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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국가보안법보다 무서운 ‘폭처법’

by 자작나무숲 2007. 3. 29.

국가보안법보다 무서운 ‘폭처법’
전문가,법조계 “법무부 개정안도 유명무실,면피용"
홍미영 의원 “폭처법 폐지 법률안 발의할 것”
시민의신문 2005년 12월12일자 627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형법 전문가들과 법조인조차 폭처법이 형법 규정을 가중처벌하는 중복입법으로서 책임주의와 과잉금지 원칙, 비례 원칙에 어긋나는 중형주의 입법의 전형이라며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법무부가 내놓은 폭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홍미영 열리우리당 의원이 지난 2일 <시민의신문>, 인권실천시민연대와 함께 공청회를 연 데 이어 다음주 폭처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박기석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무부는 지난 10월 20일 폭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이마저도 폭처법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면피용 법률’에 불과하다”며 “폭처법을 즉각 폐지하고 필요한 사항은 형법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처법 뿐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형사특별법이 모두 문제”라며 “궁극적으로는 형사특별법을 모두 없애고 형법 하나로 법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무부는 다양한 범죄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취지에 따라 죄명별로 세분화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가령 상습폭력을 기존 3년이상 징역에서 1~3년 징역으로 3단계 세분화했고 주·야간에 따른 법정형 구분을 폐지했으며 적용대상 범죄에 존속상대 폭력범죄를 포함했다. 또 범죄단체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도 처벌규정을 신설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16일 ‘야간에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제2조 1항(상해, 폭행, 체포, 가금, 협박, 주거침입, 퇴거불응, 폭력에의한권리행사방해)의 죄를 범한 자 또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그 죄를 범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폭처법 3조 2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법조계도 괴롭다

대리운전을 하는 A씨(28세)는 어느날 뒷자리 승객이 같이 탄 여자를 때리고 술주정 부리는 것을 보고 승객을 말리다 실랑이를 벌였다. 말다툼 끝에 승객이 넘어졌는데 그 승객은 발목이 부러졌다며 전치 8주 진단서를 가져왔다. 폭처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승복할 수 없다며 합의를 안하다 법정구속돼 징역 5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가족과 친척들이 사채까지 얻어서 2천800만원을 마련한 다음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 결국 실형 4개월 집행유예 1년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이같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싸움을 말리다 ‘다중의 위력으로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경우도 생긴다. ‘피해자’ 측에서는 합의금을 얻어내 한 몫 잡으려는 경우도 있다. 김유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은 “혹자는 그런 경우 검찰에서 일반 상해죄로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당초에 상해죄로 기소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근본적으로 검찰이 어떤 죄로 기소하느냐 혹은 공소장을 변경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법률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폭처법의 위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 형법이 사문화되는 사태도 벌어진다. 서순성 변호사는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는 형법을 많이 공부했지만 실제 변호사 일 하면서 형법을 볼 일이 거의 없다”며 “형법은 고시 준비용 법률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폭력사건의 경우 “거의 100%가 폭처법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폭처법 때문에 괴롭다. 이규문 경찰청 수사국 폭력계장은 “폭처법 사건은 매년 20여만건, 40만명에 이른다”며 “하루에 천여명씩 폭처법으로 입건된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한 법적용, 전과자 양산 등으로 인해 일선 경찰관들조차 폭처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심희기 연세대 법대 교수는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가 강고하게 현존하고 있으며 이를 일신해야 한다’는 폭처법의 문제의식은 절대로 타당한 문제의식이지만 문제는 ‘어떻게 일신할 것인가’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과학 없는 중형주의 입법”으로 폭처법을 규정한 뒤 “중형을 가하는 형사특별법을 만들어 뿌리를 뽑자는 발상에서 벗어나 범죄과학적 분석을 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형량을 높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게 없는 한 폭처법의 입법취지는 결코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미영 의원, “형사특별법 다 없애야”

폭처법 폐지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인 홍미영 의원은 “폭처법은 국민을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해 박정희 군사정권이 졸속으로 제정한 법률”이라며 “폭처법이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형법까지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법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린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홍 의원은 “한번 잘못 만든 법은 없애기가 정말 어렵다”며 “폭처법 폐지를 계기로 유명무실한 형사특별법 폐지를 꾸준히 추진하고 국회에 형법개정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처법은 1961년 6월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제정했다. 폭처법 규정은 모두 형법에 있는 규정을 가중처벌하는 조항들이며 전형적인 ‘일벌백계’ 법률로 꼽힌다. 특히 무분별하게 가중처벌을 규정하다보니 불균형이 심각하다. 가령 주거침입을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만들면 사형, 무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해 살인죄보다도 무겁게 처형하도록 했다. 밤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사람을 상해한 자는 5년 징역형인데 비해 밤에 흉기로 사람을 상해하여 사망케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

폭처법 사건에서도 엄격한 규정과 달리 집행유예와 벌금이 70~75%에 이르고 유기징역은 20% 정도에 불과해 실효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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