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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보건복지분야

국정감사 통해 드러나는 의사들의 도덕적해이

by 자작나무숲 2020. 10. 12.

진료거부 사태와 의사 국가고시 거부 등으로 의사계를 바라보는 여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한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 의견 들으라더니, 정작 회의참석은 안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진료거부에 나섰을 때 내세웠던 명분 가운데 하나가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였다. 하지만 정작 의협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의료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에선 10차례 중 7차례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혜영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2018년부터 2020년 8월까지 개최한 회의 28번 가운데 의협은 19번이나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 참석률은 32.1%에 불과했다. 

 건정심은 의료공급자 대표 8명, 가입자대표 8명, 정부와 학계 등에서 나온 공익대표 8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료공급자 8명 중에서 의협 몫은 2명,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1명씩이다. 의협이 건정심에 불참한 가장 큰 이유는 ‘수가협상 불만’으로 알려져 있다.수가는 건강보험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지불하는 대가를 말한다. 

 실제 2018년 6월에 진행된 2019년도 수가협상에서 의협은 건강보험공단과 자정을 넘기며 협상을 벌였으나 공단이 제시한 2.7%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았고, 이후 2019년 11월까지 연속으로 19번 회의에 불참했다. 2.7% 인상은 건정심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대표들이 모인 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것으로 이 결정으로 2830억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지급됐다.

 최혜영은 “건정심의 구조 변경을 주장하기 전에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건강보험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부터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약류 취급하다 적발되는 병원들

 프로포폴이나 식욕억제제 등 마약류 의약품을 환자에게 지나치게 처방했다 적발된 병원이 지난 5년간 158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원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로포폴, 식욕억제제, 졸피뎀 등 마약류 의약품을 과다처방해 보건당국으로부터 적발된 병원은 2015년 27곳, 2016년 20곳, 2017년 27곳, 2018년 16곳, 2019년 68곳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마약류 의약품 과다처방으로 적발된 병원이 2018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은 식약처가 2018년 5월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병원의 마약류 의약품 사용을 전산화한 영향이 컸다.


 5년간 과다처방으로 적발된 의약품으로는 일명 ‘우유주사’로도 불리는 프로포폴이 전체 158건 중 67건(42.4%)으로 가장 많았다. 식욕억제제가 38건(24.1%), 수면제로 많이 처방되는 졸피뎀이 27건(17.1%)으로 뒤를 이었다. 진료과목으로 나눠보면 성형외과가 43건(27.2%)이었고, 정신과가 41건(25.9%)이었다.


 김원이는 “일선 병원들의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식약처가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오남용 의심 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 및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강력범죄 의사 901명, 면허취소 0건

 최근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면허취소된 의료인은 아무도 없었다. 자격정지 역시 5건에 불과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칠승이 분석한 경찰청 자료 ‘최근 9년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강력범죄로 검거된 의사가 901명이나 됐다. 강간·강제추행범죄가 8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심지어 살인죄로 검거된 의사도 37명이나 됐다. 2010년 67명이었던 강간·강제추행범죄 의사는 2018년 136명으로 늘었다. 


 권칠승은 “솜방망이 수준인 성범죄 의료인 처벌 규정이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살인, 성범죄에 대한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특정강력범죄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 규정이 없어서 의사 4명만이 비도덕적 진료(성범죄 명시)로 자격정지 1개월 수준의 행정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권칠승은 “환자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특정강력범죄 의료인의 면허취소는 물론, 범죄·행정처분 이력을 공개하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운전면허 재취득보다 쉬운 의사면허 재교부 

설령 의사면허가 취소되더라도 걱정할게 없다. 의사면허 재교부를 신청해서 승인이 안된건 지난 10년간 3건밖에 없다. 현행 의료법은 면허가 취소된 자가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심의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권칠승이 복지부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교부 현황’을 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75건) 가운데 승인이 100%였으며, 2020년까지 포함해도 103건 중 100건이 승인됐다. 재교부율이 97%나 된다. 재교부 절차 자체가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선 올해부터 면허 재교부 소위원회를 운영해 심의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위원회를 구성하는 7명 가운데 4명이 의사여서 얼마나 공정한 심사가 될지 의문이 나온다고 권칠승은 지적했다. 


