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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6. 14:18

대북'퍼주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

9월부터 10월까지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8회에 걸쳐 정부예산해부 기획연재를 했습니다. 애초 계획은 10회 가량이었는데 도중에 8회로 줄어들면서 통일외교 분야가 빠졌지요. 미리 써놓았던 기사도 지면반영이 안되는 처지가 됐지요. 묵혀놓기 아까워서 블로그를 통해 선보입니다. 10년에 걸친 대북 퍼주기 '프레임'을 통해 예산의 성격을 되짚어보고자 합입니다. 
악플도 환영합니다. 솔직한 토론과 건강한 비판을 기대합니다.  

정부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7083억원에 이르는 대북 인도적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차원의 쌀·비료지원 6160억원,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 180억원,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250억원, 기타(영유아, 보건의료 등) 493억원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대북인도적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당초 통일부는 올해 인도적지원(무상)에 8089억원을 집행하려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9월 말까지 집행액은 민간단체를 지원 42억원과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17억원 등 59억원에 불과했다.

통일부측은 이와 관련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당국차원의 대규모 지원은 북한의 인도적 상황, 남북관계, 국민여론 등을 고려하면서 북한과의 협의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문만 무성한 ‘프레임’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용갑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북 식량지원을 비난하면서 처음 사용한 이른바 ‘퍼주기’는 이후 햇볕정책 비판을 상징하는 담론이 됐다. 처음엔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에 한정했지만 점차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남북경협과 대북투자, 심지어 국제사회 합의에 따른 남북경수로사업까지 포괄하는 등 개념 혼란까지 겪는 실정이다.

 ‘퍼주기’가 10년 가까이 ‘남남갈등’을 대표하는 담론이 됐지만 실제 ‘퍼주기’의 실제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다른 예산사업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지 적은지, 과도하다면 얼마나 과도한지 등은 제대로 된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 <서울신문>은 대북지원에 관한 통일부와 국회 등 예산자료를 분석해 ‘퍼주기’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김영삼 정부 때 시작, 전액 현물지원

서울신문이 통일부와 국회 등 자료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액은 식량차관을 포함해 2조 683억원이다. 여기에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기반시설건설 등 투자액 4171억원과 현대 등 민간기업이 상거래와 관련해 지불한 1조 304억원(1달러=1000원 기준)을 모두 합하면 3조 5158억원에 이른다. 

정부차원의 대북지원 현황


‘퍼주기’란 말은 애초 ‘정부’가 북한에 ‘지원’, 특히 ‘무상지원’을 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은 ‘지원’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에서, 현대가 50년간 금강산 관광 사업권 대가로 지불한 4500만 달러 등은 민간기업 상거래를 위한 지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과는 다른 범주이다. 

다시 말해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퍼주기’한 규모는 1조 1811억원어치다. 여기에 식량차관이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이자율 1% 조건으로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사실상 무상지원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인정할 경우 2조 683억원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무상지원액은 3586억원(식량차관 2567억원 포함시 6153억원), 노무현 정부 동안엔 8225억원(식량차관 6305억원 포함시 1조 4530억원)이었다.

일반적으로 대북 인도적지원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첫 대북 인도적지원은 1995년 8월 대규모 수해 발생 이후 북측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공식요청하고 당시 김영삼 정부가 9월 쌀 15만톤(1854억원 상당)을 지원하면서부터였다. 1995~1997년 사이에 김영삼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인도적지원액은 2118억원에 달한다.

대북 인도적지원사업은 일부에서 북한에 현금을 ‘지원’했다는 정치적 공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지원사업 가운데 현금을 직접 지원한 경우는 없었다. 대북지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식량차관과 비료지원이다. 식량차관은 10년간 8872억원, 비료지원은 7872억원으로, 모두 1조 6587억원이다. 나머지는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 852억원, 국제기구를 통한 옥수수나 분유 지원 등에 1587억원이었다.



남북협력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북 인도적사업은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는 2000년부터 통일부가 자격을 인정하는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에 대해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 차원과 별개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민간차원의 인도적지원액은 6975억원이었다. 다시 말해 유상·무상 지원을 모두 포함한 정부와 민간의 대북지원액은 2조 7658억원이다. 

●과도한 비판에 시달린 대북지원

대북 인도적지원사업이 집행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가령 식량차관의 경우 10만톤 단위를 분배할 때마다 지역과 수량 등 분배내역을 인수일 30일 이내에 통보받았지만 정확성을 검증하는 절차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주기’라는 비난까지 받는 것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예산액만 놓고 보더라도 지나치다고 예산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3년 동안 정부와 민간의 대북지원과 식량차관을 모두 합하면 2조 9972억원(연평균 약 2305억원)이다. 2007년 통계청 추계인구 4845만명을 기준으로 볼 때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4757원 정도 지원한 셈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국민 1인당 연평균 5709원이다.

