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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보건복지분야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

by 자작나무숲 2021. 8. 3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내 생각을 묻는다면, 난 찬성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무슨 파업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지금이 파업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언제까지 공무원과 의료진, 소상공인 갈아넣어서 방역을 할 것인가.

왜 영국에선 하루 수만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데도 거리두기나 봉쇄를 완화할까. 왜 한국은 하루 확진자 1000명대인데도 국가적 위기처럼 대응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 수만명씩 확진자 나오는 영국보다 하루 1000명 조금 넘게 확진자 나오는 한국이 의료붕괴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건 한국의 공공의료가 그만큼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병상 중 9%밖에 안되는 공공병상이 전체 확진자 80% 이상을 감당하는게 한국이다. 그러니 의료붕괴 위험이 매우 매우 높을수밖에 없다. 중환자병상 확보와 공공의료 강화 없이는 '위드 코로나'는 난망하다.  

코로나19 시작된지 1년하고도 8개월이 지났는데 방역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공공병상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 의료인력 확보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게 없다. 보건의료노조가 내놓은 요구조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어느 것 하나 정부가 "이런 거 하겠습니다 저런 거 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하지 않은게 없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틈만 나면 "공공의료 대폭 강화"를 외쳤다. 그래놓고 지금껏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간단하다. 정부가 의지가 없으니까 그런거다. 어떤 분들은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절반만 맞다. 전체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공공의료 확대에 쓸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야 정확하다. 그럼 왜 공공의료 확대에 쓸 예산이 부족할까. 공공의료 확대에 예산을 쓰기 싫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책 한 권 안사는 사람이 점심 먹고 커피값에 돈쓰는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책값 혹은 커피값에 돈 쓰는게 아까운 것이다. 왜냐하면 단돈 몇천원이라도 거기에 쓰기는 싫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이 시점에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나서는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의지가 있는 정부라면 이미 진작에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인력 확보에 나섰을 테니까. 지난해 일부 의사들과 대다수 의대생들이 진료거부했을 때를 생각해본다면, 지금으로선 정부에게 어느 정도 충격을 주는 것 말고는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동력이 안보인다. 그런 면에서 왜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안타깝다. 

 

 

빈 수레만 요란한 공공병원 확대 계획

코로나19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지만 정작 정부가 준비중인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중기 계획에는 실질적인 공공병상 확대 노력은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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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요한 건 첨단기술이 아니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는 1930년 무렵 당시로선 첨단 신기술이었던 ‘이것’이 혁명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데 주목했다고 한다. ‘이것’을 통해 혁명의 대의를 무제한으로 전파할 수 있다고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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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건의료 인력들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확진자가 많은 전국 17개 보건소 직원 1765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건소 인력 정신건강 조사 결과 및 지원방안’을 8월 17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33.4%였다. 이는 일반 국민(18.1%)과 공중보건의(15.1%)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은 19.9%로, 일반 국민 조사 결과(12.4%)보다 7.5%포인트 높았다. 보건소 인력의 불안 위험군은 27.6%로, 일반 국민(12.2%)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보건소 직원 중 91.1%는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6.4%와 81.1%였다. 코로나19 업무에 유능감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5.1%로, ‘느낀다’(34.9%)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업무 스트레스 원인(총 3점)으로는 업무량 증가·과다(1.62점)가 가장 높았고 민원(1.57점)이 뒤를 이었다. 현재 필요한 서비스(총 5점)로는 휴가(4.03점), 인력 충원(4.02점), 수당 등 경제적 지원(3.95점)을 꼽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소 업무 부담이 급증한지 1년 8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보건소 인력확충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단기계약직이고 정규인력은 내년에 정부부처간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정신건강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국 258개 보건소에 보건소당 평균 9명의 인력을 지원해 과중한 업무를 막는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는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바탕으로 5개월간 1032명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는 258개 보건소에서 보건소당 4명을 확충할 수 있는 규모다. 2차 추경으로는 신규인력 1290명을 확충해 4개월간 보건소당 5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보건소 조직·인력 전수조사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행정안전부 기준인력 결정에 보건소 인력을 증원할 수 있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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