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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자가격리 해제 권덕철장관이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by 자작나무숲 2021. 2. 11.


 자가격리에서 해방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첫 공식일정인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 앞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정부세종청사 구내 이발소였습니다. 권 장관은 지난달 26일 근거리에서 보좌하던 복지부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세종시에 있는 장관 관사에서 9일 정오까지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이발은 2주 동안 갇혀 지내느라 답답했던 기분을 풀어주는 작은 이벤트인 셈입니다. 


 코로나19 관련 현안이 산더미같은 와중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자가격리로 2주간 자리를 비워야 하니 일부에선 업무공백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만 막상 복지부 공무원들 얘기는 다릅니다. 한 복지부 고위직은 “권 장관이 부재중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 해외출장갔을 때보다도 더 자주 접촉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자가격리라곤 하지만 옷차림만 편하다 뿐이지 쉬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종 영상회의와 비대면 보고, 결제 등 공식일정이 빡빡하게 이어졌습니다. 아침 8시에 언론 보도 등 현안 보고를 받고 8시 30분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지켜봅니다. 일주일에 세차례 오후 4시 30분에 열리는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합동회의를 비롯한 각종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이메일로 전달받은 보고자료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내부망에 접속해 결재하는건 기본이고, 현안이 생기면 6시 이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보고를 받아야 했습니다.

 


 업무가 계속 이어지다보니 집에서 여유있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합니다. 한 간부는 넷플릭스 한 달 무료 기능을 이용해 보라며 이용법과 추천드라마 명단을 건네줬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엘리트 세습’을 비롯해 복지부 간부들이 넣어준 책을 몇권이나마 읽은 게 전부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자가격리를 2주 동안 하다보면 답답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합니다. 밤낮없이 일하는데다 직접 요리해서 끼니를 챙길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낸 권 장관이 가장 답답해 했던 건 따로 있다는 후문입니다. 권 장관은 소문난 마라톤 매니아입니다. 집무실 책상에 마라톤 완주했을 당시 사진을 놓아둘 정도죠. 그런 권 장관으로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게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지난해 3월 당시 복지부 차관이었던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자가격리됐을 때만 해도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만 신경썼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김 처장은 자가격리가 끝난 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코로나19 브리핑 하는 모습을 뉴스로 봤다”고 말할 정도였죠. 코로나19 장기화로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 자가격리는 그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습니다. 복지부에선 권 장관이 자가격리를 시작할 때 아예 노트북을 지급해 줬습니다. 결국 한 복지부 과장 표현대로 “자가격리로 위장한 재택근무”로 평소보다 더 바쁜 2주를 보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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