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소통이 왜곡되거나 거부될 때 더 증폭된다. 소통이 활발해지면 그것이 설사 부정적 정보를 함축한다 해도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
손꼽히는 갈등관리 분야 전문가인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는 단 한가지 원칙을 말한다면 ‘좋은지 나쁜지 미리 판단하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를 사례로 삼아 메르스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분석했던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은 연구위원은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지원국장과 행정연구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은 연구위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감염자를 진료한 병원 명단을 공개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면서 “감염 병원을 공개하지 공포가 줄어들고 전체 명단을 공개하자 공포가 더 줄어드는 한편 만족도는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마다 위험을 받아들이는 수준 차이가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 때는 그 판단을 정부가 해버렸다. 정보공개 범위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버리니 불신과 불만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방역이 뚫리면 뚤린대로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이 정확하고 충분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받는다는 믿음을 가질 때 불안과 공포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정부의 위험소통에 대해선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은 연구위원은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을 위한 임시수용시설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에 대해선 정부가 두고두고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 주민들이 초기에 보여준 ‘이기심’을 나무랄 수많은 없다”면서도 “충남 천안시에서 아산·진천으로 장소를 옮길 때는 먼저 방역대책을 소상히 설명한 다음에 이해를 구해야 했는데 순서가 거꾸로였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콘트롤타워가 난무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다양한 합리성을 담당하는 다양한 콘트롤타워가 작동하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에 대한 병리학적 합리성을 담당한다. 하지만 모든 판단을 거기에만 맞출순 없다”면서 “정치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게 청와대다. 그런 면에선 질본, 보건복지부, 총리실, 청와대가 모두 제각각 콘트롤타워로서 제구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 연구위원은 최근 나타나는 중국인 혐오, 확진자 신상털기 등과 관련해선 “혐오와 낙인찍기는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민주적 가치에도 맞지 않고 감염병 예방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배제가 작동하면 감염자들이 숨어버린다. 그럼 검역은 뚫릴 수밖에 없다”면서 “에이즈에 낙인을 찍으니까 에이즈 보균자들이 음지로 숨으면서 에이즈가 더 확산됐던 역사적 경험을 되짚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미국 CDC 역학조사관 "과도한 마스크 사용 자제해야" (0) | 2020.03.04 |
---|---|
메르스 대응 주인공이 말하는 신종 코로나 해법 (1) | 2020.02.10 |
문재인 공약 감염병 전문병원 여전히 지지부진 (0) | 2020.02.07 |
세종시 공공병상 하나도 없어… 공공의료기관 비중 OECD 최하위 (0) | 2020.01.31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5가지 약한 고리 (0) | 2020.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