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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관료화ㆍ폐쇄성 비판 겸허 수용하겠다" (2004.12.10)

by 자작나무숲 2007. 3. 18.
"관료화ㆍ폐쇄성 비판 겸허 수용하겠다"
[인권위 입장] 이라크파병ㆍ국보법ㆍNEIS 권고 그나마 결실
인권위 입장
2004/12/1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인권위 관계자들은 인권단체 등의 비판에 대해 “일리있는 비판이지만 국가기구와 시민단체의 중간점에 자리잡고 있는 인권위의 특수성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1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의 전원회의 모습. 위원장과 인권위원 10인(상임위원 3인, 비상임

           위원 7인)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는 인권침해 유형ㆍ판단기준 및 그 예방조치 등에 관한 지침의

           제시 및 권고에 관한 사항, 방문조사ㆍ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 조사사건에 관하여 구제조치의

           권고, 고발ㆍ징계권고 및 그 시행에 관한 사항,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대한 의견 제출 등 10

           가지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한다.                                      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인권위의 관료화나 폐쇄성을 비판하는 지적이 높은 게 사실이다. 육성철 인권위 공보담당관실 사무관은 이에 대해 “공무원 조직에서 관료화는 어느 정도 필연적”이라며 “인권위도 그 점에서 자유롭진 못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국보법 폐지 권고를 예로 들며 “다양한 조사와 연구 등을 위해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단체에서는 왜 출범 초기부터 하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국가기관에서는 1년 6개월만에 그런 결정을 한다는 것을 문제삼을 것”이라며 “인권위는 정부와 시민사회 양쪽한테 공격받을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관료화 비판은 일면 맞는 말이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며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하던 인권운동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기 자리를 잡으려는 고민이 있다”며 “이와 함께 인권위 출범 초기 인권단체와 인권위의 알력에서 기인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초창기다 보니 새로운 모델을 아직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측면도 있다. 육 사무관은 “기대치가 높은 건 이해하지만 내부에서 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본다”며 “개별적으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권위 사무처와 인권위원들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육 사무관은 “출범 초기에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안정화됐다”고 해명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갈등관계 얘기 나왔다면 시스템이 아닌 다른 요인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라며 “중심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과는 달리 진정 처리 비율이 낮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진정 해결 건수는 5%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집단 진정이 많다”며 “여러 사람이 같은 사안을 여러 번 제기하다보니 진정건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서 같은 사안을 50번도 넘게 습관적으로 진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심지어는 교도소에서 ‘교도관이 반말한다’든가 ‘반찬을 남들보다 적게 준다’는 식의 진정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진정을 막을 수는 없다보니 사람이 모자라서 다른 부서 사람이 교도소 진정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일부에선 조사국에 사람이 너무 적다고 비판하고 다른쪽에서는 정책국에 사람이 너무 적다고 비판한다”며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개별 사건 조사보다는 큰틀에서 정책중심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육 사무관은 “출범 초기 인력이 없을 때는 밀린 사건들이 쌓여서 1년 넘게 처리가 안된 경우도 있었다”며 “점차 전문성이 생기면서 진정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 접수 건수도 계속 늘어나고 정책현안도 많아지고 있다”며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항상 바쁜게 인권위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육 사무관은 “현재 인권위의 조사 권한으로는 명확한 사실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결할 방법이 많지 않다”며 “최선을 다하더라도 억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나오는게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라크 파병, NEIS, 국보법 등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사안도 있다”며 “그런 결정을 내리면 당장엔 정부나 국회와 마찰이 생기겠지만 그걸 각오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육 사무관은 “인권단체와 인권위의 관계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활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권단체가 인권위에 보내주는 의견은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며 “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지원,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와 시민단체 화해해야”

인터뷰- 유시춘 전 인권위 상임위원

“2개월이나 3개월에 한번은 시민사회단체와 연석회의 같은 식으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자리에서 핵심현안을 논의하고 서로 교류하는 장이 있어야 한다. 1년에 한두번 만나는 것은 실효성이 너무 떨어진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한다. 그래야 인권위와 시민사회가 서로 벽을 허물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던 유시춘씨(사진)는 “인권위와 인권단체가 협력해도 모자랄텐데 지난 3년간 골이 깊어지기만 했다”며 “인권위가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대위 시절 강경파들이 인권위 준비 단계에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해버렸다”며 “그 뒤라도 화해하고 함께 할 부분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고 인권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유씨는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인간적 서운함은 대승적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며 인권위 지도부와 인권단체들의 화해를 강조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과거 민주인사를 고문하고 감옥보내던 사람들이 지금도 버젓이 국회에서 행세하는 걸 보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는 인권단체에 대해서도 “어려운 여건에서 노력하는 것은 잘 알지만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신화에 빠진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하든 청와대가 하든 옳은 것은 옳은 것대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인권위가 하는 일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은 익숙하고 칭찬은 인색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인권단체는 이상과 열정이 동력이다.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지적하고 행동에 나선다. 하지만 인권위는 특정 사안에 대해 해당 기관이 수용할 만한 권고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실현 가능한 권고를 고민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국가기구라는 점에서 관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있다. 인권단체가 인권위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유씨는 “2기 인권위는 정책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개별 진정에 응답하는 기구처럼 되면 준사법기구가 되버린다”며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별 진정사안을 심의하고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초기 인권위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권고를 통해 문제를 지적하고 국회를 방문했다. 그런 활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책대안으로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구실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


 

유씨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관료화 비판에 대해 “사실 나도 답답할 때가 많지만 국가기구라는 특성상 행정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시민단체가 보기엔 답답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가까이 인권위원으로 일하면서 유씨는 “인권위원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일부 부적절한 위원들이 있었다. 법적으로 인권위원 선임할 때 공개적인 검증절차를 둬야 한다. 지금같은 식으로는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는 “정의감이 전문성보다 우선”이라며 “머리가 똑똑한 사람보다 인권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 인권위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2기 인권위는 1기 인권위의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예산으로 국가기구를 감시한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율배반적인 조직이다. 인권위는 한마디로 ‘GO(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옷을 입은 ‘NGO’라고 할 수 있다. 인권위는 민주화를 통해 이룬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자랑스럽고 소중한 조직이다. 그 점을 잊지 말아 달라.”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2월 10일 오전 6시 4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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