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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인권보장이 먼저냐 사고예방이 먼저냐 (2005.7.7)

by 자작나무숲 2007. 3. 24.
인권보장이 먼저냐 사고예방이 먼저냐
[경찰개혁] 인권친화적 유치장을 위한 공청회
2005/7/7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유치장에 입감될 피의자를 정밀신체검사(알몸수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경찰의 법집행 관행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01년 ‘과도한 법집행’이라며 국가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유치장의 화장실 칸막이 높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들여다 보이는 유치장 화장실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경찰청은 경찰서 유치장 운영에 대해 날로 높아지는 인권의식에 발맞춰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자 인권친화적 유치장을 만들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현재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유치장설계표준’ 개선안을 마련해 검토에 들어갔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이와 함께 지난 5일 경찰청 13층 대청마루에서 ‘인권친화적 유치장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편집자주>
신체검사, 인권보장과 사고예방 시각차
경찰 “강화”, 인권단체 “실효성 없다”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논쟁이 된 부분은 유치장 신체검사 문제였다. 발제자로 나온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체검사를 사고예방을 위해 신체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인권단체는 “인권침해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체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인권친화적으로 유치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경찰청의 목표와 배치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지난 5일 경찰청 13층 대청마루에서 ‘인권친화적 유치장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경찰청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지난 5일 경찰청 13층 대청마루에서 ‘인권친화적 유치장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임 교수는 “유치장내 질서유지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유치장에서 난동 일어났을 때 살살 구슬려 달래는 것 말고는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소란을 피우는 유치인에 대해서는 행형법에 규정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를 위해 유치인 보호관들이 행형법같은 관련 법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인권도 중요하지만 법규를 잘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경찰청이 죄명별로 간이신체검사와 정밀신체검사(알몸수색) 2단계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신체검사 기준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알몸수색시 가장 큰 문제점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알몸수색을 할 경우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알몸수색을 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영국이나 미국에선 ‘피의자 동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학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과 경위도 그는 “경찰이 아무리 인권을 위해 시설과 환경을 개선한다 하더라도 자살이나 자해 등 사고가 발생한다면 경찰의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생명이 우선이냐 인권이 우선이냐가 문제”라는 말로 신체검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체검사는 모든 정황을 종합해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신체검사는 대상자의 인격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를 주최한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소장인 안재경 총경도 “대부분 자살 자해가 감시 사각지대인 화장실 차폐막에서 이뤄졌다”며 “사각지대를 더 많이 허용할수록 자살 자해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인권단체는 유치장 신체검사 강화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허창영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신체검사를 굳이 강화해야 한다면 강제처분, 정밀신체검사 강화가 아니라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대부분이 미리 준비한 도구가 아니라 구두끈, 바닥에 떨어진 면도칼, 칫솔, 런닝쳐츠, 양말 등을 이용해 충동적으로 일어난 경우가 많다”며 “이는 신체검사 강화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청은 예산부족 타령만 하지만 경찰청장부터 나서 설득한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라며 경찰청의 의지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유치인이 정말 죽겠다고 맘을 먹는다면 ‘접시물에 코를 박고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신체검사를 아무리 강화해도 사건사고를 완전히 막는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오완호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 위원도 “1백만명이 넘는 유치인 가운데 자살은 11건에 불과하다”며 “극소수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절대다수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살이나 자해가 굳이 문제가 된다면 문제가 되는 사람을 따로 관리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경찰청에 주문했다.

지난 5년간 유치장이나 검찰 구치감에서 발생한 유치인 자살사건은 총 11건이다. 이중 9건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2건은 검찰 구치감에서 발생했으며 90%가 목을 메어 자살했다. 사례 중에는 높이 1.5m 2건, 1.3m 1건, 1m 1건, 심지어 95cm 높이에서 자살한 사건도 1건이었다. 목을 매 자살했다면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을 이용해 죽었을 것이라는 상식과는 다르다. 자살하는데 쓴 도구도 입고 있던 와이셔츠, 런닝, 내의, 추리닝 등은 물론 양말까지 노끈으로 이용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7월 7일 오전 10시 5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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