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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지방재정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시의회에서 발목잡히다

by betulo 201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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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살림살이를 주민들에게 되돌리자는 취지로 올해 처음 시행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이 서울시의회 예산안심의 과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27일 시의회 등에 따르면 일부 시의원들은 집행부가 제출한 500억 규모 주민참여예산이 시의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며 예산삭감을 주도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서울지역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풀시넷)은 28일 “시의회가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 혈안이 돼 주민참여예산조례 취지를 훼손하는 시의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주민참여예산사업에 반영된 것을 감안해 별도로 시에 예산신청을 하지 않은  자치구에선 예산이 삭감될 경우 내년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혼란이 불가피하다. 가령 상임위에서 전체 15억원 가운데 14억원이 삭감된 ‘함석헌 기념관 건립’은 당초 도봉구에서 시에 예산지원을 요청하려다 주민참여예산사업에 반영되자 지원요청을 하지 않은 경우였다.  


 시 주민참여예산은 주민과 자치구한테서 제안사업을 접수받은 뒤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자치구별, 분과별 심사를 통해 적격여부를 심사한 뒤 9월1일 총회를 통해 다득표순으로 132개 사업(499억 4200만 원)을 내년도 참여예산사업으로 최종 추인했다. 하지만 주민제안사업들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예산삭감 표적이 돼 버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윤기 시의원을 비롯한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지난 7월 서울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위촉식에서 마른 수건도 짜낸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풀뿌리 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시의회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화관광위원회에선 4·19문화제 지원(강북구, 2억9000만원), 담장갤러리 조성(관악구, 1000만원), 바느질 공방 지원(은평구, 4200만원) 등 규모가 작은 주민제안사업까지 전액삭감됐다. 특히 도서관 관련 예산은 자치구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전액삭감됐다. 노원구(13억 5300만원), 중구(4200만원), 은평구(5억원), 마포구(10억원), 성북구(3억4000만원), 도봉구(1억원), 동대문구(7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설치(송파구, 2억원), 청소년 누리터 조성(강동구, 5억원), 토요 마을학교(금천구, 5억원), 청소년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어울마당 조성(마포구, 6억원) 등 사업이 전액삭감됐다. 이 사업들은 모두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치열한 토론과 투표를 통해 확정된 것들이다.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반대는 주민참여예산조례를 대표발의한 김선갑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전화인터뷰에서 “주민참여예산으로 확정된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자치구에서 제안한 것이고 시에서 방향을 정한 것일 뿐”이라면서 “집행부가 구체적인 사업에 예산액까지 붙여서 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예산심의권을 규정한 조례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시정이나 사업에 대해 의견만 수렴해서 시의회에 건의를 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풀시넷 손종필 예산위원장은 “주민제안사업을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취지인 예산 편성권 일부를 주민에게 나누는 참여민주주의의 한 형태”라면서 “시의원들이 이를 예산심의권 침해로 보는 것은 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황당할 뿐이다. 시의원들이 끼워넣기하는 사업의 완성도는 높은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참여예산 지원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의회에서는 정당한 심의권 행사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은 버젓이 ‘편성’하고 있는 것이 지금 모습이다."면서 "현재 참여예산이 사실상 예산심의 과정에서 제대로 방어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사업을 지키기 위해 참여예산을 조공으로 바치는 유인이 있고, 서울시의원 역시 자신의 예산을 반영시켜줘야할 행정부의 사업예산을 건들기엔 부담스럽다."면서 "결국 행정부와 서울시의회가 공히 가장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것이 참여예산 사업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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