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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판결을 비평한다

성기 노출하면 모두 음란물인가

by 자작나무숲 2007. 3. 25.
성기 노출하면 모두 음란물인가
대법원 김인규 교사 작품 음란물 판결을 비평한다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3
참여연대,시민의신문 공동기획
2005/8/18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대법원 제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지난 7월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전기통신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인규 교사(사건 2003도2911)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인규 교사는 자신의 폼페이지에 올린 작품 가운데 6가지가 전기통신기본법에서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음란한 영상을 공연히 전시한 혐의를 받아 검찰 기소를 당했다. 김 교사는 하급심인 대전지법 홍성지원 판결(2002. 12. 27. 2001고합54)과 대전고등법원 합의부 판결(2003. 5. 2. 2003노31)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하지만 대법원 제3부는 공소사실 제2항, 제4항, 제6항은 원심판결을 인용해 음란성이 없다며 무죄로 보았지만 공소사실 제1항, 제3항, 제5항에 관한 부분은 음란물로 보아 유죄를 선고하며 파기환송했다.

기소당한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여성의 다리를 벌려 노출된 성기를 정면으로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인 ‘그대 행복한가’(공소사실 제1항) △환자용 변기에 놓인 남성의 성기를 그린 ‘무제’(공소사실 제2항) △자신과 자신의 처가 전나로 함께 서서 정면으로 성기를 노출하여 촬영한 사진인 ‘우리 부부’(공소사실 제3항) △청소년이 등장하여 성기가 발기된 채 양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그림인 ‘남자라면’(공소사실 제4항) △발기되어 있는 남성의 성기 및 그 성기에서 분출되는 정액을 화면 중앙에 세밀하게 그린 ‘남근주의’(공소사실 제5항) △여성의 음모, 팬티, 엉덩이 등의 노출된 하드코어 포르노물의 일부 장면을 동영상으로 편집하고 그 밑으로 ‘헉헉’이라는 글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도록 구성한 동영상 ‘포르노나 볼까’(공소사실 제6항)

문화계와 예술계는 물론 법조계 일부에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근대적이고 추상적인 잣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가, 아니면 미풍양속을 보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한 것인가. 음란물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을까. 음란물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면 성폭력을 방지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까. 예술가도 아닌 법관들이 예술작품을 재단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하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세 번째 주제는 ‘미술교사 누드작품 음란물 인정 대법원 판결과 우리 사회의 판단기준’이다.
<편집자주>

일시: 8월 17일 오후 2시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사회자: 김민영
참석자: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 문건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김민영: 오늘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판결은 미술교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이 음란물이라는 대법원 판결이다. 이 판결은 음란물의 범위,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임지봉: 대법원 판결은 10년전 대법원이 마광수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기존 판례에서 한발짝'에 대해 음란물 판결을 내린 것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지극히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음란물 여부를 판단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음란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판단기준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성인과 미성년자 대상 표현물의 판단기준을 달리 하고 배심재판을 통해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중대한 예술성이나 사상성은 음란성을 제거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음란물과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은 상업적 목적 없이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작품을 올린 것이다. 퇴폐적이고 성도착적인 음란물이 범람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음란을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정의내린다. 하지만 대법관들은 결코 ‘일반 보통인’이 아니다. 솔직히 그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모범생이고 도덕으로 중무장한 엘리트집단이다. 대법관들은 자신들이 ‘일반 보통인’이라 믿고 이러한 판단을 하거나 적어도 ‘일반 보통인’이라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를 상상하면서 판단을 하겠지만 대법관의 정서는 애초에 ‘일반 보통인’과 거리가 멀기만 하다. ‘일반 보통인’ 입장에 선 상상도 사실은 ‘일반 보통인’과 동떨어진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김민영: 문건영 변호사는 김인규 교사 사건을 담당했다. 담당 변호사로서 느낀 점을 듣고 싶다.

dk
시민의신문 이정민기자 
지난 17일 오후 2시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하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세 번째 시간이 ‘미술교사 누드작품 음란물 인정 대법원 판결과 우리 사회의 판단기준’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그들은 ‘일반 보통인’이 아니다

문건영
시민의신문 이정민기자 
문건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문건영: 공소사실 3항 ‘우리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대법원은 ‘있는 그대로의 신체의 아름다움을 느끼자는 제작의도가 있었다 해도 얼굴과 성기를 가리지 않은 채 적나라하게 나신을 드러낼 논리적 필연성이 없어 보이므로’ 음란물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예술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법원이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라도 했는지 의심스럽다. 직접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그 작품은 얼굴이나 성기를 가렸다면 작품의도를 전혀 살릴 수 없는 작품이었다. 법원은 작품의 전체 맥락을 전혀 짚지 못했다.

△김: 이원재 처장은 이 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대응해왔다. 문화계 입장을 듣고 싶다.

△이원재: 처음에는 한국사회에서 예술적, 교육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유리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보수적인 교육단체에서도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었다. 도덕적 엄격주의에 사로잡힌 엘리트들이 ‘일반 보통인’의 가면을 쓰고 계몽과 도덕으로 사회를 통제하겠다는 관점을 드러냈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 여론조사에서도 60% 가량이 음란물이 아니라고 답했다. 도대체 일반인의 기준이 뭔지 의문이다.

김 교사의 작품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건을 법의 잣대로 판단한다는 것은 법치에 대한 과잉성을 드러낸 것이다. 상상력과 주관성, 감성의 영역을 법원에서 판단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이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판결이 아니라 논쟁이었다.

