토대가 됐다고 본다.

△한: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뒤집어지리라 본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지금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들이다. 그 학교들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판결이다. 학교정상화를 위해 학내구성원들이 싸운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판결이었다. 대법원에서는 제발 올바른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상지대 사건 경과>

1962.3. 재단법인 청암학원 설립(설립자 원흥묵)
1973.11. 청암학원 임시이사였던 김문기씨가 이사장으로 취임, 재단인수. 상지학원으로 명칭변경.
1992. 한의학과 폐지를 둘러싼 학내분규 일어남
1993.4. 공금횡령과 금품수수를 통한 부정입학 등으로 김문기 이사장 구속
1993.4. 김문기 이사장 등 이사 전원 일관 사표
1993.5. 박재승 이사장 직무대행 신임이사 선임, 교육부에 취임승인신청
1993.6. 김문기씨 업무방해죄와 특가법(횡령) 위반으로 징역3년 선고받음
1993.6. 사립학교법 제25조에 따라 교육부가 임시(관선)이사 파견
1994.3. 대법원, 김문기씨에게 1년 6개월 선고 확정
2003.12. 임시이사회, 변형윤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
2004.1. 김문기씨 정이사 선임한 임시이사회 결의 무효확인청구소송 제기
2004.4. 춘천지법 원주지원, 소송 각하
2004.4. 김문기씨 서울고등법원에 항소
2006.2. 서울고법 민사5부, 임시이사회 결의 무효라고 판결

2006년 3월 24일 오후 18시 5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42호 8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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