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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판결을 비평한다

청렴계약제가 불공정약관?

by 자작나무숲 2007. 4. 6.
청렴계약제가 불공정약관?
[참여연대-시민의신문 공동기획] 9차 판결비평
부패추방 의지에 찬물 끼얹은 대전지법 가처분 결정
2006/9/20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지난달 11일 대전지방법원 제8민사부에서는는 S건설회사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2006카합774 계약해지 등 효력정지가처분’ 사건 판결이 있었다. 이는 부패방지를 목적으로 근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산하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청렴계약제와 관련한 법률적 쟁점과 관련해 대단히 주목할 만한 결정이다.
철도시설공단은 S건설회사 토목사업본부장이 철도시설공단 직원에게 공사의 관리감독 등에 편의를 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회식비 명목으로 2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한 사실을 들어 청렴계약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1년간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공사에 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했다. 대전지법 민사부는 이에 대해 양 당사자간에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일반조건, 공사계약특수조건 및 윤리실천협약서에 포함된 청렴계약조항들이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전지법 민사부는 청렴계약제를 도입한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결정을 한 것일까. 법원이 시대변화를 읽지 못한 것일까, 법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청렴계약제 발전을 도모한 것일까. 철도시설공단이 청렴계약제를 시행하면서 무리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한 게 발단일까, 아니면 건설회사의 오랜 관행이 문제의 근원일까.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아홉 번째 주제로 청렴계약제를 약관으로 인정한 가처분 사건 판결을 정했다. /편집자주

○일시:
2006년 9월 18일(금) 오전 11시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좌담회 사회자: 한상희(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좌담회 참석자:
김영수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이재근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
김교선 교수(행정개혁시민연합 건설교통도시위원장)

△한상희: 이번 사건은 청렴계약조약을 체결한 공사에서 뇌물이 오고갔다는 이유로 공사계약을 해지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가처분 결정이긴 하지만 부패방지라는 면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이정민기자

△김영수: 대전지법 민사부는 먼저 이 사건의 공사도급계약 일반조건과 특수조건, 윤리실천협약서에서 규정한 계약의 해지권과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권 행사를 정한 계약조항들의 성격과 관련해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와의 계약 체결 시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계약형식으로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금품수수 사실만 인정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 윤리실천협약서의 계약해지조항, 부제소 합의조항 및 입찰참가제한기간에 관한 조항은 불공정약관으로 무효이고, 공사도급계약의 일반조건 및 특수조건의 계약해지조항에 대해서도 금품수수 등의 불법·부정행위로 인해 계약의 목적 달성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계약 체결 당시 양 당사자의 객관적인 의사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철도시설공사가 S건설회사에 대하여 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지 및 입찰참가제한조치는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평을 판단기준으로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김교선: 청렴계약제는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그게 잘 안되니까 시민단체 등이 적극 나서서 사회협약 차원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서울시가 청렴계약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고 작년부터 서울시 청렴계약옴부즈만으로 활동하고 있다. 감시도 하고, 현장에 가서 문제점을 파악해 건의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반 회사에서도 청렴계약제 효용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우리가 오늘 다루는 S건설회사도 하청회사에게 청렴계약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청렴계약제란?

청렴계약제는 에콰도르가 1990년대 중반 국제투명성기구 자문을 받아 정부투명성, 특히 국제 교역에서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관되고 집중화된 국가전략을 실시하려는 일련의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처음 시행했다. 이후 상대적으로 부패발생의 빈도가 높고 감시 또한 취약한 관급 계약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높이는 대안으로서 세계 각국에서 채택해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각종 공공부문 계약과 관련한 부패는 곧바로 부실공사나 예산의 낭비를 초래함은 물론 국가신인도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부패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환경조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청렴계약제가 대두됐다. 2000년 서울시 동작구에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상당수의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산하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다.

국가청렴위원회 조사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30일 현재 점검대상기관 총 90개 기관 중 34개 중앙행정기관, 14개 광역자치단체, 14개 시도교육청, 13개 정부투자기관이 청렴계약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미실시 기관은 15개 기관에 불과하다.

근본 취지는 ‘청렴계약 입찰에 참가한 모든 업체는 어떠한 뇌물도 제공하지 않으며, 정부 발주부서에서도 부패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절차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정부·정부기관과 입찰자·기업간 합의’로 정의할 수 있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뇌물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여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와 조달부문 부패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입찰단계에서 청렴계약서약서를 제출한 업체에 대해서만 참가자격을 부여하고 모든 입찰업체와 관계공무원은 뇌물을 주거나 받지 않는다는 서약을 의무적으로 하게 한다. 이와 관련한 계약위반사항에 대하여는 계약의 해제나 해지, 일정기간 입찰자격의 제한과 같은 특별한 제재를 할 수 있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이정민기자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상희: 부패는 단순히 개인의 각성에만 의존할 수 없는 문제다.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없어지는, 신뢰와 믿음이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게 바로 청렴계약제의 목적이다. 법원도 그걸 모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청렴계약의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김영수: 청렴계약제는 공사 계약과정에서 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입찰 과정에서 발주처가 청렴계약을 마련하더라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큰 효력을 갖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약관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한상희: 상식적으로 부패방지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약관이라 하더라도 그건 상식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법원이 지나치게 공사시행자의 입장을 옹호한 것을 아닐까.

△이재근: 협약은 지키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 협약을 어기는 것은 기업 스스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 된다. 문제는 협약을 위반했을 때 특별히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다. 제재를 가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깨는 행위이고 법원이 그걸 인정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를 일으킨다.

