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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국민연금 신뢰 깎아먹는 정부

by 자작나무숲 2009. 1. 6.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국에서 광고하는 그 어떤 연금상품보다도 조건이 좋다. 눈씼고 찾아봐도 국민연금만한 노후대책은 없다. 재테크 측면에서도 국민연금은 어느 민간기업보다도 많은 혜택을 준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민간회사에서 제공하는 그 어떤 연금보다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데도 그 어떤 민간연금도 먹지 않는 욕을 혼자서 다 먹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적어도 정부가 국민연금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참여정부 시절 몇십년 있으면 국민연금 고갈된다고 큰 목소리로 떠든게 보건복지부였다.


불신을 없애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민들 무식하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 그런 면에서 정부가 나서서 국민연금 신뢰를 깎아먹는 두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두번째 주제는 2009년 1월6일자 서울신문에 나왔고 첫번째 주제는 신문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가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해서 앞에 배치했다.


<연기금, 주가하락하면 외통수 걸린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9일 올해 국민연금기금(연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을 의결하면서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7%±5%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주가가 떨어질 경우 선택의 여지 없이 주식비중을 늘려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 17%±5%에 따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12~22% 범위 내에서 국내주식을 운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주식 투자 순증액은 투자비중(12~22%)에 따라 5조 1000억~29조 6000억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투자 순증액은 12~17%(5조원~17조원)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2008년말 국내주식 예상비중이 연기금의 12%(26.9조원)이기 때문에 내년도 주식투자는 무조건 순증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는 시장상황에 따른 탄력성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주식이 1100에서 1000으로 10%가 떨어지면 연기금에서 차지하는 주식비중은 약 2.7조원이 빠져나가 11%(24.2조원)이 된다. 이는 공단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공단으로서는 주식시장에 연기금을 쏟아부어서 12%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연말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연중에는 목표범위를 맞춰야 할 의무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그럼 1년 내내 아무 제약없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냐.”는 비판에 직면한다.시장상황에 따라 ‘±5%’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부여한 취지를 무시하는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또 “현재 국내주식이 연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라는 것은 주가가 한창 떨어지던 11월 말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12월말 기준보다 1% 가량 과소평가됐다고 추정한다.”면서 “국내주식시장이 하락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12월 29일 회의에선 12%를 기준으로 올해 주식투자비중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는 사후합리화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부는 국내주식 비중을 지난해 17%보다 낮출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에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결국 조금만 주식시장이 흔들려도 외통수에 걸리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면서 “아무리 양보해도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5%±5% 이하로 낮추는 방향으로 기금운용계획을 재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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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연기금 이자 나몰라라> 


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갚지 않고 있는 2조 6776억원(2004년 기준)에 이르는 이차(이자차액) 문제가 또다시 해를 넘겼다. 기획재정부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단은 복지부에서 나서야 한다는 이유로, 복지부는 말로만 돌려받겠다고 하는 사이에 연기금을 함부로 가져다 썼던 ‘과거사’ 문제는 매듭을 짓지 못한채 잊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1993년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공공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법 제정해 국민연금 비롯한 공적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재경부 장관)의 결정에 따라 강제예탁하도록 했다. 이자율도 위원회에서 임의 설정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1999년 1월 공공자금관리법을 개정해 순차적으로 강제예탁을 줄여 2001년부터 금지시켰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강제예탁된 국민연금기금은 총 39조원이었고 이 기금은 순차 상환을 거쳐 2005년에 모두 회수됐다.


문제는 강제예탁해 공공자금으로 사용하면서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했고 이로 인해 연기금에 이자차액(이차)만큼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운용위원회는 1997년 9월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및 재예탁 결정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공공자금 예탁수익률이 연기금의 일반 수익률보다 낮을 경우 그만큼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재경부는 의무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이라는 이유로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발생한 이차 총액은 2조 6776억원에 이른다.


이 문제는 2004년과 2005년 국정감사에서 민노당 심상정 의원이 이차보전을 요구하면서 다시 공론화됐다. 2005년 1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이차보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2006년 5월에는 사회연대임금 노조(옛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는 이차보전 요구하는 국민서명을 재경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임의조항이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단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면서 “현실적으로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가 부처끼리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아무런 진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 국민연금재정과 관계자는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2005년 당시 재경부에 공문을 보낸 이후 재경부에 별도로 요구한 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문제삼는 문제는 규정상 의무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이다.”고 반박했다.


<2009년 1월 6일 서울신문에 난 기사이지만 일부 표현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10600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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