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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토론, 보안경찰 속내를 엿보다

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by betulo 2007. 3. 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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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남북화해시대 보안경찰의 역할과 방향

[경찰개혁] 경찰개혁토론회 열띤 논쟁

2005/5/20

일시: 5월 18일 오전 10시
장소: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2
사회: 김희수 변호사(인권실천시민연대 운영위원)
발제: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호영 건국대 대학원 석사과정
토론: 설동본 <시민의신문> 취재부장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유동열 경찰대학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
        이영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장경욱 민변 사무차장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지춘경 경찰청 보안국 보안4과 2계장

양계탁 기자 토론회에 참석한 한 경찰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보안경찰이 공개 토론회, 그것도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나온 것은 경찰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시민의신문>과 인권실천시민연대가 지난 18일 공동주최한 경찰개혁 연속 정책토론회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보안경찰 관계자들이 직접 토론자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경찰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의 성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시까지 계속됐다. 일단 토론회를 끝내고 서로 인사하는 자리에서도 토론은 그칠 줄을 몰랐다. 

양계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18일 열린 보안경찰토론회는 토론회 내내 보안경찰 비판론자들과 옹호론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사진은 임준태 동국대 교수(왼쪽), 사회자 김희수 변호사(가운데), 이호영 건국대 대학원 석사과정(오른쪽). 양계탁 기자

‘남북화해시대 보안경찰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는 양측이 한 치 양보없이 설전을 벌였다. 보안경찰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이호영씨(건국대 대학원 석사과정)와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발제부터 토론은 양쪽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설동본 <시민의신문> 취재부장,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 장경욱 민변 사무차장은 각각 △보안4과와 보안지도관 △보안경찰 교육내용과 인적&물적청산 △예산 △극우적 시각 등을 들어 보안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춘경 경찰청 보안국 보안4과 2계장, 유동열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등은 이에 맞서 보안경찰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열띤 토론이 전개됐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이 돌출발언과 인신공격을 일삼아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특히 유동열 연구관은 “박종철씨 사건은 살인이 아니다” “비전문가인 대학원생이 발제하고 교수는 토론자인데 이래서야 균형이 맞겠느냐” 같은 발언을 쏟아내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 연구관의 발언은 비교적 보안경찰의 내면을 잘 반영한 듯 했다. 한 참가자는 “시대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과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충돌하면서 유 연구관같은 ‘돌출발언’이 터져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관은 “소련의 사회주의 전략과 북한의 대남전략에 맞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킨 숨은 공로자가 바로 보안경찰”이라며 “박종철 사건 같은 부정적인 몇가지만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일부 청중들은 곧바로 우뢰 같은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경찰청 보안국에서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청중 40여명이 특정발언에 대해 야유를 보내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를 두고 오창익 사무국장은 “수사부서 인권교육 해보면 교육 중간에도 급하게 전화받는 모습을 한 두번 본 게 아닌데 오늘 보안경찰들은 한가하게 수십명씩 앉아있다”며 “이것이 바로 보안경찰이 하는 일 없다는 증거”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종철씨 고문치사는 살인이 아니다?

<논쟁 1> 보안경찰 과거청산

“보안경찰이 ‘고문 살해의 상징’이라고요? 1987년 박종철씨 사건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건 살인이 아닙니다. 수사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잘못된 것이죠. 그걸 살인이라고 표현하면 안됩니다.”

경찰측 토론자였던 유동열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은 “보안경찰이 ‘고문과 살인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는데 도대체 살인의 근거가 뭐냐”며 강경한 어투로 이호영씨의 발제문을 반박한 뒤 “박종철씨 사건은 살인이 아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유 연구관은 오창익 사무국장도 남영동 대공분실을 “고문살인의 비극적 현장”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일반인들이 남영동 분실 있다는 얘기 들으면 무슨 반응 보일 것 같으냐”고 물은 뒤 “일반인들 상식이 바로 ‘고문과 살인의 상징’”이라고 반박했다.