△김교선: 문제가 된 ‘뇌물’이 단순한 일회성 인사치레인가 하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만원을 단순히 회식비로 줬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분명히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법령이 명확하지 않은데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상희: 위반했을 때 계약해지라는 초강력 제재수단을 갖고 있는 것이 청렴계약에서 쟁점이 되는 것 같다.

김영수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변호사.
이정민기자
김영수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변호사.

△김영수: 일반적인 계약내용이라면 계약해지가 아무런 문제가 안 됐을 것이다. 이번 경우는 청렴계약제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약관이라는 건 일반당사자가 다수 상대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운영과정에서 입찰업자가 대등한 위치가 아니라고 판단한 법원이 그런 판결을 내리도록 한 면이 있다.

계약해지 자체가 일정 범위를 넘을 때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면에 대해서도 법원이 판결한 것이다. 570억이라는 계약내용과 200만원이라는 뇌물의 액수차이도 고려했을 것이다. 계약서를 체결하고 나서 나중에 협약서를 체결했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사자간 충분한 의견수렴이 안된 절차상 문제도 감안했을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이 가혹한 조치라고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재근: 철도시설공단은 기본적으로 위반업체에 대해 일벌백계를 보이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청렴계약제가 실제 효과를 가지려면 징벌적 적용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것저것 봐줘서 유야무야 되면 청렴계약제가 흐지부지 돼 버린다.

김교선 행정개혁시민연합 건설교통도시위원장.
이정민기자
김교선 행정개혁시민연합 건설교통도시위원장.

△김교선: 작년부터 옴부즈만으로 활동했는데 이런 경우를 본 적은 없다. 결정문에서도 ‘계약해지하면서 추가업체선정으로 인한 비용문제’ 등을 거론했다. 거기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직접 손해를 보는 건 사실 철도시설공단이다. 당사자가 그걸 감수하고 해지를 하려 한 것이고 그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한다. 건설공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법원 결정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영수: 이 사건에서 쟁점은 청렴계약이 담고 있는 내용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 약관이라고 한다면 약관규제법률에 따라 규제를 해야 하는지 여부 등이다. 뇌물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약에서 본질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업체에선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던 반면 발주처는 명확했다고 한다면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한상희: 청렴계약제의 취지에서 본다면 계약위반했다고 바로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시민사회를 통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김교선: 옴부즈만 활동을 해보니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일년치 발주계획 가운데 중요한 것을 추려서 감시활동을 하는데 발주량도 많고 옴부즈만이 상근도 아니어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 청렴계약제는 입찰공고 단계에서 청렴계약이행 서약서를 받는다. 계약 때는 청렴계약 특수이행서를 계약서에 첨부한다. 서울시는 특수이행서를 건설회사 대표와 서울시 재무관이 친필로 사인해서 서로 교환한다. 그건 요식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청렴계약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엄연히 계약의 한 부분이다.  

△한상희: 우리 사회에서 투명협약이 제대로 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이재근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
이정민기자
이재근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

△이재근: 청렴계약제는 당사자간 서약이다. 문제는 그걸 법률적으로 격상시킬 것인가이다. 법률로 하면 청렴서약의 본질적 목적과 맞지 않는다. 법률이 있다면 굳이 당사자간 서약을 할 필요가 없다. 법률적으로 청렴서약제 위반시 제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김영수: 서약 자체가 정부나 정부산하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운용상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권리침해적인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건 법률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대등한 입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절차, 정부나 지자체가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할 의무. 그런 것들을 법으로 정할 필요는 있다.

△이재근: 청렴계약 이행절차를 법으로 하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제재내용을 법으로 하는 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김교선: 청렴계약제는 상당히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나 사회는 아직도 엄격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부분은 명쾌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금품제공이 실제 부실시공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고 법원은 말하지만 그건 오히려 시공사에서 입증해야 할 문제다.

△한: 자기가 떳떳하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고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가처분신청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법원이 깊이 고민하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시설공단이 너무 일방적으로 서약을 만들어 체결한 느낌도 없지는 않다. 옴부즈만을 둬서 서로 공정하게 감시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렴계약이 낯선 제도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법원판결은 많이 아쉽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뇌물 200만원에 파면, 눈에 띄네
부패방지 의지 과시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시설공단은 S건설회사한테 회식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공단 직원을 파면조치했다. 상당히 ‘강경’해 보이는 이런 조치를 통해 공단은 부패추방 의지를 안팎으로 과시했다.

유병호 공단 윤리경영 과장은 “작년부터 1년에 두 번씩 외부기관에 위탁해 자체 청렴도 조사를 하는데 파면조치 이후 청렴도가 많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부한다.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 처분한 것인데 법원 결정으로 허탈한 게 사실”이라고 아쉬워하면서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고 이후 항고나 재항고를 통해 문제제기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단은 공기업 옴부즈만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합동점검반이 지난 1월 19일 뇌물 사실을 적발하기 일주일 전과 이틀 전에도 공단은 부패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뇌물을 준 S건설회사 관계자와 뇌물을 받은 직원도 참석했다. 그 직원은 곧바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혐의가 확정돼 5월 1일 부산지방경찰청에서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별도로 공단 윤리경영위원회를 5월 29일 개최해서 해당 직원을 파면처분을 했다.

공단은 철도구조개혁으로 2004년 1월 탄생했다. 유 과장은 “설립 첫해에는 정부가 평가하는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적극적인 부패방지 노력으로 현재는 청렴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런 노력으로 정부경영평가 2년 연속 1등을 했고 한국능률협회에서 실시하는 한국경영품질대상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2006년 9월 19일 오후 16시 4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68호 12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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