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 장관 정종섭이 8일 정오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급작스럽게 장관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7월 임명된 이후 1년 4개월만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총선출마 의지를 밝혔다.
모든게 순식간이었다. 이날 아침 7시에 정 장관은 최장혁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야 기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거취 표명"을 위한 기자회견이라는 걸 밝혔다. 행자부 차관 정재근이나 비서실장 고기동조차 장관 사퇴 소식을 대변인에게 듣고 알았다.
하지만 정종섭이 밝힌 기자회견문이나 질의응답에서 구사한 단어선택과 '국가혁신과 박근혜 정부 성공'이라는 프레임짜기 등을 비춰볼때 상당한 사전조언을 받았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기자회견에서 정종섭은 “이 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근래 제 거취와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제 판단으로는 국정운영의 측면에서 볼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종섭은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행자부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공백이 없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굵직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는 행자부에선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당장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심의를 비롯해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공동체 국제심포지엄이 예정돼 있고, 24일에는 대구에서 새마을대회가 열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장관은 사실상 총선에 출마할 의지가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총선 출마설을 묻는 질문에 “장관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국가발전과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총선필승’ 건배사 논란을 일으킨 뒤 8월28일 사과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해도 “총선 출마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던 것과 사뭇 다른 답변이다.
행자부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종섭이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8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했다는 '총선필승' 건배사에서 주어는 새누리당이 아니라 정종섭 본인이란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 9일부터 본격적인 국회 예산안심의가 예정돼 있는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퇴한 것을 두고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일문일답>
문: 총선 출마할거라는 얘기가 많다. 그에 대한 입장은.
-그 얘기는 나도 들었다. 지난해 장관 임명 이후 오로지 대한민국 성공과 국민 행복을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장관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국가 발전과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다.
문: 총선 출마 생각이 있다는 뜻인가.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 여러 의견을 듣고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문: 현안이 많은데 왜 이 시점에 사의를 표명하는 것인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닌가.
-국가 혁신은 정상 궤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내일은 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내 일을 해야 하고, 후임 임명까진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다. 내일 직원들이 출근했을 때 사퇴 발표를 하면 동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사퇴 의사를 말씀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문: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선 총선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몇 달 만에 입장이 바뀐 배경은.
-(8월 기자회견 당시 발언) 그것까지 포함해서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문: 개인적인 결정인가.
-혁신을 주도하는 장관으로서 자리매김하려 했고, 정부 혁신이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 언론 등에서 내 거취를 두고 언급이 나오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사임 의사를 지금쯤은 밝히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판단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