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거 국민연금을 공공자금으로 사용한 뒤 이자차액(이차) 손실금을 제대로 보전하지 않아 이로인한 손실이 3조 474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4일 “정부가 과거 ‘공공자금 강제예탁’을 명목으로 국민연금을 공공자금으로 갖다 쓴 뒤 지금껏 덜 지급한 이차 손실분이 2012년 기준으로 3조 4746억원(기금수익률 기준)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모두 적절한 대책 없이 국민연금의 신뢰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1988년부터 국민연금기금 여유자금 중 일부를 공공자금 관리기금에 강제로 예탁하도록 했다. 공공자금 관리기금 운용위원회(위원장 재정경제부 장관)는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면서 예탁수익률과 기금수익률 차이만큼 국민연금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1997년 9월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및 재예탁 결정기준’을 개정해 예탁수익률이 기금수익률과 차이가 발생할 경우 그 차이를 보전이자율로 하여 보전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경부(현 기재부)는 이 조항이 의무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이라는 이유로 이차보전을 거부하고 있다. 규정이 바뀐 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발생한 이차 총액은 당시 2조 6776억원이었지만 재경부가 이차보전을 외면하면서 이차 총액이 3조원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이차보전 문제는 2004년과 2005년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거론하면서 공론화됐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복지부 장관)는 2005년 2월 이차보전을 요구하는 공문도 재경부에 발송했다. 재경부는 그해 5월 “정부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관리·운영경비 등을 재정에서 지원해 오고 있으며 어려운 재정상황 등을 감안할 때 보전이자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재경부가 1999년 이자차액 보전을 위해 기획예산처에 관련 예산을 요구한 데 이어 2004년부터는 이자차액 보전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을 재개정했다는 점으로 볼 때 당시 재경부 논리는 궁색한 변명이라는 게 최 의원 측 설명이다.
기재부와 복지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을 보였다. 양성일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기재부가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은 아쉽지만 10년도 넘은 일을 이제 와서 재론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곽범국 기재부 국고국장은 “2005년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소송은 ‘기금수익률과 예탁수익률 차이에 따른 이차보전’ 문제가 아니라 ‘예탁수익률 적용 착오에 따른 482억원 손실여부’를 다투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입만 열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기재부가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앞장서 훼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면서 “임의규정이란 이유로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정당한 몫을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4년도 국정감사 회의록>
<서울신문 2013년 9월5일자 8면.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0905008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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