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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판결을 비평한다

카드회사 배만 불린 카드연체 판결

by 자작나무숲 2007. 3. 30.
카드회사 배만 불린 카드연체 판결
참여연대시민의신문 공동기획-법정 밖에서 본 판결 5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과연 올바른가
2006/1/13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지난해 9월 30일 대법원 2부(재판장 유지담, 주심 이강국, 김용담, 배기원 대법관)는 적법한 방법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지만 변제 능력을 상실해 연체자가 된 신용불량자에 대해 적극적인 사기의사가 없더라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특별히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신용카드 회사에 제출하지 않고 적법하게 카드를 발급받은 경우는 사기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광주지방법원(2004.12.12.선고2004노2370)의 원심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사용자는 6개월 뒤 사정이 변하여 일정한 수입도 없고 재산도 없는 상태에서 신용카드 채무를 막기 위해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다가 2천여만원의 빚을 더 이상 갚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과다한 채무 누적으로 변제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상황에 처했으면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은 사기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한 카드회사의 책임을 도외시한 판결인가 아니면 신용카드 사용자의 도덕적해이에 경종을 울린 판결인가. 무리한 법률적용으로 오히려 채무자의 사회복귀를 어렵게 하는 판결인가 아니면 경제정의를 세우기 위한 판결인가. 대법원 판결은 법리적용과 사회정책 차원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까.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다섯 번째 주제로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정했다. /편집자주

●일시: 2006년 1월 12일 오후 1시 30분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사회: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참가자: 김남근 변호사(부평종합법률사무소) / 임동현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부장
강희정 변호사(법무법인 바로세움) / 서상혁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위 /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

지난 12일 오후 참여연대2층 강당에서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주제로 제5회 시민포럼 '법정밖에서 본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양계탁기자

지난 12일 오후 참여연대2층 강당에서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주제로 제5회 시민포럼 '법정밖에서 본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한상희: 오늘 다루고자 하는 대법원 판결은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IMF 당시 사회적 합의가 깨졌고, 법리적 측면에서 사기죄를 너무 폭넓게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국가의 힘을 이용해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를 압박하고 자기 이익을 취하는 근대 이전 법률관계로 역행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김남근 변호사 부평종합법률사무소.
양계탁기자
김남근 변호사 부평종합법률사무소.

△김남근: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신용카드회사가 카드연체자를 검찰에 고소ㆍ고발하는 경우가 부쩍 늘면서 카드회사가 검찰을 채권추심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용카드회사가 카드빚 연체자에 대해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각하’ 처분을 내려 카드빚 연체자를 사기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법원에서도 무죄로 판결하는 흐름이 있었다.

카드대란 당시 사회적 합의를 법조계에서 잊어버린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민변이 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를 보면 1999년 신용카드 연체자에 대한 신용카드 회사의 고소건수가 1천566건이었지만 2000년에는 425건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2004년에는 무려 5천222건으로 급증했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도 2000년 132건에서 2004년에는 1천360건으로 무려 10배나 늘었다.

강희정
양계탁기자
강희정 변호사, 법무법인 바로세움.

△강희정: 대법원은 과다한 부채 때문에 신용카드로 대금을 변제할 수 없는데도 계속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을 사기죄로 판결했다. 사기죄는 간단하게 말해 처음부터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면서 누구에게 돈을 빌릴 때 성립한다.
 
신용카드회사는 신용평가를 하고 나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데 신용카드를 쓰다가 부채가 늘었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갚을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 쓰는 것을 사기로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법원 판결은 신용카드라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막연히 부채가 많으면 신용카드를 알아서 쓰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책임을 카드 사용자에게 떠넘겨 버렸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것을 회사에 고지해야 하는데 현재 법적으로 그런 의무는 없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그런 의무를 부여한 게 된다. ‘법률이 없다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죄형 법정주의 원칙을 거스른 판결이다.

모든 책임을 카드 사용자에 떠넘겨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
양계탁기자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

석승억: 변제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채권추심만 하지 말고 변제능력을 키워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데 대법원 판결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부채를 갚기 위해 ‘돌려막기’하는 것을 악의적으로 해석했다.

