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옮길 자유조차 없답니다" | ||||
고용허가제 1년, 계속되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 ||||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실태조사보고서 발표 | ||||
2005/8/10 | ||||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 | ||||
고용허가제가 실시 1년을 맞아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과 기숙사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지난 10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고용허가제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인권침해 요소가 큰 사업장 이동제한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이주노동자 본인의 의사에 따른 사업장 이동권 보장을 전제로 침해된 권리를 구제해 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이주노동자 모집과정에서 고용허가제 정보를 공개하고 절차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며 입국전 교육기관, 특히 한국어교육기관을 비영리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에 대해서도 지원과 인권침해 구제를 위한 실질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연수생제도를 하루빨리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업주의 일방적인 보복조치로 인해 자신의 법적 지위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그렇기 때문에 불법행위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은 이주노동자로 하여금 자유의사에 따른 사업장 이동을 보장함으로써 문제 사업주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은 실질적인 권리보호를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가 국내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6월 13일부터 7월 20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34명 가운데 69명(63.3%)가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기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43.8%가 장시간 과중한 노동을 이유로 들었고 27.1%는 낮은 임금을 들었다. 고용주와 한국인 노동자의 폭언과 신체적 폭력 때문이라는 응답도 9.6%였다. 작업장 이동 제한이 약속위반, 폭력, 임금체불 불러 사업장을 옮긴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계약 불이행(27.3%), 고용주와 한국인 관리자의 폭력(20.5%), 임금체불(15.9%) 순이었다. 63.9%가 노동권과 인격권 침해로 인해 사업장을 옮기는 셈이다.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는 이유로는 ‘사업장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33.3%, 불이익을 걱정해서라는 대답이 13.3%, 고용주가 협조하지 않아서 26.7% 등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73.3%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이 회사와 1년 고용계약이 끝난 후에는 이주노동자 자신들의 희망에 따라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1년 재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서 사업장 이동권을 두고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주노동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와 시행령 30조에 따르면 작업장 이동권은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고용주는 경영상 어려움, 이주노동자 귀책사유를 들어 언제든지 이주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고용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이주노동자에게는 사업장 이동사유를 임금체불, 사업주 폭행 등 직접적인 권익침해에 한해서만 사업장 이동 사유로 제한했다. 작업장 변경 횟수도 3년 동안 3회로 한정했으며 임금과 근로조건 등 계약위반에 해당하더라도 채용시 제시된 근로조건 혹은 채용 후 일반적으로 적용받던 임금 근로시간과 실제임금 근로시간이 20% 이상 차이가 있거나 기타 근로조건이 현저하게 낮아진 경우에만 해당된다. 임금 체불과 지연 때도 1년 이내에 월 임금액의 30% 이상을 지급받지 못한 달이 2개월 이상 되는 경우 혹은 1년 이내에 임금의 전액의 소정의 지급일보다 한 달 이상 지연되는 달이 계속해서 2개월 이상 되는 경우로 돼 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에 따르면 이 조항의 약점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사업장을 옮겼거나 옮기려고 시도한 경험이 있는 이들 가운데 79%가 사업장 이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답했다. 사업장 이동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숙소 문제다. 사업장을 옮기면 숙소에서 나와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동안 자신의 힘으로 숙소를 마련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대부분 인권단체나 종교기관 혹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마저 없을 경우 찜질방에서 잠을 자거나 심지어는 노숙을 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정부 지원은 전혀 없다. 박천응 목사(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는 이를 두고 “기숙사가 사실상 이주노동자 이탈 방지용 보호소 구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정책은 F를 향해 달려가는 D학점” 고용허가제는 2003년 7월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04년 8월 17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해 4월 23일 필리핀을 선두로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6개 나라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이주노동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2004년 8월 필리핀 노동자 92명 이후 올해 5월 31일까지 고용허가제 절차에 따라 모두 9천185명이 한국에 들어왔다. 고용허가제는 기존 산업연수생제도에서 크게 문제가 됐던 송출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국가간 쌍무협정을 맺어 인력송출업무를 민간단체가 아닌 정부기관에서 맡도록 했고 이주노동자를 ‘연수생’이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차별해소와 인권개선을 제도화하는 등 크게 진전된 제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기존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실시하는 것과 함께 여전히 이주노동자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 등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인력도입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고 산업연수생 도입 규모는 더 늘어났다. 미등록이주노동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 인권개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송출국가에서 발생하는 비리도 여전하고 체계적인 이주노동자 지원과 교육도 부족한 실정이다. 박 목사는 이를 두고 “정부정책은 아무리 점수를 잘 줘도 D학점이며 F학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비꼬았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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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10일 오후 17시 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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