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윤보다 먼저다" | |||
세계경제포럼 반대 아시아 공동행동 13일부터 | |||
자본,시 장 무한자유에 제동 목소리 갈수록 높아져 | |||
“평화와 희망 위한 세계화를” | |||
2004/6/11 | |||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 |||
비정규직, 노숙자, 공기업 민영화, 구조조정, 정리해고…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산물이다. 동대문운동장 옆에 있는 쇼핑몰 밀리오레에 가면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5천원하는 팥빙수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창가에 앉으면 길 건너 내려다보이는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에선 단돈 5백원을 놓고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우리에겐 이제 극단적 빈부격차를 표현할 때 쓰는 ‘20대80 사회’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8일 발표한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최상위 20% 가구 소득이 최하위 20% 가구 소득의 7.28배나 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하위 20%를 포함한 31.9%가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자 가구”라면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저축 등 자산소득이나 연금 등 소득을 보전할 다른 수입원도 없는 가구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정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절대빈곤층은 1백40만명 가량으로 전 인구의 3.1%에 해당한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데도 정부가 주는 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전 인구의 4.3% 가량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인 잠재적 빈곤층도 전 인구의 4%나 된다.
자본과 시장에게 무한자유를 주자는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를 점령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사오정․오륙도라는 말이 횡행한다. 스크린쿼터 폐지 문제가 통상갈등 차원에서 다뤄지고 물과 공기도 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 증시의 42%는 외국자본이 차지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 단기성 투기자본이다.
70년대 이후 나타나기 시장한 신자유주의는 80-90년대 이후에는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지구화를 선도하는 이념이 되었다. 한국은 김영삼 정부부터 세계화 담론이 들어서고 내부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편승하려다가 IMF로 호되게 당한 경우다. 이에 대한 대응은 두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지배구조 개선, 노동유연화, 구조조정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장하는 재벌, 정부 등의 논리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맞서자는 주장으로 시민사회운동이 이런 성향을 보인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세계적 차원에서 집행하는 IMF와 WTO 등 국제기구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다. 정부는 선거로 바꿀 수 있지만 이들 기구는 그럴 수 없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사회불안요인이 커지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20대80 사회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물과 공기, 인간관계마저 상품이 되는 것도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폐해 가운데 하나이다.
시민사회가 이에 만무할 리 없다. 단체들은 다양한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금융분야에 대해서는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해 칠레와 같은 방어막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문화다양성협약 체결과 스크린쿼터 사수를 주장하고 농민단체에서는 식량주권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브라질의 경우를 예로 들며 “시민사회단체가 외통부를 압박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규제할 국제적 제도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며 “국민생활기초보장법 강화, 국민연금 개혁처럼 사회적안전망을 강화하는 운동을 계속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세계 차원에서 보면 20대80 가운데 20에 속하는 딜레마에 있다”며 “한국에서 소외된 80을 옹호하는 운동과 함께 한국 자체가 20에 속한다는 책임을 공유하는 인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3-14일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아시아원탁회의에 반대하는 아시아 공동행동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해 아시아민중연대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저항운동이다. 아시아 각국 1백70여명의 활동가가 한국을 찾아 “인간은 이윤이 아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14일부터는 이틀간 아시아민중사회운동회의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맞선 공동행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집중 모색한다.
한편 세계경제포럼 반대투쟁이 민중단체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풀뿌리 시민단체 참여가 저조하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조직 50여개는 대부분 민중단체들이다. 시민단체로 구분할 만한 단체는 여성연합, 문화연대, 민언련, 인권운동사랑방 정도다. 시민단체들의 참여 부족은 우선 공동행동 조직위측의 참여․연대 독려 부족을 들 수 있다. 정대연 공동행동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조직위를 구성하며 민중운동진영 내 방향정리를 하는데 시간을 많이 뺏겼다”고 밝혔다. 촉박한 조직 구성과 내부 논의로 시민운동 영역의 단체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
여기에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운동 성격에서 오는 간극차도 시민단체의 이름을 많이 찾아 볼 수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큰 대의는 동의하지만 적극적인 동참은 시민운동진영내에서도 논쟁적인 부분이며 숙고와 모색의 단계”라고 밝혔다. 주제준 공동행동 조직위 조직팀장도 “긴급하게 제안된 점도 있었을 것이지만 상호간 입장 정립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있다”며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게 향후 숙제”라고 밝혔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문화연대는 민중연대와 함께 일을 하는 관계라 자연스런 참여가 이뤄졌지만 다른 시민단체들은 현안과제가 산적해 있고, 관심의 영역이 달라 참여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는 시민운동 이슈에 민중운동 참여가 부족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 사무처장은 “상호 운동 이슈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모든 운동진영이 같이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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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11일 오전 5시 5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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