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수사 원칙 ‘증거인멸’ | |||||
[경찰개혁] ‘실적=특진’ 구속·피의사실공표 남발 | |||||
새 인사평가시스템 실효성도 의문 | |||||
2005/7/4 | |||||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 |||||
경찰청은 구속영장 청구 남발을 막고 불구속수사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형사활동평가 개선안을 마련해 올해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권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와 함께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특별승진(특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일선 수사경찰은 ‘구속=실적=특진’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불구속수사 원칙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높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지난 4월 25일 ‘수사상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통해 불구속수사원칙을 천명했다. 허 청장은 “수사관과 지휘관 평가에 영장기각율을 반영함으로써 인신구속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 형사과는 지난달 새로운 형사활동평가 지침을 만들어 3/4분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구속을 기준으로 한던 방식에서 불구속을 1점 기준으로 하고 구속은 0.5점 가점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다만 청소년 범죄의 경우 불구속 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불구속 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18세 미만을 불구속하면 점수를 주지 않기로 했다. 구속영장 신청절차도 엄격해진다. 경찰청에서는 장기적으로 구속과 불구속에 따른 인사 점수 차이를 없애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형사과 관계자는 “이번 방침을 계기로 무리한 구속수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진밖에 없는 인사시스템 “수사경찰 가운데 시험으로 승진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승진시험 공부할 시간도 없으니 반쯤 포기하는 거지요. 제가 속해 있는 지방경찰청에서 지난해 시험으로 승진한 게 수사분야는 1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특진만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죽기살기로 구속시키려 하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경찰청 수사과 경찰관은 인사시스템과 구속영장 남발의 상관관계를 강조한다. “관할 경찰서에서 절도사건이 10건 났다고 칩시다. 서장은 7건으로 줄이라고 하겠지요. 그럼 거기에 맞춥니다. 후임 서장이 그 문제에 신경 안쓰다 절도사건이 13건이 되지요. 어차피 10건이 평균이니까요. 그럼 서장은 화가 나는 겁니다. 자기 승진과 관련되니까요. 5건으로 줄이라고 하겠지요. 그 다음 서장은 3건, 그 다음 서장은 1건을 요구하는 겁니다. 다 그런식입니다. 당장 드러나는 수치가 줄어들면 그게 곧 능력으로 평가받는게 경찰입니다.” 지방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는 한 수사경찰도 “실적 위주로 능력을 평가하는 인사시스템은 죄를 만들어내게 강요한다”며 “피의자 열 사람을 놓치더라도 무고한 시민 한 사람을 구하라는 원칙에 맞게 경찰이 운영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불기소는 결국 무고한 시민을 구한 것인 만큼 인사평가할 때 구속·불구속과 함께 불기소도 점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몰지각한 경찰관들이 ‘한 껀’ 노리고 무리한 수사를 하고 수사관련 정보공유도 안하는 건 사실”이라며 “특진 제도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동료들끼리 사석에서는 특진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찰만 시행하는 특진제도는 경찰청장이 갖는 지휘권 중에서도 핵심이고 또 사실 장점도 많다”고 주장한 뒤 “특진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공식적 논의는 경찰청 차원에선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구속영장 남발, 검·경·법원 공범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구속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997년도 구속관련 통계자료를 보면 입건 범죄수는 한국이 93만여건이었지만 일본은 2백만여건, 독일은 6백만여건, 스웨덴은 1백만여건으로 범죄수는 한국이 더 적었다. 그럼에도 일본이 인구 1만명당 구속자수가 8.0명, 독일이 2.4명, 스웨덴이 7.7명인데 반해 한국은 25.8명에 이른다. 범죄 1천건당 구속자수도 한국은 126.8명으로 나타나 일본 48.8명, 독일 3.0명, 스웨덴 7.7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97년도 형법범 구속 비율은 5.3%였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3년도 형법범 구속비율은 5.8%였다.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 소장은 “형사사법절차는 당시와 비교해 바뀐게 없기 때문에 1997년도 통계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과 법원도 인신구속이 지나치게 많은 것에 책임이 있지만 전체 형사범죄의 97%를 경찰이 처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구속영장 남발’에서 경찰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피의사실 공표 ‘인권침해’ 다반사 특진을 중시하다 보니 피의사실공표라는 인권침해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9시 뉴스에 나오고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건은 왠만하면 특진한다고 봐야 합니다. 같은 점수라면 언론 홍보 많이 받는 사건 실적이 특진에 유리하지요. 웬만큼 큰 사건 있으면 경찰이 언론에 먼저 전화합니다. 없는 사건도 만드는 경향이 있지요.” 한 수사경찰은 “경찰만큼 언론보도에 빠르게 반응하는 곳이 없다”며 “결국 언론과 경찰이 서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찰청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안된다”고 지적한다. “얼마전 담당형사가 영장쓴 걸 기자가 보고 기사로 써 버렸습다. 담당형사는 주무과장한테 엄청 혼났지요. 혼자만 언론에 흘렸다고 오해를 받은 겁니다. 결국 담당형사는 표창도 못받고 특진도 안됐지요. 만약 주무과장 허락받고 언론에 알렸으면 특진은 따놓은 당상이었습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관계자는 “경찰청은 사생활 보호라는 확고한 원칙은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공익, 국민 알권리, 언론 입장에서 최대한 피의자 인권침해 없는 선에서 인정하자는 것이지만 합리적인 선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그림’을 중시하는 게 현실이고 기자들과의 관계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 1과장은 “언론이 사전에 낙인찍음으로써 판사의 재량권을 제약해 결과적으로 사법부 기능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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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4일 오전 9시 1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04호 6면에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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