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 토론회4] '전의경 역할과 인권'
인권연대와 본지 공동주최
2005/8/31
경찰복을 입은 군인. 전투경찰은 과연 필요한가. 작전전투경찰순경(전경)과 의무전투경찰순경(의경)으로 이뤄진 전투경찰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곧 전투경찰의 근거가 되는 전투경찰대설치법이 위헌이라는 주장과 맞닿아있다.
“전의경은 경찰이 아니라 군인입니다. 군복무인력 일부를 경찰로 차출한 것이니 형식적인 신분만 경찰일 뿐입니다. 집회·시위 현장에 전의경을 투입한다는 건 사실상 군인이 시위진압한다는 뜻이고 이건 곧 상시적인 계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는 겁니다. 이들은 공인된 폭력집단입니다. 전의경 제도 자체가 위헌입니다. 당장 해체해야 합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의 말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회원국에 비준최우선 순위를 두는 8개 기본협약 가운데 ‘강제노동 금지협약’이 있습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전의경은 강제노역이죠. 국가가 국민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겁니다. 전경들이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빼돌려서 경찰로 쓰도록 한 전투경찰대설치법도 위헌이라고 봅니다. 대간첩작전이 아니라 데모 진압에 투입하는 것도 위법이구요. 국방부 인력을 행정자치부로 차출하는 것은 탈법입니다.”
이계수 건국대 법대 교수는 “시위에 대처하는 경찰은 어느 나라든 있지만 한국을 빼곤 현직 경찰들”이라며 “전투경찰제도는 외적을 막는 군대를 ‘국민 내부의 적’을 막는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은 교육도 허술하게 받아 전문성도 없어 경찰서비스 개념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며 “결국 치안서비스 수준만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집회시위 관리 차질로 사회혼란 우려 △민생치안 악화 △안보와 대테러 역량 약화 △재정부담 가중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4년 기준으로 작전전투경찰순경(전경) 1만8천174명, 의무전투경찰순경(의경) 3만2천435명 등 총 5만여명의 전투경찰이 존재한다. 과연 그러한가. 전투경찰의 역할을 살펴볼 때 경찰청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위는 계속 증가하고 대형화하기 때문에 1일 평균 98개 중대를 동원해 맞교대하고 있다”며 “시위상황 대처에도 현 부대수로는 빠듯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집회시위관리 차질 우려라는 경찰청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지는 어떻게 전의경 경력이 배치되고 운영되는가를 봐야 한다.
집회시위신고는 각 경찰서 정보과에서 접수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정보형사들은 ‘시위가 폭력불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가, 시위를 주동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어떠한가 등 여러 변수와 세부 내용을 보강조사하고 판단하여 경찰서장에게 정보상황보고를 한다. 이 보고서에 의거해 서장은 지방경찰청에 경력지원 요청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눈여겨 봐야 할 게 있다. 집회시위 상황이 예정된 경찰서의 서장은 십중팔구 무조건 많은 경력이 지원되길 바란다. 다시 말해 인해전술을 가장 선호하는 것이다. 한 현직경찰은 “시위대를 훨씬 뛰어넘는 인원으로 물의를 염려치 않고 시위를 관리 또는 진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보상황보고 과장이 벌어진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전의경 경력을 지원 받기 위해서다. 가령 변수 발생의 가능성이 낮음에도 높은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경찰서장의 경력지원 요청은 지방청 경비계에서 접수한다. 지방청 경비계에서는 가용 가능한 지방청 소속 전의경 부대를 경찰서장의 요청을 받아 지원합니다. 지방청 경비계에서는 수십개의 전의경 부대를 매일매일 역시 수십개의 경찰서의 상황에 나누어 배치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상황 대부분이 사실은 기동부대가 출동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심지어는 ‘돌발상황’ 대비라는 이상한 경력배치도 있습니다. 이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전의경 부대를 배치한다는 것인데 결국 전의경의 정당한 휴식 시간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죠.”
현재 전투경찰 가운데 전경과 기동대에 배속된 3만여명은 시위진압을 주로 한다. 방범순찰대는 1만4천여명, 교통, 유치장, 전산 인력은 5천여명이다. 집회장 주위에서 만난 한 경찰 관계자는 “정부가 전의경 유지하는 건 예산 때문”이라며 “한 마디로 싼 맛에 쓰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집회 몇 명 안해도 몇배씩 전의경 투입합니다. 전투경찰 없애면 예산이 엄청나게 더 든다는 건 전투경찰 유지를 전제로 한 뻥이죠. 오늘도 10여명 집회하는데 한개 중대가 하루종일 죽치고 있습니다. 정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면 절대로 이렇게 못할 겁니다.”
음주단속을 주로 하는 교통의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계수 건국대 법대 교수는 “대낮에 길을 막고 막무가내로 음주단속하길래 법조항을 들어 따졌더니 의경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고 상관으로 보이는 현직 경찰이 그냥 가라고 하더라”며 “법의 권위와 경찰의 명예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 전직 경찰관은 “데려다 막 쓸 수 있는 인력이 많을수록 업무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추어도 못되는게 전투경찰입니다. 시민에게 형편없는 조직이라는 인상만 심어줘 신뢰감을 스스로 떨어뜨리는거죠. 몇조원 예산 아낀다고 경찰 전체가 국민들한테 불신받게 되는 겁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에서는 현재의 전투경찰을 경찰관으로 대체할 경우 현재 전투경찰의 3배를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기동대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로 상시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찰관은 주40시간 근무제에 따라 3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창영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전투경찰에게 정식 경찰관보다 세배나 많은 일을 시키고 있다는 걸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2005년 8월 31일 오후 12시 1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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