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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의정회.행정동우회

시민사회 진지전, 공정한 경기규칙부터

by 자작나무숲 2007. 4. 16.

언젠가 그람시가 시민사회는 진지전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람시의 이론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글을 읽었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느낌만으로 본다면, 지금에 와선 한국 시민사회도 그런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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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거칠게 이해한 바로는 조급함을 버리고 하나씩 하나씩 밑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강준만 교수도 비슷한 얘길 한 적이 있지만 ‘공정한 경기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진지전은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의정회와 행정동우회를 분석하고 기사를 쓰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습니다.


의정회는 각종 지원조례나 육성조례를 통해, 행정동우회도 사회단체보조나 민간경상보조로 지원금을 지방정부한테 받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명목으로 새마을,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 각종 보훈단체, 이익단체 등도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좌파정권’이라는 부르는 정권이 그들에게 ‘퍼붓기’를 하고 있고, 그들은 ‘좌파정권’이 주는 지원금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반대’니 ‘한미FTA찬성’이니 하는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정치참여금지를 우롱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는 FTA반대 전력이 있는 단체는 사회단체보조금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얘기지요. 제대로 보조금이나 주면서 그런 얘길 하면 그나마 낫겠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지출한 사회단체보조금을 보십시오. 어디에 공정한 경기규칙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나 경실련 같은 ‘유명’ 시민단체들이 사회단체 보조금으로 단체 상근자 인건비를 쓰고, 사무실 운영비를 내고, 사무실 관리비를 지출했다면 지금쯤 아마 국정조사니 청문회니 하는 소리가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시민단체라는 말이 아까운 단체들이 그런 용도로 돈을 쓰며 지역에서 유지니 명사니 원로니 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선국면에서 수구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그분들이 수구세력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정권을 어느 당이 잡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정한 경기규칙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한나라당을 겨냥하는 운동 대신 각종 관변단체들에 지출하는 정부보조금을 분석하고 예산낭비를 찾아내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제게는 한나라당의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안되고보다 몇백배는 중요합니다.


공정한 경기규칙은 정권을 잡느냐 안 잡느냐로 판가름나는게 아닙니다. 경기규칙의 비밀은 얼핏 지루하고 하찮아 보이는 예산 각목명세서 속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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