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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결근하면 땡볕에 벌서기? (2004.12.27)

by 자작나무숲 2007. 3. 20.
결근하면 땡볕에 벌서기?
해외한국기업 조사 보고서
2004/12/27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필리핀 까비떼 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한 2백50여개 기업 가운데 1백20여 기업이 한국기업이다. 인도네시아에 입주한 한국기업은 약 6백곳에 이른다. 한국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만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노동자들은 한국기업이 벌이는 노조 탄압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일거리를 주지 않거나 작업장에서 과자를 먹은 걸 꼬투리 잡아 해고하기도 한다. 골치 아픈 노조원들을 한국에 있는 모회사에 연수생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회사와 결탁한 사복경찰들이 노조활동가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일삼기도 한다. 총을 들이대며 협박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필리핀 가비떼 수출자유지역

                                       사진제공=해외한국기업노동자인권 워크숍 및 귀환이주노동자와 만남 준비

 

노동시간은 하루 14-15시간에 이른다. 성수기에는 34-36시간씩 쉬지 않고 일을 시킨다. 인도네시아 스마랑 지역 한국기업들은 작업물량이 적을 때는 1~2백명씩 대량해고를 일삼고 생산주문량이 많아지면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한다. 한국인 관리자들은 욕을 잘하고 무례하다는 면에서 다른 어느 다국적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노조결성을 준비하다가 해고되는 경우도 빈발한다.

 

사정은 필리핀도 다르지 않다. GAP에 납품하는 ㅋ 회사는 바쁠 때는 사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시킨다. 항상 초과근무를 하는데도 회사는 항상 적자라고 하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 1992년에 설립한 ㄷ 회사는 노동자 1천2백명을 고용하는데 공정에 비하면 너무 적다. 통로가 하나밖에 없어 불이 나면 탈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노조는 없으며 전체 노동자의 80% 가량이 비정규직이다.

 

셔츠를 생산하는 ㅊ 패션 노동자들은 가끔 집에도 못가고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4-5일씩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떨 때는 2시간만 자고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때도 있다. 이 회사는 병이 생겨도 의사 진단서가 없으면 인정을 안한다. 한 여성 노동자는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뜨거운 햇볕 아래 서있어야 했다. 한 한국인관리가 화장실을 갔다는 이유로 임산부를 발로 찬 사건이 소송중이다.

 

스마랑 지역 노동자들 대부분은 월급을 한달에 두 번으로 나눠서 지급받는다. 이는 월급이 너무 적어서 한달에 한번으로 받을 경우 한 달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임금과 노동탄압에도 불구하고 현지 노동자들이 쉽게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높은 실업률 때문이다.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유휴 노동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노동운동에 제약이 많은 것이다.

 

현지 노동자들은 자국 정부가 노동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정부는 모두 외국투자자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동법의 예외만 인정하고 노동자 권리를 제한하는 수출자유지역을 만들었다. 특히 필리핀의 까비떼 수출자유지역은 공식적으로 파업금지와 노조금지 정책을 취하고 있다.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최미경씨는 “해외한국기업은 한국 시민사회의 눈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라며 한국시민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단순히 현지 노동자들을 만나서 얘기 듣고 정보를 교류하는 것 제대로 안되고 있다”라며 “현지 노동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구화가 가속화되면서 공장이전과 폐쇄가 더 자유로워졌고 노동자는 그만큼 더 힘들어졌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기업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지만 지금같은 식이면 한국기업들이 국익에 심각한 장애를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2월 27일 오전 5시 4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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