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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일본에도 독립적 국가인권위 만들것" (2004.11.23)

by 자작나무숲 2007. 3. 18.
"일본에도 독립적 국가인권위 만들것"
일본 인권위 설립운동 벌이는 마치다 히사시 인터뷰
2004/11/23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권력에서 독립적인 인권위를 세우고 싶습니다.”

 

지난 21일 마치다 히사시(町田久)를 비롯한 12명의 일본인들이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실천시민연대를 방문해 인권위 설립 경험과 배경, 쟁점, 앞으로 과제 등을 들었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인권위와 관련한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인권위가 3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한국은 이들에게 좋은 참고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부락해방동맹을 비롯한 일본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80년경부터 부락해방인권확립요구 실행위원회를 만들어 국가인권위 설립을 일본정부에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최근 일본정부가 국가인권위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을 찾은 12명은 사이타마현 실행위원회 위원들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인권침해구제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2002년 인권옹호법안을 제안했지만 지난해 10월 의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돼 버렸다. 정부는 이 법안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법안을 새로 만들려고 한다. 일본 국가인권위는 그 일환이다. 마치다씨는 “아직 결정이 확실하게 나오진 않았다”며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치다씨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국가인권위의 상을 다르게 생각한다. “정부는 국가인권위를 법무부 산하기구로 하려 한다. 위원도 5명 뿐이다. 게다가 인권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정부에서 임명하는 사람만으로 위원을 채우려 한다. 인권침해 피해를 당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인권위에 참여하지 못한다.”

 

마치다씨와 실행위원들이 생각하는 인권위는 정부가 생각하는 인권위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도 권력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중앙에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도 사무실을 두어야 한다. 물론 인권피해사례를 조사하는 실질적인 권한도 가져야 한다. 마치다씨는 줄곧 “독립성, 실효성, 집행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인권옹호위원제도라는 것이 있다. 마치다씨에 따르면 준공무원인 이들은 사실상 자원봉사 명예직일 뿐이고 아무런 권한이 없다. 실행위원회는 인권옹호위원제도를 인권위에 포함시키고 실질적 권한을 주는 방안을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인권위가 자연스럽게 전국적인 인권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침해를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인권위 같은 기구가 없으면 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러면 재판을 해야 하고 돈이 많이 들지요. 결국 사회적 약자들은 돈이 없어 재판을 포기하죠. 약자들은 계속 인권침해의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마치다씨는 한국 국가인권위에 대해 “무엇보다도 독립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특히 시민단체들이 인권위를 감시한다는 것이 인상깊다”며 “일본 인권위를 세우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다씨는 일본에 국가인권위가 생긴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권 과제로 “가정폭력, 아동학대, 구금시설내 인권침해”를 든다. 마치다씨에 따르면 1년에 인권옹호위원에서 접수하는 진정이 38만여건인데 그 가운데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례가 5천4백건 가량 된다.

 

대학졸업 직후부터 부락해방동맹에서 활동한 마치다씨는 지금은 부락해방동맹 사이타마현 연합회 서기장으로 일하고 있다. 1920년대 수평사 운동에서 출발한 부락해방동맹은 일본에서 지금도 남아 있는 부락민을 위한 운동을 벌이는 단체이다. 부락해방동맹은 실행위원회 사무처도 겸하고 있다.

 

마치다씨에 따르면 일본에는 부락민 인구가 3백만명 가량이다. 일본인들은 이름만 듣거나 어디에서 사는지만 알아도 그 사람이 부락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부락민은 지금도 취직, 결혼 등에서 비공식적인 차별을 받는다.

 

“많은 부락민들이 자신의 신분 자체를 숨기고 싶어합니다. 사회적인 차별을 받기가 너무나 두렵고 싫은 거지요. 그런 점에서 재일조선인들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실례가 되는 질문인데 당신도 혹시 부락민입니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저는 부락민입니다. 누구한테나 당당하게 그 사실을 밝히지요. 전혀 실례되는 질문이 아닙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1월 23일 오전 1시 2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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