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경로당 내 원로원? 보안지도관 (2005.5.18)

by 자작나무숲 2007. 3. 24.
경로당 내 원로원? 보안지도관
[경찰개혁] 업무상 과실로 해고돼도 재임용 가능
2005/5/18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파면되거나 해임된 자는 재임용이 안되지만 업무상 과실은 임용될 수 있다? 경찰청 보안국에는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격조건을 가진 아주 특별한 제도가 있다. 보안지도관 제도가 바로 그것. 이 제도에 따른다면 고문을 했다거나 공안사건을 조작한 일로 파면되거나 해임된 보안경찰관이라도 보안지도관이라는 이름으로 임용될 수 있다.

신분증도 발급하고 활동비도 준다. ‘명예직’이라는 명예보안지도관 제도까지 하면 최장 7년을 사실상 경찰관 생활을 하는 셈이다. 보안수사대는 경찰 안에서도 ‘경로당’으로 불리지만 보안지도관은 이 중에서도 ‘원로원’같은 존재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고문 밀실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시민의신문 이정민기자 
"차라리 죽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고문 밀실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행진하고 있다.  


보안지도관제도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바로 훈령 2조3항이다. 2조 3항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 또는 선고유예를 받은 자, 징계로 파면, 해임된 자는 임용될 수 없다”면서 “다만 재직중 보안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실에 의해 파면, 해임된 자는 임용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선애 함께하는시민행동 정책실장은 “2조3항은 불명예스럽게 퇴직한 보안경찰관에게도 다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얼핏 듣기에도 퇴직 경찰들 자리보전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도대체 보안지도라는 개념과 역할이 무엇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도 “과실의 정도나 성격 등을 봐야 하는데 경중과 관계없이 일반적 규정을 두었다”며 “보안업무의 성격상 단순과실이 아니라 중대과실일 가능성이 많은데도 복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보안지도관운영규칙에 따르면 보안지도관은 2년을 일하고 근무우수자는 1년을 더 일할 수 있다. 필요시 신분증도 발급하고 활동비 명목으로 월급도 받는다. 이 가운데 명예보안지도관으로 위촉된 사람은 2년을 일할 수 있고 2년을 추가로 할 수 있다. 명예보안지도관은 무보수이긴 하지만 보안지도관처럼 필요시 신분증을 발급한다. 정 실장은 신분증 발급에 대해서도 “권한 남용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보안지도관은 다른 부서에는 없는 만큼 보안부서에 대한 특혜이며 권위주의정권 시절 대공지도관에게 부여한 특혜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도 현직 경찰이 하는 일과 별반 틀리지 않죠. 결국 ‘지도’와 ‘협조’를 명분으로 현직 경찰들이 과거 수사 방식과 관행을 답습하게 만들 수 있으며 가뜩이나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경찰수사관행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 전문가의 말이다.

박성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간사는 “보안지도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안부서는 보안지도관 제도를 통해 자기확장할 수 있다”며 “신분과 기능 그대로 갖고 경찰이 아닌데도 경찰처럼 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안지도관운영규칙은 보안지도관의 목적을 “퇴직한 보안경과의 경찰공무원 중에서 우수 요원을 선임하여 재직중 경험지식과 사례 등을 보안업무에 협조지원함으로써 보람과 긍지를 갖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보안지도관의 임무는 △보안수사공작, 신문, 상황분석, 첩보수집에 관한 지도와 협조 △주민이념계도와 홍보활동 혹은 보안실무교육 출강 △간첩과 보안사범 색출을 위한 내사활동 보조 △보안실무 교안 혹은 보안실무연구 논문작성 등이다. 보안지도관이 사실상 보안경찰 구실을 하는 셈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5월 18일 오전 10시 2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