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은 6월30일자 <외국선 부자 증세, 한국은 감세>와 관련 기사인 <전세계 부자 증세 기조 속 한국만 부자감세 고집하면...>을 통해 이 문제를 잘 짚어줬다. 바로 2012년으로 예정된 최고 소득세율 인하 문제다.
경향이 보여주는 사례를 함께 살펴보자. 미국은 올해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기한인 2011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대형 금융기관에는 은행세 부과, 부유층에 대해서는 증세와 감세정책 폐지 등을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우선 전임 부시 대통령이 한시적으로 연소득 2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 한계세율을 35%로 낮췄던 조치를 연장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최고 소득세율을 39.6%로 인상할 수 있다.
“고소득자 자본이득·배당에 대한 세율도 15%에서 20%로 인상하고 고소득자에 적용되는 항목별 세금공제 제한규정을 재도입해 공제금액을 세액의 28%로 제한키로 했다.”
영국은 이미 지난해 노동당 정부가 올해 4월부터 연 15만파운드(약 2억7500만원) 초과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방침을 정해놨다. 프랑스는 금융기관 임직원 상여금 중 2만7500유로(약 4100만원)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50% 세금을 부과키로 했다.
그리스는 연 10만유로(약 1억4900만원) 초과 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40%에서 45%로 올렸고, 금융기관 임원의 보너스에 대해서는 무려 90%의 세금을 매긴다. 포르투갈은 연소득 15만유로(약 2억23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42%에서 45%로 인상했다.
아일랜드도 20만유로(약 2억9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최소유효세율을 20%에서 30%로 올렸다. 아이슬란드는 올해부터 순부(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가 9000만크로나(약 8억6200만원)를 초과하는 고소득자의 자산에 대해 1.25%의 ‘부유세’를 신설했다. 또 현재 22.75%의 단일세율로 돼 있는 근로소득세율을 24.1~33%의 누진세율로 바꿨다.
한국은 어떨까. 현행 35%인 연소득(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2012년에는 35%에서 33%로 낮출 예정이다. 이미 현 정부는 2008년에 감세조치를 한 번 취했고 당시 2012년에 추가 감세를 예고했다. 그나마 올해부터 시행하려다가 지난해 국회에서 2년 유예로 변경됐다. 경향이 지적했듯이 “이명박 정부 출범때 내세운 ‘감세’의 도그마에 발목이 잡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논리는 간단하다. “감세→민간소비 진작→경제성장→세수 증대라는 선순환”이다. 하지만 조승수 의원이 내놓은 실증분서에서도 이런 선순환은 머릿속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간 날때 2000년에서 2001년 주요 신문에서 ‘감세’로 검색해보면 ‘부시 정부가 시행한 감세의 효과가 조만간 나타난다’는 주문이 1년 넘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런 선순환은 없었다. IT거품붕괴가 있었을 뿐이다.
한국은 분명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정부부채는 많지 않다. OECD평균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자랑하는 ‘국가채무’는 선진국들이 쓰는 정부부채보다 훨씬 좁은 개념이다. 쉽게 말해 4대강사업을 수공에 떠넘기면 국가채무에서 빠지게 되지만 정부부채엔 포함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은 고령화라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보다 세금도 훨씬 덜 낸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6%)에 크게 못미치며 30개 회원국 중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난해의 조세부담률은 19.7%로 더욱 떨어진 상태다.”
경향은 이렇게 결론내린다. “우리나라가 성장과 복지가 제대로 융합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증세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천대 황성현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출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20% 밑으로 떨어진 조세부담률로는 감당이 안된다”며 “부자 증세 등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이 세금 적게 낸다는 건 조승수 의원실이 6월 초순 발표한 자료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조승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소득세 유효세율 국제비교” 보고서를 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중앙정부 소득세 최고세율 35%는 OECD 30개국 중 18번째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득대비 실제 부담하는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담 비중인 유효세율은 소득계층별로 9.4~16%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산업 전일제 근로소득자의 평균소득수준인 AW를 기준으로 각 계층별 유효세율을 조사한 결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라 할 수 있는 AW67% 소득자(연봉 2300만원)의 유효세율은 9.4%, 중간소득인 AW100% 소득자(연봉 3500만원)는 12.5%, 그리고 고소득층인 167% 소득자(연봉 5800만원)의 유효세율도 16%인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러한 유효세율은 OECD 30개국중에서 멕시코에 이러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동일한 소득계층별로 OECD 30개국의 평균 유효세율은 21.8%, 26.4%, 32.1%이어서 우리나라와 OECD 평균 유효세율 격차는 저소득층의 경우 12.4% 낮은 반면 고소득층은 16.1%나 낮기 때문에 고소득층일수록 국제평균보다 훨씬 낮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당시 한겨레가 <고소득층 지난해 실질 세부담 한국 15.2%-OECD평균 31.4%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24772.html>와 <MB정부 ‘부자감세 정책’ 또 도마 올라(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24769.html)>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아래 그래프는 당시 한겨레 보도에 나온 것이다.
숨어있는 예산을 찾아라
증세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개혁과제가 바로 줄줄 새는 ‘숨어있는 예산’을 찾아내는 것이다. 오늘 한겨레는 <곽노현 취임준비위 "숨은 예산 9600억">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한겨레에 따르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취임준비위원회는 6월29일 4대 핵심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취임준비위 관계자는 “예산이 모자라 핵심 공약사업을 실행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이 전체 예산의 78.5%에 이른다. 나머지도 학교시설 개·보수 비용 등 필수지출 항목이 상당량을 차지한다. 대다수 전문가와 서울시교육청도 이렇게 진단했다. 하지만 취임준비위에선 ‘숨어있는 예산’을 찾아냈다.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취임준비위 관계자는 “서울시 법정전입금 증가분과 시교육청 이월금 등 내년도 시교육청 증가 재원이 모두 9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인건비와 공공요금 인상 등 자연 증가분과 비공약 사업 추가분을 감안하더라도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5000억원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김현국 취임준비위 공약이행분과 부위원장은 “시교육청 쪽에선 내년도 세수 증가로 인한 자연적인 재원 증가 예상액만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예상보다 세금을 더 걷어 추경예산으로 내년에 교육청에 전달해야 할 전입금만도 940억원에 이르며, 시교육청 예산 가운데 올해 다 집행하지 못해 내년으로 이월해야 하는 금액도 3700억원이나 되는 등 ‘숨어있는 예산’은 넉넉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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