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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7. 08:30

'지도'가 나를 번뇌케 한다


 매우 자랑스럽게도, 시사IN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정기구독하고 있다. 시사IN을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책을 읽듯이 정독한다. 그동안 내가 읽은 시사IN이 최소 5만쪽은 넘을 것이다. 그런 시사IN이 이번주엔 처음으로 나를 실망시켰다. 난민 문제를 다룬 최신호 내용은 아주 훌륭했다. 인포그래픽도 정성이 느껴졌다. 하지만 인포그래픽에 실린 세계지도가 문제였다. 사할린을 일본 영토로 표시해놨다. 북방 4개섬도 아니고 제주도보다 무려 30배 가량 큰 섬을 통째로 일본에 넘겨줬다.


 지도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더 넓게 인식할 수 있다. 지도 덕분에 타인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론 지도가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킨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는 딱 우리 인식만한 지도를 갖는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지도에 집착한다. 신문이나 책에 실린 지도에서 조그만 착오라도 발견하면 무척이나 불편하다. 성의없는 영토표기는 특히나 화가 난다.

 한겨레 신문사에서 만드는 ‘이코노미 인사이트’라는 경제 월간지가 있다. 이 잡지를 5년 넘게 정기구독하다가 끊은지 몇 년 됐다. 이유는 단 하나. 상습적으로 엉터리 지도를 내놓는데 질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국경파괴자가 따로 없다. 타이완 섬을 중국에 병합하는 대신 하이난 섬을 중국에서 떼어놓는건 약과다. 하이난을 홍콩으로 둔갑시키기도 하고 사할린을 일본에 붙이기도 한다. 심지어 창간7주년 기념호는 알레스카를 미국에서 분리시켜 캐나다에게 넘겨버렸다. 이것은 트럼프에 날리는 경고인건가 마음속에 감춰놨던 반미의식이 자기도 모르게 드러난 것인가...

브렉시트를 몇 년 앞서 예견했는지 북아일랜드를 영국 영토로 표기하지 않는 과감한 미래예언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경파괴를 일삼는걸 보니 아나키스트인가 싶기도 하다. 시칠리아와 사르데냐가 주인없는 땅이 되는 건 놀랍지도 않다. 


사실 지도 문제만 아니면 ‘이코노미 인사이트’를 지금도 계속 구독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겨레에서 일하는 지인들을 통해 ‘상냥하게’ 알려줬지만 달라지는게 없었다. 페이스북에 ‘준엄하게’ 비판도 해봤다. 개선이 될 기미는 전혀 안보였다. 영토파괴 지도에 질린 끝에 결국 구독을 취소하는 것으로 내 소심한 지도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최근에는 지정학을 다룬 책을 읽다 기겁을 하기도 했다. 명색이 국제정치를 다룬 책이고 심지어 제목도 ‘지정학’인데 알래스카를 미국에서 분리독립시켰다.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와 캐나다 영토를 모조리 빼먹은 것까지 감안하면 저자는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아나키스트가 아닐까 의심까지 들었다. 하지만 사할린을 일본에 넘겨준 걸 보니 서양을 싫어하는 것일까 싶다가도 하이난 섬을 베트남 영토로 표시해놓은 걸 보면 저자의 정치성향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시시때때로 지도를 들여다보며 지도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언론계 선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도 성애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어찌보면 사소한 일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국 정부 홈페이지를 뒤지며 일본해를 동해로 바꾸자는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있는 마당에 “사할린은 일본 땅이 아니라 러시아 땅입니다”라고 하는게 크게 지나쳐 보이진 않는다.


 일본 언론에 실린 사진이 제주도를 중국 영토로 표기했다거나, 미국 언론에서 울릉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했을때 우리나라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는 안봐도 뻔하지 않은가. 역지사지야말로 인권의 기본원칙이라는데 동의한다면, 그리고 이제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는게 흔하게 됐다는 걸 고려한다면, 멀쩡한 나라를 분단시키거나 분리독립시키는 행태는 자중해주길 바랄 뿐이다.

-뱀다리[蛇足]
저는 일요일 비행기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로 출장간다. 6박8일 일정인데 헬싱키, 스톡홀름, 베를린을 방문한다. 어떤 분들은 해외출장간다고 하면 맛집을 뒤지고 전통음식을 찾아본다는데 나는 그런데 그닥 관심이 없다. 오로지 하는 건 구글지도를 뒤지며 헬싱키와 스혹홀름 시내지도를 살펴볼 뿐. 특히 틈틈이 구글지도와 소설 <밀레니엄>을 번갈아 보며 밀레니멈의 무대를 찾아보는게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다. 

카엘이 사는 아파트가 있는 벨만스가탄과 별장이 자리한 산드함을 찾아봤다. 에리카가 사는 살트셰바덴이나 밀톤 시큐리트 사무실이 있는 슬루센도 살펴보고. "밀레니엄 사무실은 예트가탄 북쪽 그린피스 건물 이층에 있었다(74쪽)"을 근거로 예트가탄과 그린피스를 뒤지다 허탕만 쳤다. 특히 미카엘이 헨리크 방예르를 찾아갔던 헤데스타드는 한참을 헤매도 찾을수가 없는데 좌절하고 있다.
 

나는야 미카엘과 리스베트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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