유 연구관은 이에 대해 “살인의 근거가 뭐냐”고 되물었고 이씨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란 말이냐”고 따졌다. 유 연구관은 “대법원 판결을 봐라. 판결문 어디에도 살인죄는 없었다. 알지도 못하면서…”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오창익 사무국장은 “반성도 안하면서 무슨 혁신이냐”며 “뻔뻔하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날 오 국장은 보안경찰의 인적청산과 물적청산을 강조하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부터 경찰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춘경 계장은 “좋은 지적”이라며 “그런 마음으로 인권 생각하면서 보안 업무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유 연구관도 “보안경찰이 거듭나려면 철저한 반성과 혁신 있어야 한다”며 “시민단체에서 지적한 것은 근거가 있다”고 자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자료집 회수해야” vs “비밀 응집체”

<논쟁 2> 비밀주의 논쟁

지춘경 계장은 “보안국은 발가벗었고 더 숨길 게 없다”는 말을 여러번 언급했다. 이는 “보안경찰은 비밀경찰이고 비밀 응집체”라는 이호영씨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뜻과 함께 보안경찰의 혁신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지 계장의 선언적 발언은 곧바로 경찰측 인사들이 뒤집었다.

토론회가 끝난 후 한 보안국 관계자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도 하나 둘 공개하다 보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정보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열린 보안”을 강조하던 유동열 연구관은 “이영순 의원이 자료로 배포한 보안수사대 현황은 3급 기밀”이라며 “국가기밀누설이고 민감한 사안이니까 토론회 끝나고 자료집을 회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주장해 이 의원의 항의를 받았다.

이 의원은 “보안경찰 예산 발표는 왜 안되느냐”고 따졌고 유 연구관은 “3급 기밀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내가 배포한 자료는 지난해 국정감사 공통답변사항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유 연구관을 압박했다. 유 연구관은 이에 수긍했고 자료집 회수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 연구관은 토론회가 끝나고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법적으로 국정감사 답변자료를 유포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이라고 다시 언급했다.

유 연구관은 “한국은 안보 후진국”이라며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을 예로 들었다. 그는 “헌법보호청은 헌정질서 위배가 있으면 계좌추적과 이메일 감청도 마음대로 한다”며 “한총련 같은 단체가 있다면 주정부 행정명령만으로 단체 해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안문제연구소가 일상적 감시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헌법보호청은 매년 의회에 배포하는 백서에 어느 국회의원이 극좌인사 누구를 만났다는 얘기까지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방청토론 때 “자꾸 독일 헌법보호청과 비교하고 외국 사례를 갖대 대면서 논리조작을 일삼는다”고 유 연구관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직제에도 없는 보안4과가 구속영장 발부하는 것 같은 일이 독일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유 연구관은 “독일은 독일의 특수한 문화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학원생이 발제하고 교수는 토론하니 균형이 맞겠느냐"

<논쟁 3> 발제자 자격 시비

이날 토론회은 여느 토론회와 달리 건국대 법대 대학원생 신분인 이호영씨가 발제를 맡고 현직 법대 교수와 국회의원, 변호사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가벼운 남방 차림과 정장차림은 여러 모로 대비를 이뤘다. 유동열 연구관이 발제자의 신분을 문제삼으면서 발제문의 신뢰성까지 떨어뜨리려 했고 이씨의 지도교수인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유 연구관은 “토론은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한쪽은 현직 교수이고 한쪽은 석사과정 학생이 발제자”라며 “균형이 안 맞지 않느냐”고 제기했다. 그는 “발제자가 전문적 식견이 있다는 검증이 됐느냐”며 “이씨의 발제문은 ‘경찰보안부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아니라 ‘비방적 고찰’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젊은 석사과정 학생이 많은 자료를 이용해 발표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발표문이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보안경찰 존재를 부인하면 국가안보 저해하려는 세력에 대한 국가안보 대응역량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씨 발제문의 소제목에 대해서도 “소설 제목도 아니고. 표현이 이게 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즉각 유 연구관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학생이니까, 비전문가니까 하는 식으로 낙인을 찍어 배제해버리는 의도”라며 “결국 발제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치졸한 비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실에 근거해 나를 비판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며 “내 글은 모두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했는데 근거가 없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연구관은 “대학원생이라고 문제삼는 건 아니다”며 “전문적인 사람이라면 초등학생이라도 괜찮다는 게 내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실상 유 연구관은 “경찰청 보안국은 국민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비밀경찰이며 각종 의혹의 진원지”라는 이씨의 발제 내용을 반박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춘경 계장이 “이호영 발제에 대해 한가지 지적하고 싶다”며 “보안경찰은 비밀경찰도 정보경찰도 아니다”고 반박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지 계장은 “비밀경찰이라면 이스라엘 모사드, 러시아 해외정보국, CIA처럼 신분을 위장하고 비밀로 활동하는 것”이라며 “보안경찰을 비밀경찰에 견주어 비교하니까 부정적인 결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5월 19일 오후 22시 3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598호 9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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