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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 17:25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정부와 지자체 갈등에 기름을 붓다


지방자치발전 계획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28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지발위)가 개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설명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연례행사처럼 돼 버린 중앙-지방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기초자치단체에선 “역사상 최초로 자치단체장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 사이에 벌어지는 엇박자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 안에서도 완전히 상충되는 지방정책이 제각각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날 지발위는 특별시·광역시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광역시 기초단체장을 임명제로 바꾸자고 하는 등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방안을 여럿 내놓았다. 지발위는 1년에 걸친 “다양한 의견수렴”을 강조했지만 지자체와 비판적인 학자들은 제대로 숙의가 됐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교육감 선출방식을 개선하자는 방안에 대해 설명회장에서 만난 한 학자가 “지난 선거에서 보수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어도 이럴까”라고 말한 것처럼 공정성까지 의심받는다. 

지발위가 이날 내놓은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에는 현재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 적지 않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중앙의 권한과 사무를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비롯해 주민직접참여제도 강화 등 풀뿌리 자치를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특별시·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교육감 선출 방식 개선 등은 격렬한 반발과 논란이 예상된다.

 지발위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연 설명회는 지난해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토대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취지였다. 지발위는 부처별 실천계획을 토대로 다음달까지 시행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권경석 부위원장은 “단계별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기초를 닦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발위는 이날 설명회에서 중앙 권한·사무를 지방에 이양하기 위한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방세 비율을 확대하고 지방세 비과세감면율을 국세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고도 했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고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초지자체에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하고 특별시와 광역시 기초의회를 폐지하며 광역시는 시장이 기초단체장을 임명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발위 계획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가령 자치경찰제를 기초지자체에 도입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광역지자체도 아니고 시·군 단위까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지방의회 활성화 차원에서 지방의회 의장에게 의회 소속 전 직원 인사권을 부여한다는 것도 가뜩이나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사무처 현실과 상충된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공무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발위가 정말로 지자체 어려움의 본질을 이해하고 만든 계획인지 의문”이라며 “실현 가능성은 물론 실행 의지도 안 보인다”고 혹평했다. 그는 “정부에선 지자체를 예산 낭비의 온상인 양 호도하지만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아니냐”면서 “낭비 사업으로 거론되는 것도 모두 정부가 투융자심사를 거쳐 예산 지원을 했던 것들인데 그때는 왜 아무 말 없었느냐”고 꼬집었다.

 지자체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날 서울구청장협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구청장 20명 명의로 “지방자치를 사실상 후퇴시키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주민들과 종합계획 폐지 청원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시·군·구와의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나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대평 지발위 위원장은 “특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문제는 당장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론수렴을 거쳐 2017년까지 확정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종합계획을 통째로 철회하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섭섭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종합계획이 “지방자치 발전 방안을 집대성한 마스터플랜이자 범정부적 실천의지가 담긴 법정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발위가 내놓은 종합계획은 지난해 12월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한 것이다.

 더 심각하게 살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정부 안에서도 완전히 상충되는 지방정책이 제각각 움직이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확정한 것은 지난해 12월 2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20일 뒤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나온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상생 발전을 위한 재정 관계 재정립 방안’은 현실 진단과 처방은 물론 기본 전제까지도 지발위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지발위는 ‘중앙은 비만증, 지방은 영양실조’라며 자치권·자율성 제약을 지적한다. 반면 자문회의는 ‘지자체의 재정 지원 요구 급증’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처방 역시 지발위는 지방분권 강화, 자치 기반 확충 등을 제시하는 반면 자문회의는 지방이전재원 개편과 구조조정, 비효율·낭비 철폐 등에서 보듯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지자체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가 지난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지방재정조정제도 개편은 자문회의가 보고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지자체로선 상대적으로 온건하지만 주도권을 잃은 지발위 종합계획에 더해 좀 더 강경하고 주도권까지 쥔 자문회의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2015년 1월29일자 1면과 3면 기사를 수정보완했습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주최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15. 1. 28 서울신문 손형준 boltagoo@seoul.co.kr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 구청장들이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발표에 따른 구청장협의회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8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지방분권시대에 부응하는 제도로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신문 손형준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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