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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관료주의부터 깨라” (2005.5.12)

by betulo 200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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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주의부터 깨라”
갈등조정ㆍ협상 전문가 양성 공동노력 필요
공공갈등과 참여적 의사결정 포럼
2005/5/16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내년 초 시행을 앞둔 갈등관리기본법안의 취지를 알리기 위해 지난 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공갈등과 참여적 의사결정 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은 갈등관리기본법안의 핵심정신인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특히 참여적 의사결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시화호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울산 북구청 음식물자원화시설 시민배심원제의 경험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참여적 의사결정이란 공공정책에 시민사회를 참여시킴으로써 국가 전체의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것”이라며 “오늘날 공공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종종 불신을 받고, 사회적으로 큰 갈등을 초래하는 궁극적 원인은 시민사회의 적절한 참여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의적 민주주의는 집단적 정책결정 과정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들이 주인행세를 하는 이른바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시민사회 참여가 제한된 공직자 통제 장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유환 이화여대 교수는 시화호 간척지 개발계획 등 사례분석을 통해 참여적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참여적 의사결정의 핵심은 국민의 참여, 그리고 참여자의 숙의와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이지만 그간 경험은 방법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고,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에야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을 시도하며, 지방의회 의원 등 정치성 짙은 인사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현장실사나 현장견학을 중시하는 풍토는 한국의 참여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점을 적극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재봉 화백

토론자로 참여한 이련주 국무조정실 정책공보과장은 참여적 의사결정 효과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인으로 △성공사례 △매뉴얼 △상세한 연구 △홍보를 제시했다. 상세한 연구를 통해 세부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공공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을 확산시키는 선순환 구도를 강조한 셈이다.

이 과장은 “참여적 의사결정은 기존에 정부가 운영중인 참여제도와 비교할 때 새롭고 한층 진전된 참여기법으로 볼 수 있다”며 “OECD 국가에서도 일부 국가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지 않으면 참여적 의사결정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민관협력이 중요한 만큼 활발한 토론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순철 경실련 갈등해소센터(준) 운영위원은 공공갈등을 잘 해결한 사례들에서 공통점을 뽑았다. 윤 위원에 따르면 ‘정부가 결정했으니 따르라’에서 ‘이런 사업을 하려 하니 같이 논의해보자’는 의식전환이 일어나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중간자 혹은 조정자의 구실이 중요해지며, 정보공유를 통해 격해진 감정대립을 줄이고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이 그것. 그는 위 세가지 요소를 담보하는 논의틀을 만들어 낸 점을 덧붙였다.

윤 위원은 이와 함께 “갈등해소를 위한 수요는 많지만 갈등을 예방하고 풀어 줄 수 있는 공급자는 적다”며 “조정과 중재, 협상을 담당하고 이들 전문가를 육성함을 물론 사회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법안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하승수 변호사는 “갈등을 일으킨 원인제공자였던 정부가 이제는 갈등을 관리하겠다고 나선다”며 강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중앙정부 고위관료부터 지자체 실무자까지 팽배해 있는 관료주의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다”며 “관료주의를 개혁하지 않고 갈등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갈등을 덮거나 억압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5월 12일 오후 20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597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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