사업 타당성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경인운하 건설예산은 2조 2500억원이다.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예산이 2조 7177억원인데서 보듯 도로 하나 짓는 데 드는 돈이 10년간 대북지원액보다 많다. 파주 영어마을 건설예산도 990억원이었다. 용인 경전철(9288억원) 하나 만드는 돈이면 대북지원을 5년 넘게 할 수 있다.

예산낭비와 과도한 지원 논란에 시달리는 민자 사업인 민자고속도로를 보자. 지난해 개통한 경남 마창대교와 주변 연결도로(예정) 건설에 경상남도는 3800억원을 투입했다. 민간자본도 1900억원(차입금 포함) 투입된다. 민자사업자 수익보전을 위해 경상남도가 앞으로 30년 동안 부담해야 하는 돈도 1조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북 ‘퍼주기’ 논란 와중에도 정확히 얼마나 퍼줬는지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 지난 10년간 ‘퍼주기’라며 대북지원을 비판한 인사 가운데 어느 누구도 “지난 10년간 인도적 대북지원에 쓴 돈이 도로 하나 짓는 예산보다도 적은 1년에 2000억원 상당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북한에 지원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유력 정치인은 “퍼주기는 반대하지만 인도적지원은 찬성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예산문제가 숫자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는 것을 대북인도적지원과 ‘퍼주기’논란만큼 잘 보여주는 사례는 흔치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토론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999년 6월15일 서해교전이 일어난 14분 동안 우리 해군이 발사한 4584발의 포탄값은 1억 2000만원이었고 파손된 고속정 두 척과 초계함 1척의 수리비만 해도 수십억원 이상이었다.”면서 “생명을 살리는 인도적지원이 퍼주기라면 생명을 댓가로 한 포탄값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퍼주기’ 관련 주요 발언들>

▲“대북문제에서 자존심도, 줏대도, 원칙도 없이 북한에 퍼주기만 바쁘다.”

 =박관용 의원. 2000년 9월21일 한나라당이 부산역 광장에서 개최한 ‘김대중(金大中) 정권 국정파탄 범국민 규탄대회’에서

▲“더 이상의 퍼주기식 북한지원은 국민감정이 용납하지 않을 것”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용갑 의원) 소속 의원 52명. 2000년 12월 17일 성명에서 대북전력지원요구를 반대하면서

▲“남북협상의 원칙이 없다 보니 늘 북한에 이용당하고 끌려 다니기만 한다 ... 정권의 무한정 퍼주기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된다.”

 =2001년 3월14일 한나라당 대변인(권철현) 논평.

▲“굶고 있는 북한에 쌀을 보낸 걸 1300억원이나 들었다고 ‘퍼주기’라고 한 사람들이 그보다 70∼80배 더드는 무기구입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까.”

 =이주향 수원대 교수. 2001년 4월2일자 문화일보 칼럼. <‘지역주의’엔 희망이 없다>

▲“현대가 북한에 퍼주고 우리 정부는 현대에 퍼주고, 국민들은 정부에 퍼주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2001년 4월18일 ‘나라발전연구회’ 초청토론회에서.

▲“북한 경제가 무너져 주민들이 대거 남으로 밀려들면 비극이 될 것이므로 남한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무조건 효과가 있다.”

 =귄터 그라스(1999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2002년 5월30일자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에서 독일의 경험을 소개하며

▲“북한의 2차 핵실험 추진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뿐...정부가 ‘멋대로 퍼주기’도 모자라 ‘통째로 가져다 바치기’를 할까 두렵다.“

 =한나라당 대변인(나경원) 현안브리핑. 2007년 1월7일.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히 우월하다. 우리가 밑지고 양보하는 것 같아도 포용하면서 풀어가는 것이 맞다.“

 =정형근 한나라당 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 2007년 10월 8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회담 결과를 ‘일방적 퍼주기’라며 비판하기도 한다.“는 질문에 답하며.

▲“2007년 남북경협 사업 규모가 18억달러고, 여기서 2억7천만달러의 흑자를 냈습니다. 남북경협은 북한에 대한 퍼주기 사업이 아닙니다. 중소기업들이 대안으로 선택한 희망입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2008년 12월 2일. 개성공단을 정치가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과거 정부가)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을 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2009년 7월 7일. 유럽 3개국을 순방 도중 유럽의 유력 뉴스전문채널인 <유로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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