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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달린 악플을 분석해봤다

예산생각

by betulo 2009. 12. 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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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6일 블로그에 <"북한에 퍼줬더니 핵개발"이라는 편견 혹은 거짓말>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7월7일(현지시간)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밝힌 “북한을 많은 돈을 지원했지만 북한은 결과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대북지원 예산 현황자료를 분석해 밝힌 글이었다. 그 글은 다음뷰(Daum View)와 믹시(Mixsh)에도 올라갔다. 

뜻하지 않은 상황은 11월30일 블로그 주소를 바꾼 뒤 <편견 혹은 거짓말>을 12월1일 아침에 다음뷰와 믹시에 다시 올리면서 일어났다. 갑자기 인기글이 됐다. 이틀 동안 댓글이 29개가 달렸다. 믹시를 통해 내 글을 본 사람이 이틀 동안 2436명이었다. 다음뷰를 통해 읽은 사람은 13일 밤 10시 현재 3333명이고 148명이 내 글을 ‘추천’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대북 퍼주기’ 논쟁을 다루고 있고 방문자수도 웬만큼 되고 댓글도 통틀어 54개나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댓글도 속내를 꽤나 적나라하게 드러낸 글이 많다. 이 정도면 최근 인터넷문화에서 시작해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의 한 단면을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뷰로 내 글 읽은 33%가 50대 이상

가장 우선 눈에 들어온 건 인터넷은 더이상 젊은이 전유물이 아니라는 새삼스런 깨달음이다. 다음뷰를 통해 어떤 사람들이 내 글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40대 이상, 수도권 거주 남성’이 대다수였다. 3333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33%나 됐고 40대도 28%나 됐다. 30대는 24%, 20대는 13%였다.

한국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일극 패권사회’라는 점은 내 글을 읽은 사람 중 서울이 44%, 경기가 26%, 인천 7%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수도권이 77%나 된다. 부산이 7%, 광주 6%라는 점과 극명한 차이다. 나 자신 서울시민이지만 정말 무서운 ‘서울 제국’이다.

댓글을 하나씩 다시 읽어봤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한숨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지금도 최고의 사설로 꼽는 게 1992년 대선 직후 한겨레신문 사설이었는데 그 글은 “국민들은 그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를 가진다.”였다. 그런 면에서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민주주의 수준은 딱 우리 수준이라는, 다소 뼈아픈 결론이 가능하다. 그 점은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절실히 느낀 점이기도 하다.

여전히 강고한 ‘퍼주기’ 프레임

댓글 54개 중에 29개가 내 글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건 좋다. 나를 실망시킨 건 욕이 난무하고 아전인수격인 비방이 넘쳐난다는 점이었다. 그런 글들의 또다른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건강한 대화를 이어갈 만한 글은 참 적다.

나를 가장 실망시킨 건 ‘식량을 퍼줬으니까 식량 걱정 없이 무기개발했다’ 혹은 ‘북한은 빨리 망해야 한다’같은 도대체 깊은 생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장들이었다. 어느 댓글에서 지적했듯이 ‘돈 줬다고 하다가 돈 안줬다고 하니까 이제는 식량걱정 없어 무기개발했다’는 식이다.

“차라리 전쟁이라도 나야 한다”거나 “북한은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면 한숨만 나온다. 박자와 댓구도 잘 맞지 않는 욕설은 그나마 언급할 가치도 없겠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다

누구처럼 인터넷실명제를 하면 사이버문화가 발달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인터넷 익명성 보장은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이버세상에서 우리의 수준이 딱 이 정도라는 점은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할 듯 하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난 애초 대통령이 말한 ‘퍼줬더니 핵개발’이란 말이 근거가 없고, 북한에 지원한 건 현물이었고, 현물의 액수도 퍼줬다고 하기에 민망하다는 점을 무척이나 건조하게 통계수치를 인용해 밝혔다. 그런데 왜 내 글을 문제삼는 그 많은 댓글 가운데 내가 지적한 세가지를 재반박하는 글은 왜 하나도 없는 걸까. 왜 ‘그래도 퍼주기’ ‘그 돈 아껴 핵개발’ ‘북한에 굽신굽신’ 같은 내 글 주제와 상관없는 비난만 넘쳐날까.

난 ‘건조’하게 ‘예산수치’만 말했을 뿐인데. 여기서 댓글을 들여다보며 새삼 깨닫는 가장 큰 교훈. ‘예산’은 ‘숫자’가 아니다. 예산은 ‘정치의 최전선’이며 ‘정책의 최전방’이다.


<‘퍼주기’ 관련 주요 발언들>

▲“대북문제에서 자존심도, 줏대도, 원칙도 없이 북한에 퍼주기만 바쁘다.”

 =박관용 의원. 2000년 9월21일 한나라당이 부산역 광장에서 개최한 ‘김대중(金大中) 정권 국정파탄 범국민 규탄대회’에서

▲“더 이상의 퍼주기식 북한지원은 국민감정이 용납하지 않을 것”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용갑 의원) 소속 의원 52명. 2000년 12월 17일 성명에서 대북전력지원요구를 반대하면서

▲“남북협상의 원칙이 없다 보니 늘 북한에 이용당하고 끌려 다니기만 한다 ... 정권의 무한정 퍼주기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된다.”

 =2001년 3월14일 한나라당 대변인(권철현) 논평.

▲“굶고 있는 북한에 쌀을 보낸 걸 1300억원이나 들었다고 ‘퍼주기’라고 한 사람들이 그보다 70∼80배 더드는 무기구입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까.”

 =이주향 수원대 교수. 2001년 4월2일자 문화일보 칼럼. <‘지역주의’엔 희망이 없다>

▲“현대가 북한에 퍼주고 우리 정부는 현대에 퍼주고, 국민들은 정부에 퍼주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2001년 4월18일 ‘나라발전연구회’ 초청토론회에서.

▲“북한 경제가 무너져 주민들이 대거 남으로 밀려들면 비극이 될 것이므로 남한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무조건 효과가 있다.”

 =귄터 그라스(1999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2002년 5월30일자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에서 독일의 경험을 소개하며

▲“북한의 2차 핵실험 추진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뿐...정부가 ‘멋대로 퍼주기’도 모자라 ‘통째로 가져다 바치기’를 할까 두렵다.“

 =한나라당 대변인(나경원) 현안브리핑. 2007년 1월7일.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히 우월하다. 우리가 밑지고 양보하는 것 같아도 포용하면서 풀어가는 것이 맞다.“

 =정형근 한나라당 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 2007년 10월 8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회담 결과를 ‘일방적 퍼주기’라며 비판하기도 한다.“는 질문에 답하며.

▲“2007년 남북경협 사업 규모가 18억달러고, 여기서 2억7천만달러의 흑자를 냈습니다. 남북경협은 북한에 대한 퍼주기 사업이 아닙니다. 중소기업들이 대안으로 선택한 희망입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2008년 12월 2일. 개성공단을 정치가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과거 정부가)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을 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2009년 7월 7일. 유럽 3개국을 순방 도중 유럽의 유력 뉴스전문채널인 <유로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글은 인권연대(www.hrights.or.kr)에 기고한 글입니다.

대북지원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아래 글들을 참고하십시오.
2009/07/26 - [예산생각] - “북한에 퍼줬더니 핵개발”이라는 편견 혹은 거짓말
2008/09/19 - [예산생각] - 조선일보가 밝혀낸 대북 퍼주기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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