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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6

이토록 즐거운 수천년 전 사람들 일기장 훔쳐 보기 키르기스스탄 여행기(6) 카라콜에서 비슈케크, 450km 진정한 강행군이다. 카라콜을 떠나 이식쿨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비슈케크까지 가야 한다. 중간에 촐폰아타와 부라나 탑도 들러야 하는데 대략 450km 거리를 달리는 셈이다. 더구나 아침엔 알틴아라샨을 트래킹으로 혹은 트럭킹으로 내려와 점심까지 먹고 출발해야 하니 밤늦게 비슈케크에 도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라나 탑은 원래는 여행 첫 날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스타나 항공 덕분(너를 잊지 않고 있다)에 맨 마지막 방문지가 되면서 23일 일정이 더 꼬였다. 점심을 먹고 카라콜 시내를 건너뛰고 곧바로 출발했다. 중간 중간 이식쿨이 보인다. 피서객이 몰린 덕분에 중간 중간 교통정체도 겪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머릿속엔 카라콜의 역사가 요동쳤다. 카라콜은.. 2022. 8. 4.
하늘과 맞닿은 산 오르다 보면 키르기스스탄 여행기(5) 알틴아라샨 트래킹 왕복 30km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한국과 시차가 세 시간이라 키르기스스탄에 온 뒤론 줄곧 아침형 인간이다. 대략 씻고 1층 로비에서 스마트폰 충전을 하고 사진 백업도 하며 밀린 일기를 썼다. 오늘은 알틴아라샨(Алтын-Арашан)에 오를 예정이다. 알틴아라샨은 키르기스어로 ‘황금 치유 열쇠’를 뜻한다고 한다. 해발 2500m가 넘는 곳에 우뚝 서 있는데다 저 멀리 설산인 팔랏카 봉이 하얗게 보인다. 두 산맥 사이 해발 3500m에 있다는 알라쿨(Ала-көл) 역시 명물이라고 하는데, 산장에서 걸어서 여섯시간쯤 걸린다고 해서 이번 여행엔 빠졌다. 알틴아라샨 초입에 있는 산장으로 간 뒤 차를 갈아탔다. 무지막지하게 생긴 놈이다. 옛 소련 시절 군용차를 개.. 2022. 8. 3.
꽃과 분수가 있으니 파라다이스가 멀지 않더라 키르기스스탄 여행기(4) 키질투에서 카라콜까지 175km 키르기스스탄에선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 몇 시간씩 걸리는 이동 도중엔 와이파이는 고사하고 심지어 유심칩을 바꿔 낀 사람들조차 전화 통화가 잘 안되는 일이 흔하다. 자연스럽게 적응을 해서 스마트폰은 그저 휴대용 주머니시계 겸 스마트 카메라가 돼 버렸다. 그러다 식당이나 민박집, 호텔처럼 와이파이가 된다 싶은 곳에선 즉시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수신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산자락과 지평선을 향하던 시선도 스마트폰을 향한다. 여행 도중에도 밀린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김지나 노무사는 와이파이가 터진다 싶으면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 주고받느라 바쁘다. 전날 말에서 넘어져 팔에 피멍이 들었던 도미라 작가는 어린 딸과 통화하면서 “엄마 말에서 .. 2022. 8. 2.
키르기스 사람과 친해지기, 마술주문 하나로 충분하다 키르기스스탄 여행기(3) 카라수에서 이식쿨까지 280km 코쇼이 코르곤(Кошой-Коргон)을 떠나 서둘러 간 곳은 바로 옆에 있는 카라수(Кара-Суу) 마을이었다. 이 곳에선 키르기스스탄 전통 결혼식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역시 국제교류재단과 추 대표가 운영하는 키르기스프렌드가 공동으로 추진중인 키르기스 문화마을 사업 일환이다. 전통 결혼식을 통해 키르기스스탄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해주자는 건데 신랑 신부 역할을 맡은 동네 처녀 총각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쑥쓰러워 하는 모습이 오히려 볼 만하다. 카라수 마을에서 민박을 했다. 일행 가운데 나를 포함해 남자 4명이 묵은 곳은 결혼식에서 축가를 맛깔나게 부른 아주머니 집이었다. 황금을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답게 웃을 때 금이빨이 보이는 이 아주머니(.. 2022. 8. 1.
실크로드, 사람이 오가고 머물며 흔적을 남겼다 키르기스스탄 여행기(2) 송쿨에서 타쉬라밧까지 250km, 타쉬라밧에서 코쇼이코르곤까지 60km. 송쿨을 뒤로 하고 일행을 태운 차는 초원을 달린다. 길 양옆으로 한가하게 햇볕을 즐기는 말떼와 소떼, 양떼가 보였다. 야크떼도 눈에 띄었다. 중간 중간 고갯마루에 차를 세우고 하늘과 맞닿은 산줄기에 감탄하며 타쉬라밧(Таш-рабат)으로 향했다. 송쿨에서 타쉬라밧까진 얼추 250km를 달려야 한다. 해발고도는 점점 더 높아지지만 전반적으로 완만한 덕분에 고산병 걱정은 한결 덜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유라시아 동서를 잇는 교통로, 실크로드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군대와 상인, 여행가들이 이 길을 지났다. 나가사와 카즈토시(長澤和俊, 1991: 40)는 “쿠차(현 중국 위구르자치구) 서방의 악스로부터 베델嶺으로 .. 2022. 7. 31.
별 쏟아지는 호수에서 당나귀 탄 꼬마를 만나다 키르기스스탄 여행기(1) 비슈케크에서 송쿨, 300km 인천국제공항에 온 지 하도 오래되어 그런가. 낯설기 그지없다. 휴대전화 로밍 설정 방법도 기억이 잘 안난다. 환전은 어디서 했더라. 7박 9일을 키르기스스탄에서 함께 할 14명이 모두 군기 바짝 들어 약속시간인 7월 17일 아침 8시에 인천공항에 집합했다. 출국수속도 낯설다. 문을 연 식당이나 카페가 거의 없는 것도 어색했다. 공항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으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어디에도 없다. 배고프다. 이제 기대할 건 기내식밖에 없다. 하지만 비행기는 계속 늦어진다. 12시 40분으로 늦어지더니 12시 30분 무렵엔 1시 40분으로 늦어진다. 결국 아침도 못먹은 채 2시 무렵이 되어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3년만.. 2022.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