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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평택 미군기지 이전

행정대집행,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2006.5.15)

by 자작나무숲 2007. 3. 30.

행정대집행은 정부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의무를 부여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강제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1954년 제정되고 1984년 단 한 번 개정된 이 소략한 법은 철거민, 노점상 등 사회적 약자에겐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다. 법을 지켜야 할 정부가 행정대집행을 하면서 행정대집행법을 어기는 불법행위를 50년 넘게 자행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일 대추분교 행정대집행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행정대집행 주체였던 국방부의 수장은 “행정대집행은 경찰과 법원집행관이 한다”고 강변했고 경찰은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명분삼아 사실상 행정대집행 주체로 나섰다. 강제퇴거는 행정대집행법상 범위를 벗어남에도 버젓이 행정대집행을 이유로 강제퇴거가 횡행하고 여기에 저항하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한다. 용역이 저지르는 폭력을 막아야 할 경찰은 수수방관하거나 용역보다 더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상징하는 행정대집행.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엄단”을 외치지만 시민들은 “제발 법대로 하자”고 외친다. /편집자주

"행정대집행법상 강제퇴거는 위법”

내멋대로 법해석으로 민-군 충돌 불러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지난 3일 오후 5시 기자회견에서 “행정대집행 등 법질서 유지는 법원집행관과 경찰이 하는 것이며 공병요원을 포함한 군인력은 어디까지나 공사준비를 위한 지원작업에만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호도하는 발언이다. 행정대집행의 주체는 국방부였다.

국방부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가장 큰 목적은 평택범대위 관계자들을 대추분교에서 끌어내고 그 동안 철조망 설치를 하려는 것이었다. 대추분교는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와 5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고 학교운동장에 대규모 집회인력을 수용할 수 있다. 범대위는 이곳에서 집회를 자주 열었다.

분명한 것은 “일정한 토지를 점거하고 있는 사람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행정대집행 적용대상이 아니다”는 점이다. 사람을 끌어내는데 경찰력에 용역에 군병력까지 동원한 국방부는 말그대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속담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김명연 상지대 법대 교수는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행정대집행과 ‘직접강제’로 나눌 수 있다”며 “대추리에서 실제로 일어난 건 직접강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시설보호법상 강제퇴거 조항처럼 직접강제를 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국방부가 명분으로 삼은 행정대집행법이나 국유재산법 등 어디에도 직접강제 권한은 없다”고 꼬집었다.

“대추분교를 점유”하고 있던 범대위 관계자 등을 대추분교에서 끌어내면서 국방부는 범대위의 점유를 배제하고 점유이전을 받으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김지태 미군기지확장저지 팽성대책위원장 앞으로 보낸 행정대집행영장에서 “폐교된 대추분교 내 불법시설물의 철거요청 건에 대하여 지정기일 내에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집행하겠다”고 통지했다.

운동장 출입문, 돌탑, 비닐하우스, 야외무대, 교실 내 도서관과 종교시설, 운동장 컨테이너 등 ‘대추분교 내 불법시설물 철거’가 국방부가 행정대집행을 감행한 법적 근거였던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실제로는 ‘대추분교 내 불법시설물’만 철거한 게 아니다. 대추분교 건물까지 철거됐고 대추분교는 폐허로 변했다.

대법원 판례 “점유배제 위한 대집행 위법”

장경욱 변호사(민변 사무차장)는 “결국 국방부의 목적은 국유재산이 된 대추분교의 토지와 건물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평택범대위 등이 점유하고 있는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점유자인 평택범대위의 점유를 배제하고 점유이전을 받는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토지나 건물의 점유를 이전시키는 자체는 점유자가 저항할 경우 ‘대집행’이 아니라 ‘직접강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정대집행의 범위를 벗어난다. 장 변호사는 “점유이전을 위한 직접적인 실력행사는 대집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도시공원시설 안에 있는 매점 공동점유자 가운데 한 사람인 원고 박택근씨에 대해 매점에서 퇴거하고 판매시설물과 상품을 반출하지 않으면 대집행하겠다는 서울시 관악구청에 대해 관악구청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매점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불법시설물을 철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매점에 대한 원고의 점유를 배제하고 점유이전을 받는데 있다”며 “직접적인 실력행사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대집행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법이라고 밝혔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당시 주심 대법관이었다.