 권칠승에 따르면 소위원회가 심의한 28건 가운데 25건이 승인됐다. 권칠승은 “무면허의료행위 교사 13건, 리베이트 수취 13건, 면허증 대여 11건, 불법 사무장 병원 내 의료행위 7건 등 국민이 분노하는 범죄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의 면허 재교부가 모두 승인 되었다”면서 “복지부는 위원회 구성을 변경하고 심의 과정에서 엄격한 윤리기준을 반영한 지표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 돈으로 1억원 넘는 차 몰고 다니는 의사들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영인이 22개 차량 리스업체로부터 받은 ‘의료기관 리스·렌트 자동차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의료기관이 리스·렌트한 취득가액 1억원 이상 고가 자동차가 2410대로, 3년 전보다 68% 급증했다. 3억원이 넘는 차량도 36대나 확인됐다. 차량가액이 1억원이 넘는 국내 차량은 현대 제네시스 G90모델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렌트 차량 중 상당 비율이 해외 수입차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2410대 중 25.8%(598명)는 독일제 차량 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벤츠캐피털과 BMW파이낸셜 차량을 리스 또는 렌트 했다. 


 고영인은 의료기관에서 리스·렌트한 고액 차량이 탈세 수단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따르면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한해 차값 뿐만 아니라 취득세, 자동차세와 보험료, 유류비 등 유지비까지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개인 소득에 부과돼야 할 세금이 소득으로 산출되기 전 법인 경비처리 과정에서 감면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을왕리 음주 벤츠’, ‘해운대 대마초 포르쉐’ 사건 모두 법인 명의로 등록한 고가 차량이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형석은 법인의 업무용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고 업무용 법인차의 번호판 색상을 일반차량과 구별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영인은 “의원·병원 등 의료기관의 업무용 차량으로 1억원이 넘는 고급 승용차를 리스·렌트하여 사용하는 것은 절세라는 가면을 쓴 명백한 탈세”라며 “향후 복지부 등 의료당국이 의료기관의 업무용 차량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과세당국의 투명한 규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 의사 3명 중 1명 성폭력 경험

 의사계 내부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현영에 따르면 여성 의사 3명 중 1명이 남성 의사나 환자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신현영이 한국여자의사회한테서 제출받은 ‘2019년 의료계 성평등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의사 747명 중 264명(35.3%)이 “의료기관 재직 중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반면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남성 의사는 7명(1.7%)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는 한국여자의사회가 지난해 남녀 의사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264명이 기술한 내용을 보면 회식이나 업무 중에도 본인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이 있었고, 술자리에서 남성 교수 옆에 착석해 술 시중을 요구받은 적도 있었다. 임상강사(전임의)가 되는 조건으로 교제를 요구받거나 룸살롱에서 열린 술자리 참석할 것을 강요받기도 했다. 외모 및 몸매 평가, 성적인 농담을 받았다는 경험도 빈번했고, 남성 환자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했다는 답변도 나왔다.


 여성 의사 A씨는 “인턴 동기가 회식 자리에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나 원내에서 회자가 되면 레지던트 선발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했다”라고 설문에 답했다. 신현영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입수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해본 결과, 전공의법에 따라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구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최근 5년간 접수된 성폭력 피해건수도 7건에 불과했다. 수평위도 병원 쪽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만 점검할 뿐이지 사건 조사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신현영은 “현재 수평위 위원 12명 가운데 여성이 단 2명(16%)뿐이고 성평등 전문가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최전선 의료진은 지쳐간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 열 명 가운데 4명은 우울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0명 중 3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특히 간호사가 다른 직종보다 위험도가 높게 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가트라우마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응답자 319명 가운데 158명(49.5%·복수 응답)이 신체적인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우울감을 느낀다는 사람은 132명(41.3%), 외상 후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이 90명(28.2%),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72명(22.6%)이었다. 특히 9명(2.8%)은 자살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에 따르면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상담 실적은 아예 없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소진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549명의 지역별 분포를 보더라도 서울 377명(68.7%)으로 불균형이 심각했다.


 최 의원은 “K-방역의 주역인 의료진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정부의 지원책은 너무 소홀하다”면서 “의료진들이 심리평가 등 심리지원과 상담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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