△서상혁: 경찰 입장에선 마치 우리가 흥신소 직원이 된 것 같을 때가 있다. 조사를 해보니 소액대출은 신분확인만 간단히 하면 1~2백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고소고발은 최후 수단으로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작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신용카드와 관련한 고소를 13만건이나 받았다.
 
7만여명이 사기죄로 입건됐고 기소된 사람은 1만5천여명이었다. 개인 의견을 말한다면 이런 상황은 경찰관이 적정 업무를 초과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이번 판결로 그런 경향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부장.
양계탁기자
임동현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부장.

△임동현: 정부가 어떤 구실을 했는가를 짚어봐야 한다. 미성년자 카드발급, 길거리 카드발급, 서비스 한도 폐지 등은 모두 정부가 허가해 준 것들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카드사용을 방치하면서 구제책은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개인회생제와 파산면책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채권추심을 일단 피하기 위해서 신청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김: 정부나 대법원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할지 모르지만 채권추심기관, 금융기관과 정부의 도덕적 해이도 살펴봐야 한다. 카드를 만들 때 거짓으로 신용평가를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길거리 등에서 미성년자, 대학생들에게도 별다른 절차도 없이 카드를 발급해준 것은 카드회사였다. 카드 사용한도를 한달에 몇백만원으로 해 준 것도 카드회사다. 채무자 뿐 아니라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카드회사 도덕적 해이는 어떡할 건가

△임: 재산이 있는데도 남의 돈 빌려놓고 안갚는 게 도덕적 해이다. 그럴 경우 현행법상 강제집행을 하면 된다. 그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상정해놓고 몰아붙인 게 대법원 판결이다.

서상혁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위.
양계탁기자
서상혁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위.

△서: 수사를 하다 보면 ‘피해자’가 더 얄미운 경우가 있다. 주요소에서 일하던 한 30대 남자가 동생 주민등록번호로 카드를 발급받으면서 그래도 되냐고 물어보니 카드회사 직원은 상관없다고 했다. 카드회사는 나중에 ‘돌려막기’ 방법까지 알려주며 채무를 갚으라고 종용했다.
 
편법으로 카드 발급해주고 돌려막기 방법까지 알려주다가 나중에 고소해 버렸다. 한 카드회사는 인천에 사는 한 가출청소년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곳을 정식직장인 것처럼 기재하도록 해서 카드를 발급해 주기도 했다.

△강: 무절제하게 카드를 사용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사상 문제는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채무자를 형사처벌하는 게 아니라 회사 스스로 구조개선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신용카드를 계속 부실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400만 신불자 벼랑으로 내몬 판결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양계탁기자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 신용카드회사는 카드를 발급할 때 신용조사하고, 발급 후 사용내역을 보면서 신용정도를 조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치도 없이 계속 쓰게 내버려뒀다. 신용불량을 방임했거나 조장한 면도 있지 않을까. 대법원 판결로 인해 개인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문제도 생겼다. 기업 자생력을 국가가 막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임: 수수료율을 포함한 카드 이자율이 30%가 넘는다. 이자가 너무 많다. 과거 1998년에는 금리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개인 대상으로 공격적인 행위를 카드회사들이 했다. 그 책임을 지금 채무자들이 지고 있다. 과잉대부를 엄격히 금지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카드회사는 마감 강제집행 안내 통지장, 독촉장 등으로 위협하고 심지어는 밤에 아이들 있는 집을 방문해서 압류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그런 불법채권추심을 막는데 공권력이 나설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불법채권추심신고센터를 운영하지만 감사원 자료 보면 70% 이상 민원을 카드회사로 돌려보낸다.

△석: 신용카드회사는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양 추심하는 과정에서 돌려막기, 연대보증 등을 통해 더 많은 채무를 만들어 놓고는 채무자에게 죄를 떠넘기고 있다. 신용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집인이 허위정보를 고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카드회사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 이 판결이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 같다. 당장 채무자에게 이번 판결을 들이밀 것 같은데.

△임: 벌써 그렇게 되고 있다. ‘못 갚으면 사기죄’라고 점잖게 협박한다. 채권추심 독촉장에는 사기죄 언급이 있는데 카드 발급할 때 그런 내용을 설명해주거나 약관에 적시하는 건 없다.

△김: 형사정책 차원에서 앞으로 만만치 않은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13일 오전 10시 2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2호 1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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