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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7 20:27

정성장 박사가 말하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독해법

정성장 박사를 한 포럼 초청강사로  모시고 북한 전문가인 정 박사한테서 최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독해법을 들어봤다.


정성장 박사는 현재 세종연구소에서 연구기획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북한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주체사상과 후계구도 등 북한 국내정치를 주로 연구했다. (대다수가 김정남을 후계자로 생각할 때 2000년대 초반부터 김정철이나 김정은 두 중 한 명이 김정일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북한 붕괴론의 허상

정 박사는 “학위를 마치고 돌아온게 1997년이었다. 당시 학술회의를 가보면 하나같이 북한이 곧 무너진다는 얘기만 하는데 근거가 너무 빈약했다”면서 “나는 당시에 군대와 경찰 등을 통한 내부통제, 북한 내부 문헌 연구 등을 근거로 북한붕괴론을 반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붕괴론은 급작스런 동독 붕괴 사례를 많이 거론했지만, 군사력이라는 변수를 놓쳤다”면서 “동독 군인 규모는 서독의 3분의 1 규모에 불과했지만 북한은 남한의 두 배다. 그렇게 사회에서 군대 비중이 높으면 군대라는 변수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평양을 방문해보면 대체로 남측의 60년대 수준이라며 낮춰보다가도 아리랑축전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북미협상

실무협상이 계속 늦어지는 이유는 뭘까. 정 박사는 “관계개선이라는 총론에 남북미 합의는 이뤄졌지만 모두 정교한 전략이 없다는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까진 한국이 주도적인 중재 역할을 했다”면서 “(현재 시점에선) 한국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북한과 미국에 뭔가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가 안되니까 ‘운전’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북한 비핵화는 이제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도 핵균형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길 해서 주변에서 많이 놀라곤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워싱턴DC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을 발사하니까 위기를 느낀 미국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중국까지 움직이는 준봉쇄상태까지 갔다. 당시 북한은 ICBM 완성 직전까지 갔지만 강력해진 봉쇄로 인해 더 이상 실험하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석유수입 문제가 심각했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선택한 게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트럼프는 “김정은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하자 한국 정부는 크게 고무됐다. 대전환이 일어났다. 이 국면에서 청와대는 김여정에게 북미대화도 필요하다는 걸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북미대화는 곧 북미정상회담이었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가지고 김영철 통전부장이 서울을 방문했다. 3월에 특사를 북으로 파견했는데 김정은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특사단은 곧바로 백악관으로 가서 이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정 박사는 “(2017년만 해도) 김정은은 아마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특유의 자신감이 있었지만 폼페이오를 두 번이나 비밀리에 평양으로 보내 김정은이 대화 가능한 사람인지 확인하게 했고, 폼페이오는 대화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싱가포르 회담 준비과정에서 미국은 북에서 실무회담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한 미국이 협상 중단을 선언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김계관이 서둘러 봉합하는 담화를 냈다.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시급히 열렸다. 이 과정을 거쳐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렇다면 하노이 회담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에선 “김정은만이 답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정 박사는 “하노이로 가면서 트럼프는 빅딜, 스몰딜, 노딜 세가지 방안을 갖고 회담에 임했고 결국 노딜로 결론이 난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 박사는 “많은 이들이 볼턴이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지만 나는 오히려 김영철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중요하게 봤다”면서 “김영철은 과거부터 군부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이었는데 군부는 핵포기를 원치 않는 집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선희가 핵포기를 우려하는 탄원편지가 수천통씩 김정은에게 올라온다는 얘길 했는데 나는 그게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노이 회담 당시 정세분석 쪽 자문위원을 하면서 나는 ‘영변 플러스 알파’를 당연히 꺼낼 거라고 봤다”면서 “오히려 북한이 그 부분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게 더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도 잘못이 있다”면서 “큰 그림을 갖고 비핵화에 임해야 하는데, 대화 국면을 이끌어낸 것은 업적이지만 다양한 분야 전문가 의견을 모아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에 따르면 '알파'란 우라늄 농축시설을 말한다. 영변은 플루토늄... )


