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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시민사회,대우-버마가스개발 우려 (2005.4.14)

by betulo 2007.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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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대우-버마가스개발 우려
버마 가스 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2005/4/14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대우 인터내셔널이 버마에 건설하려고 추진하고 있는 슈에(Shwe, 황금을 뜻함) 가스전사업에 대한 국내외 시민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슈에 가스전 사업이 40년 넘게 버마를 지배하는 군부독재정권의 배만 불리고 버마 민중들에게 강제이주·강제노동·성폭력 등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일으킬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한다.

지난 2002년 2월,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사장이 버마 국가평화개발위원회 킨린 장군을 방문, 가스전개발 합의 악수를 하고 있다.
myanmar gov.
지난 2002년 2월,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사장이 버마 국가평화개발위원회 킨린 장군을 방문, 가스전개발 합의 악수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군사시설·주변 도로·파이프라인을 위한 토지 압수 △새로운 군대 양성을 위한 지역민 착취와 임의적인 세금 부과 △지역 여성에 대한 성범죄 증가 △파이프라인 주변 지역주민 강제 이주 △지역주민 이동의 자유와 경제활동 제한 증가 등이다.

슈에 가스전 사업 대응활동을 올해 핵심사업으로 정한 국제민주연대는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버마 가스개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버마에 가스개발에 따르는 문제점을 집중 토론했다. ‘지구의 권리’와 아라칸민족협의회 관계자들이 토론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으며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위원회 등 버마 민주화운동가 수십명이 참석했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이 슈에 가스전 사업을 우려하는 것은 ‘야다나 가스전 사업’이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석유회사인 유노칼(Unocal)과 버마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이 가스전 사업은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일으켰고 결국 ‘지구의 권리’가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유노칼이 사실상 패소하면서 막을 내렸다.

‘유노칼’과 너무나 닮은꼴

유노칼 대응 캠페인을 주도했던 카사와(Ka Hsaw Wa) ‘지구의 권리(EarthRights International)’ 공동설립자는 “대우 인터내셔널도 유노칼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대우가 만약 군사정부와 사업을 계속한다면 ‘대박’이 아니라 ‘쪽박’을 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우인터내셔널,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한 버마 A1지역 가스전
한국가스공사
대우인터내셔널, 한국가스공사등이 참여한 버마 A1지역 가스전

카사와는 “외국자본을 유치할 경우 버마 군사정권은 그 지역 숲을 다 불태우고 주민들을 강제이주시켜 외국자본에게는 아무도 살지 않는 지역인 것처럼 위장한다”며 “강제이주와 강제노동은 버마에선 일반적인 현실”이라고 폭로했다. 카사와는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주민들은 치료를 받지도 못해 죽어간다”며 “이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피난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카사와는 “군부정권은 가스전 개발을 위해 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지역의 재산을 강탈하고 주민들을 강제이주시켰다”며 “강제이주시킨 주민들은 다시 강제노동에 동원됐고 말을 듣지 않으면 고문과 구타를 당했으며 수많은 여성들이 강간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노칼 경영진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구의 권리’는 이 사실을 유엔과 각계 시민단체들에 폭로하면서 11개 마을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이로 인해 유노칼은 회사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유노칼은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제 유노칼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차지훈 국제민주연대 운영위원(민변 국제연대위원장)은 “대우 인터내셔널이 가스전사업을 시작할 경우 유노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버마 군사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우가 공범으로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arth rights International
버마 가스전 노선도
버마에서 벌어지는 강제노동 등 노동권 침해 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2월 대표단을 파견했던 국제노동기구(ILO)는 오는 5월 총회에서 버마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제재조치를 회원국에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미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스 파이프라인이 통과할 것이 유력한 노선은 생태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환경파괴 우려도 터져 나온다. 황상규 환경운동연합 기업사회책임위원회 사무처장은 “4가지 예상 경로 가운데 세 곳이 모두 육상생태지역을 지난다”며 “국제적으로 가스전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환경파괴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세계야생동식물보호기금이 선정한 보호가치가 높은 200여곳의 생태계 보전지역에 포함되는 나가-마누푸리-친 언덕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황필규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해외한국기업이 외국에서 인권침해를 벌일 경우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하면서 “외국에서 벌어지는 한국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한국법원에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심지어 외국에서 처벌을 원치 않거나 특정 행위가 범죄가 되지 않더라도 국내법상 범죄가 되면 유죄로 인정된다”며 “다만 증거확보, 신병확보, 범죄인인도 등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버마 경제제재 주장 봇물

박은홍 성공회대 아시아 NGO 정보센터 부소장은 해외투자가 버마민주화를 지연시키는데 이용될 뿐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버마 민중들이다. 그는 “외국 투자가 늘어날수록 버마 민중들은 더 많은 강제노동과 인권침해, 독재에 시달릴 뿐”이라며 “외국투자는 군부만 살찌게 하고 더 많은 무기수입과 더 많은 강제노동으로 이어진다”고 개탄했다. 박 부소장은 “관료적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버마 군사정부는 전형적인 약탈국가”라며 “버마 국가는 군부라는 이익집단에 포획돼 있다”고 꼬집었다.

버마 활동가들이 대우 인터내셔널 등이 참여한 가스전 사업과 관련, 참여기업 불매운동 등 보이콧 활동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shwe project
버마 활동가들이 대우 인터내셔널 등이 참여한 가스전 사업과 관련, 참여기업 불매운동 등 보이콧 활동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버마 민중들의 경제기반은 대외무역과 괴리된 농업 위주”라며 “경제제재가 버마 민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며 한국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부소장은 “한국 정부는 계속 아무런 공식 입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개발주의 시각에서만 버마를 대한다”고 비판했다.

박경서 대한민국 인권대사는 “1996년 아웅산 수지 여사를 만난 적이 있다”며 “당시 수지 여사가 했던 얘기가 바로 강대국 기업들이 버마에 투자할 때 생기는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지 여사는 당시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의 기업들이 버마에 민주정부가 설 때까지 투자를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외국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이제는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에 도움을 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감시활동 계속할 것

국제민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슈에 가스전 사업 감시를 비롯한 대응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앞으로 공동대응을 위해 정기모임을 열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그동안 해외투자를 이윤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인권, 환경, 해당국가 민주주의 등을 기준으로 해외투자를 검토하는 장”이라고 토론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민사회가 사후 대응이 아니라 미리 문제제기를 해서 문제를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실무를 준비한 최미경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지난해 10월 미얀마 민주와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미얀마 가스전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시민단체와 함께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4월 14일 오후 13시 1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593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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