판결문에서는 역시 성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 말고는 관심이 없다. 홀수와 짝수를 차별해 공소사실 1,3,5항을 음란물이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판단기준은 오로지 ‘크다, 두드러진다’ 뿐이었다. 법률적 잣대에서 보더라도 수준 이하였다. 수많은 법률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축적한 연구성과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민영
시민의신문 이정민기자 
김민영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사회자

△김: 법원의 기준과 사회통념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국내 판례와 해외 판례도 상당한 괴리가 있다. 한국 사법부가 음란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과연 합리적인지 얘기해보자.

△임: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법원은 3단계 음란물 판단기준이 있고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음란물로 규정한다. 첫째 그 지역공동체의 평균인이 느끼기에 그 표현물이 ‘호색적 흥미에 호소’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둘째 그 표현물이 적용가능한 법에 구체적으로 정의된 대로 성적 행위를 ‘명백히 공격적인 방법으로 묘사’하며, 셋째 전국적 기준에서 판단했을 때 그 표현물이 ‘중대한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혹은 과학적 가치를 결여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시켜야 음란물이 되어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특히 지역공동체 주민들이 1단계와 2단계를 판단한다. 배심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 표현 정도에 따라 하드코어와 소프트코어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 법원에서는 하드코어만 음란물로 규정한다. 하지만 3단계에서 중대한 예술적 문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면 하드코어라 하더라도 음란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판사들은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다.

일반인도 아니고 예술가나 과학자도 아닌 법관이 예술성, 과학성을 재단한다. 전문가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다. 판단자로서도 가장 부적합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추상적인 기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최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김: 개선책은 없을까.

△임: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이번 사건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재판을 하더라도 음란물 사건만큼은 배심제나 참심제를 도입해야 한다.

△김: 하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는데 대법원에선 뒤집혔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문: 하급심과 대법원 모두 판단기준은 같았다. 대법원 판사들이 다르게 판단한 것 뿐이다. 법에는 음란이라고만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법관의 연령이나 가치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상업성, 반여성, 반인권이 음란물 기준”

△이: 이번 판결같은 비상식적인 사태를 막으려면 신체노출과 음란성을 구별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음란성은 상업성과 결합한다. 예전처럼 신체노출을 근거로 음란성을 판단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다. 나는 음란성 판단기준으로 상업성과 반여성주의, 반인권 여부가 돼야 한다고 본다. 논쟁과 비평 영역이 있고 법적 영역이 있다.

△김: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과연 대법원이 어떤 가치를 보호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사라진 것은 표현의 자유이고 보호한 것은 그들의 도덕적 가치였다.

△임: 음란물은 사회에 과도한 해악을 끼치는 성적 표현을 쓰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과연 김 교사가 성기를 사실적으로 크게 묘사한 것이 선량한 성풍속을 해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린이 성교육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대법원에 묻고 싶다.

음란물이 범람하면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최근 연구성과에 따르면 근거가 없다. 오히려 노골적 성적 표현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사회가 성범죄 발생비율이 낮다는 것이 연구결과 드러나고 있다. 음란물을 규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 표현의 자유를 대폭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좋다고 본다. 특히 한국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온갖 성적 표현물이 범람한다. 있지도 않는 ‘선량한 성풍속’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은 위선일 뿐이다.

△김: 혹시 대법원이 성적 표현물이 범람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번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은 사례가 될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의 위선적인 모습이 문제다. 남성들끼리 룸살롱에 가고 ‘2차’를 가는 것은 허용하면서 여성에게는 음란물을 통제하려 한다.

이원재
시민의신문 이정민기자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이: 표현의 자유에 타격을 많이 주는 판례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표현의 자유 일반에 대한 논란은 별로 없는 사회다. 오히려 쟁점이 되는 것은 일반민주주의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성적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를 둘러싼 갈등에 있다. 뜬금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청소년보호법이 국가보안법이라는 비상식적인 법체계를 대체하고 있다.

아버지, 남성, 국가라는 계몽적이고 가부장적인 국가체계를 유지하는 법률이 바로 청소년보호법이다. 대법원은 특히나 그런 관점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번 판결은 대단히 정치적인 판결이다. 정치적 급진성은 미시적 영역에서 나타난다. 그런 면에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부장제를 둘러싼 정치적 판결

△김: 실제로 전선은 청소년보호라는 사회적의제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영화 ‘거짓말’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를 둘러싸고 시민사회에서 심각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그때보다도 저급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임지봉
시민의신문 이정민기자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

△임: 표현의 자유는 말 그대로 자유다. 위선적 도덕주의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보다는 자유롭게 놔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기본적이고 중요한 권리다. 표현을 막으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 표현의 자유는 정신적 기본권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말 그대로 긴급한 사안에 한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성적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이고 추상적인 이유로 억누르는 것도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도 청소년 대상 성적 표현 음란물 판단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해야 한다. 청소년 보호도 이루면서 표현의 자유도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개선해야 한다.

△문: 음란물을 규제하는 것이 성풍속과 도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도덕을 규제하는 시대는 지났다. 보통사람들이 숨을 쉬면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 표현의 자유 운동에 대해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이 일부 창작자를 위한 운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을 위한 운동이다.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사회가 청소년 권리가 극대화된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우리 모두의 권리를 침해한 판결이다.

△김: 이번 판결은 시민사회에 다시 한번 답답한 마음을 갖게 했다. 진짜 규제해야 할 것은 속수무책이면서 정작 자유롭게 해야 할 것은 규제하는 것을 보면서 대법원에 다시 한번 실망했다. 이번 자리가 사법개혁의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

정리=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8월 17일 오후 18시 3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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