그는 “남측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의제로 올렸는데 미국은 영변만으론 만족을 못했다”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북한으로선 남측 얘기 들었다가 협상이 잘 안됐다고 판단하면서 남측과 협상하는게 필요한가 하는 회의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영변 이후는

정 박사는 “사찰 방식은 작동할 수 없다”면서 “그건 마치 카드게임을 하면서 패를 다 내보이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분적인 비핵화가 전면적인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미국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제재완화하겠다고 하면 그건 북한에게 항복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상호간에 단계적인 핵폐기와 검증, 관계정상화와 제재완화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 접근과 단계적 접근이 같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최근 북한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그건 중국이 유화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올해에도 북미협상이 안풀리면 내년이면 중국이 다시 경제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김정은으로선 어떻게든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지어야할 유인이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국내정치 독해법

김영철이 군부를 대변한다면 군부가 아닌 다른 세력이 있을까. 그렇다면 세력간 조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정 박사는 “대외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간부들간의 이해관계는 매우 차이가 난다. 부처간 견제와 경쟁, 알력이 존재한다”면서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하부단위라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걸 유지하는 한 수단이 생활총화를 통한 자아비판과 호상비판이다. 그런 습관이 탈북자들끼리 단결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정 박사는 말했다.


그는 “김정일은 수백명씩 별을 달아주는 등 방식으로 군부와 공생을 모색했다면 김정은은 기본적으로 모든 간부들에게서 충성심은 기본이고 실적과 성과를 강조한다”면서 “김정일은 충성심만 있으면 몇달씩 병원에 누워있어서 정책결정이 잘 안되더라도 교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런 걸 용납하지 않는다. 성과를 내야 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은 초기부터 군부개혁을 중시했다. 비대해진 군부를 견제해야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고 봤다”면서 “그 역할은 결국 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집권 이후 당의 힘을 계속 키우고 당간부를 중용했다. 군부 총정치국장에 당 출신이고 항일 빨치산 최현의 아들인 최룡해를 앉힌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그 과정에서 군 상층부 세대교체로 이뤄졌다. 이것이 남측에선 군부 숙청으로 비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에서 가장 개혁적인 인물”로 박봉주 총리를 꼽으면서 “지금 당에는 경제관련 간부 비중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그것이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경제개발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 초점에 따라 엘리트 역학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좌절을 맛보면서 김영철의 위상도 축소됐다. 군부의 위상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군사결정에 내각 총리가 참여할 정도로 내각과 당의 위상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미국산 무기구매 문제

북한에선 꾸준히 미국산 무기 구매를 비판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남측은 F35 전투기를 포함한 미국산 최첨단 무기 구매를 계속 하고 있다. 북한이 발사하는 단거리미사일보다 성능이 정밀한 현무 미사일도 갖고 있다. 북한으로선 안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단거리 미사일 확보를 더 중시할 수 밖에 없다. 정 박사는 “정부가 때로는 대담하게 나가면서도 때로는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다”면서 “전작권 전환을 위해 당분간 국방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문제에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은의 최종 목표는

김정은이 생각하는 최종 목표는 뭘까. 정 박사는 “경제-핵 병진노선에서 경제집중으로 바꿨다. 그런 걸 보면 상당한 결단력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상황변화에 따라선 유화에서 초강경을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변화를 김정은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면서 “단계적 비핵화 진전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 등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는 정교한 각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식 표현법

정 박사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저속하고 과격한 표현을 쓰는 건 냉전시대 유산”이라면서 “북한이 오랫동안 고립돼 있었던 상황을 반영한다. 외교관들까지도 그런 표현을 쓰는 건 아직도 북한이 국제사회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이후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건 대단히 드물다. 하더라도 인터넷 매체나 조선중앙방송을 통해서만 하고 노동신문에선 표현을 절제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과 전문가의 협업

그는 “선군정치만 하더라도 군대가 당보다 우위에 있다는 식으로 보도가 많이 됐는데 나는 초기부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면서 “결국 언론의 오보는 결국 전문가의 오판에서 기인했다. 그런 면에서 언론과 전문가들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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