이런 법적인 문제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행정대집행법 제2조에 있는 “다른 수단으로써 그 이행을 확보하기 곤란”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결국 행정대집행을 하기 이전에 국방부가 과연 얼마나 대추리 주민들과 범대위와 갈등조정을 위해 대화에 나섰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지난 4일 담화에서 “주민들과 150여회 대화를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수렴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년 동안 대추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 “대화”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찰이 왜 행정대집행에 나서나

50년 넘게 불법 자행, 저항만 키워

경찰은 지난달 29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대추분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팽성대책위원회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것이 지난 4일 경찰이 1만3천여명에 이르는 경찰력을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 대추분교에 투입한 법적 근거였다. 하지만 체포영장을 받은 김지태 이장 등 3명은 대추분교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경찰은 결국 압수수색이라는 이름으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을 ‘대행’해주는 꼴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간부는 “경찰은 하수종말처리장”이라고 표현했다.

현행법상 경찰이 행정대집행을 원조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명연 상지대 법대 교수는 “행정대집행을 위해 경찰을 동원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못박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행정청 자체가 국민에 대해 강제로 퇴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그 권한에 따라 경찰 직무원조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권한이 없다. 직무원조에 의해 강제퇴거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대추리나 강제철거 현장 등에서 경찰이 집행원조를 하는데 이는 경찰력을 동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이 몇십년간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대추분교 현장에서 경찰은 “대추분교를 점거하고 경찰의 출입을 방해하는 것은 엄연한 공무집행방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집행방해죄는 기본적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을 전제로 한다.

김 교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따른 현행범 체포는 성립이 안된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사안으로 인해 사람의 신체와 생명에 위험에 야기되는 것이 경찰력 동원 근거”라며 “사람이 불법점거하고 저항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리하게 강제집행을 함으로써 사람의 신체와 생명이 위험에 노출됐다. 1백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위험을 야기한 자에 대해 경찰권을 발동해야 한다. 결국 경찰이 ‘법대로 하려면’ 강제철거 같은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시위대를 강제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강제집행 행위를 중단시키는데 경찰력 동원해야 한다.

철조망 설치 지원, 경찰의 용역화?

국방부가 행정대집행을 했던 실질적인 목표는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국방부가 군병력을 동원해 본정리 본정농협 앞길과 도두리 배밭길을 통해 도두리와 대추리 등에 29km에 이르는 철조망을 설치할 때 경찰 50개 중대가 이를 호위했다. 이는 명백히 경찰권 범위를 벗어난 행위였다.

철조망을 설치할 때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 전이었고 철조망은 민법상 소유권을 위한 행동이었다. 행정청으로서 국방부가 아니라 민법상 ‘사인(私人)’과 동일한 자격으로 벌인 행위를 경찰이 보호해 준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사기를 당했다고 경찰이 바로 사기범한테 돈을 빼앗아 돈을 돌려주는 것 같은 직권남용을 경찰이 저지른 셈이다.

최소성, 보충성, 합리성, 비례원칙이 경찰활동원칙이다. 하지만 지난 4일 경찰은 최소성이 아니라 최대성을 추구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전의경이 아니라 용역을 동원했다면 결코 그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짜로 부려먹는 인력이기 때문에 1만명이 넘는 전의경을 동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것이 아니면 다른 수단이 없어야 한다’는 보충성에 비춰보더라도 물리력 동원이 유일무이한 방법이란 걸 입증하지 못하는 한 경찰활동이 적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은 대추리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 대한 권리침해이기도 했다. 1만명이 넘는 전의경을 동원하고 6백명이 넘는 사람을 연행하면 정보, 수사, 교통 등 각 경찰 기능을 총동원해야 한다. 오 국장은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마구잡이식 경력운용 하는 것은 그 시간에 동네에서 치안서비스를 받아야 할 일반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5월 15일 오후 13시 3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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