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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한국은 인권국가인가 (2004.12.16)

by betulo 2007.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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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권국가인가
표현자유, 노동자 감시 시스템 등 인권침해 ‘산 넘어 산’
한국인권의 다양한 모습과 쟁점
2004/12/16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 10일은 세계인권선언 56주년 기념일이었다. 많은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환경권, 빈곤층 인권 등 다양한 인권문제가 산적해 있다. 거기다 과거사청산과 이라크파병 등 넓은 의미의 인권 문제가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편집자주>

 

■‘관성운동’이 국보법 폐지 실기

 

‘사상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국가보안법만큼 문제가 되는 악법은 다시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보법 폐지가 국민들 다수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북한의 무력남침과 적화통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국보법이 필요하다는 안보론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원하며 겨울 칼바람 속 침낭하나에 몸을 맡기고 단식하길 4일째, 그들의 유일한 끼니인 물 한모금을 위해 단식지원팀은 목숨과도 같은 따뜻한 물을 조심스레 보온병에 붓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 7조 ‘찬양고무’ 조항이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국제인권기준에 밎지 않으니 개정하거나 폐지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국보법의 반민주·반인권성을 수긍하면서도 안보론 때문에 완전폐지 필요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남침적화론이 사실인지 실체를 따져보고 그 허구성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문제의식으로 연결된다.

 

심재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은 “국보법은 허구적인 무력남침과 적화통일론을 기초로 국민들에게 전혀 불필요한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감과 의구심을 자극해 국민들 스스로 독재와 식민의 구속과 속박에 몸을 내맡기게 만들고 수구세력의 발호와 사기극을 수용하도록 하는 구실을 했다”며 “무력남침과 적화통일론은 남한 수구냉전세력이 자가발전에 의해 조작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전쟁능력과 전쟁지향적 정책 여부를 볼 때 한반도 안보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보법 철폐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에 대한 솔직한 문제의식도 터져나온다.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교수(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는 “소위 ‘중도’로 분류할 수 있는 사회인사들을 배제한 채 관성대로 종래 운동진영을 주축으로 주력군이 결성됐다”며 “중도인사 가운데 국보법 폐지 입장을 가진 인사들은 운동 출발부터 배제되었고 종래 폐지운동에 앞장섰던 인사들조차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론전에서 가장 고전하고 있는 것이 국보법 문제”라며 “여론반전에서 국보법 폐지운동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적한 문제점은 바로 “폐지운동이 편향적 혹은 정파적으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그는 “국보법 폐지 찬성과 반대가 비슷하게 40-45% 정도인 상황에서 결국 문제는 10-15%를 차지하는 중도세력을 끌어들이는 경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해 국보법 폐지 운동이 첨예해지면서 수구 대 개혁으로 전선이 확연히 갈라졌다”며 “앞으로 중도세력을 범개혁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개혁세력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기자회견, 토론회, 성명서, 문화제, 집회, 농성, 삭발, 단식 등 기존 운동방식이 국보법 폐지운동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혹시 관성에 젖어 그저 전의를 다지는 자족적이고 구태의연한 운동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밝혔다. 

 

■패러디, 유죄인가 무죄인가

 

지난 총선은 가히 패러디전성시대라 불릴만큼 패러디가 만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행위와 관련해 총선 이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가운데 하나인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둘러싼 문제라는 점에서 예민한 사안이다.

 

라이브이즈닷컴은 ‘한나라당 딴나라당’이라는 제목의 노래, ‘병렬이의 일기’ 같은 패러디물을 첫 화면 상단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되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심계류중이다. 친일청산법과 대통령탄핵 등과 관련해 패러디 작품을 게재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아이디 ‘하얀쪽배’도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심계류중이다.

 

미국에서도 패러디가 문제가 돼 연방대법원에서 재판을 벌인 적이 있었다. 허슬러 매거진이 제리 폴웰 목사가 첫경험을 자신의 어머니와 가졌다는 패러디 광고를 게재한 사안이 그것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허슬러 패러디 광고는 지독하고 혐오스러운 것이지만 공적 인물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내포한 것으로 헌법에서 보호받는다”면서 “수정헌법 1조의 핵심은 공적 사안과 관심사에 대한 의견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허위적이고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조차도 현실적 악의를 갖고 출판된 것이 아니라면 보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진우 민변 언론위 간사는 “패러디물을 객관적인 사실로 여기는 네티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네티즌들이 패러디물의 표현방법에 관해 다소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제작 동기를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표현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본사 앞에서 위치추적을 통한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민의신문 자료 DB사진>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노동자 감시 심각

 

“90% 가까운 기업이 노동자 감시시스템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사업장은 평균 2.57가지 감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기계·금속과 보건의료,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감시시스템 도입 비율이 높다.”


         
 

발달하는 감시기술을 이용한 노동감시는 사생활보호 뿐 아니라 노동권 침해 위험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노사관계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각광 받는 텔레마틱스 기술을 이용한 위치추적, 생체인식 기술 등은 노동자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는 노동통제를 의미한다. 기업은 효율성과 소비자 편익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노동자들은 실업 공포와 경쟁 논리 속에서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노동감시에 대한 다양한 입법을 마련하고 새로 나오는 감시 기술의 문제점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통망법은 전기통신서비스이용자에 대해서만 권리를 주기 때문에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1980년 OECD 기본 원칙조차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권두섭 민변 노동위원은 노동자 감시 시스템이 일반적이며 노동자 인권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위원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시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은 이와 함께 노동자 개인정보가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이 되게 입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로부터 취득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범위는 노동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정보로 제한해야 한다”며 “정치활동, 신앙, 사상, 인종, 질병 노조 등 민감한 개인정보 취득은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질병에 관한 정보는 노동자의 열람권과 항변권, 정정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도 권 위원은 “새로운 감시수단에 대해서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신고복지시설 인권침해

 

미신고시설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광범위한 인권침해다. 염형국 민변 사법위원은 인권침해 사례로△불법감금 △폭행 △외부연락 방해 △강제노역 △종교행위 강요 △불법 의료행위 △업무상 횡령 등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신고복지시설은 1년 지출액이 3천만원 미만인 시설이 50% 이상이고 1억원 미만이 90% 이상”이라며 미신고시설 재정이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법령에서 정하는 시설 설비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은 25%정도에 불과하고 시설 종사원을 자격과 인력기준에 맞춰 고용한 24.5%에 그쳤다”고 말했다.

 

염 위원은 정부의 복지시설 정책에 대해 △수용 중심의 시설정책 △임시 대책 △상시 감독 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설생활자들의 입소와 퇴소 자유 보장 △소규모 공동생활가정 확대 △상시 감독과 평가 △신규시설 신고기준 엄격화 △시설생활자 인권보장 규정 제정 등을 제시했다.

 

염 위원은 “무엇보다도 당사자 동의 없이 보호 필요성만을 내세워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가종 관련 법령, 지침 등을 폐기해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지원방식을 시설별 지원에서 개인별 지원으로 바꿔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설생활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시설생활자 인권보장법’을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염 위원은 이어 “현재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하드웨어적인 측면만 주로 평가하고 시설생활자들의 인권보장측면은 상당히 부족해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나 자치단체가 민관합동으로 시설감독위원회를 설치해 상시적으로 시설을 감독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염 위원은 “정부는 시설 관리자의 입장이 아닌 생활자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하고 시설 관련자들은 생활자들에 대한 인권 보장에 대한 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2004년 12월 16일 오전 10시 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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