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역간 재정형평성을 도모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지역공공재를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방교부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해마다 내국세 세입 가운데 일부를 지방에 이전한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 총액을 재원으로 하며 지난해 규모는 35조 6982억원으로 2013년보다 1941억원 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와 교육세 총액을 재원으로 하며 지난해 규모는 40조 8681억원으로 2013년보다 2018억원 감소했다.
일단 박근혜 발언의 배경은 “지난해 세수는 부진한 반면 복지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중앙정부나 지방 모두 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증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과 연관시키면, 세입확대가 아니라 세입 배분을 바꿔 중앙정부 예산압박을 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교부금 감소는 가뜩이나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와 교육청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될 수밖에 없어 중앙-지방 재정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박근혜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처방을 제시한다. 지방교부세에 대해서는 “자체 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지자체가 갖게 되는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체 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꺾는 비효율적인 구조는 아닌가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교부세 산정기준만 조정하면 큰 무리 없이 개선이 가능하다. “증가하는 복지수요의 크기가 교부세 배분기준에 제대로 반영이 됙 있는지도 살펴봐야겠다”는 언급 역시 교부세 배분에서 문제가 됐던 시·군과 구 사이의 불평등성 개선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는 “내국세가 늘면 자동으로 증가하게 되는 현행 제도가 과연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도 말했다. 하지만 내국세 세입에 따라 자동으로 늘거나 줄어들기는 지방교부세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내국세에 연동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 1960년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에 연동시킨 것은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지자체 재정압박의 주요 원인은 전액 지방에 지원하던 종합부동산세 급감과 소득세·법인세 감세에 따른 내국세 감소, 급증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한 지출증가,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지방세 비과세감면 급증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국가정책이 핵심 요인인데도 이날 박근혜는 본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지방소비세 인상 얘기도 없었다. 누리과정에 대해서는 “법률에서 지출의무를 규정한 사업”이라고 회피했다. 경로당 난방비 등 국고보조사업에 대해서는 “국회의결을 거친 사업”이라고 외면했다. 이 과정에서 마치 경로당 난방비 사업이 국가시책 사업인양 사실관계마저 호도했다.
행자부 소관 특별교부세와 교육부 소관 특별교부금에 대한 언급은 현실적으로 립서비스로 그칠 가능성 높아 보인다. 두 제도가 존속해온 것은 국회와 지자체, 교육청을 중앙정부가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을 통제하고, 지방은 예산지원을 위해 중앙정부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선 특별교부세와 특별교부금은 정권 유지를 위한 필요악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후 집행결과 공개” 역시 이미 시행중인 내용이다.
이날 박근혜가 언급한 내용은 기획재정부가 이전부터 제기해온 문제제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기재부 장관 최경환과 기재부 1차관 주형환이 각각 지난해 12월3일과 12월16일 교부세 개편을 언급한 바 있다(여기를 참조). 사실 기재부에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전문가는 “내국세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교부금 방식은 행자부와 교육부가 기재부 통제에서 자유로운 근거가 된다”면서 “기재부로선 교부금 제도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속도전을 내는 반면 지방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지방재정 문제의 핵심은 외면한 채 지방에 책임을 전가하는 쪽으로 논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으로 의제를 선점해 지자체와 교육청을 압박한 뒤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윤영진은 “교부세는 재정보전이 첫째 기능이고 지역간 재정형평화가 둘째라고 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세입확대 노력과 교부세를 연동시키는 것은 교부세 기능을 오해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등 증세를 통해 세입을 늘리면 지방재정 위기는 자연히 풀릴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도 지방교부세만 자꾸 거론하는 것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에게는 시·군 몫을 줄이고 자치구 몫을 늘려 복지수요에 따른 불평등성을 일부 해소해주는 당근을 제시하고, 교육청에 대해서는 누리과정 비중을 더 늘리고 대학지원예산 비중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압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지방을 상대로 벌이는 ‘갑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나라살림연구소장 정창수는 “권한과 책임을 모두 늘리는 틀 속에서 지방재정개혁을 고민해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임시방편과 떠넘기기로 사안을 다루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재정 전문가 A씨는 “박 대통령이 현재 지방재정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교부세 개혁 문제를 꺼낸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지방재정문제를 이렇게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자기 발언을 주워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지방교부세는 못 건드리고 지방교육재정만 삭감하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래서 나오는 결론은...
칼끝은 교육청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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