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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도움 손길 외면하는 쑥스런 대한민국 (2005.1.7)

by betulo 2007.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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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손길 외면하는 쑥스런 대한민국
OECD 제시 목표 대외원조율 ‘세발의 피’
한국형 ODA 모델 개발 시급
2005/1/7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얼마 전 돌아가신 전우익 할아버지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고 강조했다. 대외원조(ODA)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지구촌 모든 이들이 잘 살기 위해 조금 더 잘사는 나라가 품앗이를 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외국의 도움을 많이 받은 한국사회는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양영미 참여연대 간사의 말이다.

 

최근 남아시아 해일피해에 대해 정부가 긴급구호자금 5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정부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외원조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긴급구호자금이 ‘응급실’이라면 대외원조를 통한 개발지원은 ‘회복실’이라는 논리다. 이는 곧 ODA(대외원조, 공적개발원조)를 양적․질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지난 2002년 12월 24일 사회분과위원회 산하 대외원조소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한 이후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20일 ‘대외원조 정책 개선방안’이라는 대통령 자문안을 제출했다.

 

지속가능발전위는 보고서에서 △ODA를 현행 국민총수입(GNI) 대비 0.06%에서 2009년까지 0.1%로 확대 △ODA에 대한 학교․시민교육 활성화 등 홍보 강화 △(무상)원조 기본법 제정 검토 △한국형 원조모델 개발 △부처간, 민․관 협의체계 구축 등을 권고했다.

 

지난 2003년 한국은 3억6천만 달러(GNI 대비 0.06%)를 ODA로 지출했다. 이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 0.25%의 1/4에 불과하며 OECD가 제시한 국제목표의 1/10에도 못미친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는 0.25%, 네덜란드는 0.80%, 스페인은 0.23%를 ODA에 쓰고 있다.

 

             

              2003년 버마민족민주동맹(NLD․자유지역) 한국지부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얀마 대사

              관 앞에서 아웅산 수지 석방과 민주화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부처별로 따로 노는 ODA 집행

 

더 큰 문제는 ODA 지원체계와 효과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지속가능발전위는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로 이원화돼 있어 상호협의와 조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ODA를 지급받는 국가에 대한 무상․유상 원조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아 원조 성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ODA에 대한 대국민홍보도 부족하다. 지난 2003년 국제협력단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6%가 대외원조를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혜수 제3기 지속가능발전위 대외협력교육전문위원회 국제협력소위원회 간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ODA의 질적개선을 위해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부처간 협의, 무상원조 집행하는 부처간 협의, 정부와 시민단체간 협의, 대국민홍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기관 사이에 부처간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발전위가 대외원조 정책개선을 위해 회의를 개최하기 전까지 수출입은행과 국제협력단이 한자리에 모여 정책협의를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따로 움직이다보니 효율적인 원조사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상원조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에 근거해 재경부 감독 아래 수출입은행이 담당하고 무상원조는 한국국제협력단법에 근거해 외교통상부 감독 아래 국제협력단(KOICA)이 담당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무상원조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OECD 회원국은 무상원조와 유상원조의 비율이 85 대 15에 이르지만 한국은 31 대 69로 유상원조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관련 전문가를 육성하고 1년 단위 원조계획이 아닌 장기 계획에 따른 체계적 원조 집행이 절실하다.

 

           

 

시민단체가 먼저 나서라

 

효과적인 대외원조를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은 민간차원의 원조사업을 활성화하고 민간원조사업에 대한 국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현봉 해외원조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재 국제협력단이 개발엔지오를 통해 ODA를 지원하는 액수는 총 대외원조의 0.3%에 불과하다”며 “선진국 수준인 4.7%로 늘리는 것은 당장 힘들다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10%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사무총장은 “한국에서도 살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해외원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게 사실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빈곤기준은 GNP 3백65달러 이하를 말한다”며 “한국에서 말하는 가난과는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에서 얼마 안되는 작은 성금도 빈곤국에서는 정말 큰 돈이 된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정부에 ODA 확충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높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시민단체가 먼저 1년 예산의 0.7%를 아시아시민사회를 위해 쓰자”고 제안한다. 조 교수는 “1년 예산이 10억원인 시민단체의 경우 7백만원인데 시민단체에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가 ‘20대 80’ 사회로 가고 있다지만 한국은 분명히 ‘20’에 속한 국가”라며 “그만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월 7일 오전 5시 3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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